부평구 삼산타운주공 1단지에 걸린 LH 항의 대형 현수막
취재: 이병기 기자
국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민들의 고혈(膏血)로 이득을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항의방문과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8월부터 3개월 간 분양전환을 앞둔 인천 부평구 삼산타운주공 1단지 임대아파트 1873세대 주민들은 요즘 하루하루가 걱정의 연속이다. 이들은 곧 자신의 집을 갖게 된다는 꿈을 안고 지난 5년 동안 살아왔지만, 분양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LH 인천본부로부터 어이없는 분양전환가격 통보를 받았다.
2005년 주민들이 입주할 당시 책정된 분양계약금액은 79m²(24평) 기준 약 9700만원 정도. 69m²(21평)~82m²(25평)은 8500여만원~1억200여만원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LH는 지난 12일 24평 1억1400여만원 등 116.5%~118% 인상된 1억원~1억2100만원의 분양전환가격을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주민들은 "117% 이상의 분양전환가격은 5년 공공임대분양 전환사상 역대 유례가 없는 비율이다"며 "최근 분양전환된 인천 송현동솔빛주공은 100% 이하, 부천 송내주공은 105% 이하로 책정됐는데 우리만 너무 높게 나타났다"라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 인천본부 관계자는 "분양전환가격은 임대주택법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며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지만 번복되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LH가 건설원가 산정 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축비를 적용한 시점도 논란이다. LH는 입주자 모집공고문에 표준건축비 적용은 '분양시점'으로 명시됐기 때문에 2008년도 국토해양부고시 표준건축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건설교통부나 국토해양부 고시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하면 2002년도 건교부의 고시를 적용해 건설원가를 산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실제 효력발생일을 무시하더라도 건설된 시점이 2004년도기 때문에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이해가 가지만 2008년도를 적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삼산주공 1단지 주민들은 지난 20일 LH 인천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분양전환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또한 최근 민간이 분양한 주변 삼산주공 6, 7단지보다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산주공 1단지 근처에서 5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는 "6, 7단지의 경우 32평 기준 평당 460만원에 책정됐지만 이곳은 21평 480만원, 24평 470만원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주공 1단지는 마감재도 다른 곳보다 예전 것을 사용했고 결로현상이 심해 곰팡이가 생기는 등 여건도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LH가 처음 책정한 9700여만원도 당시는 고분양가였다"며 "24평 기준 최초 분양가인 9750만원 중 주민들이 낸 보증금 2650만원과, 5년 동안 매월 임대료 15만원, 국토해양부 지원 기금 5930만원을 제외하면 실제 LH가 자신의 돈은 하나도 들이지 않고 아파트를 지은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과 노약자가 많이 사는 임대주택에 분양전환가격을 올리면 3천여만원의 추가대출과 잔금 대출이자까지 받아야 하는데 갚아나갈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왜 없는 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A씨는 "민간업체라면 몰라도 공영개발을 하는 공사가 주민들에게 추가 이득을 보려 하고 있다"며 "LH가 공개하지 않는 분양원가 안에 일반인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마진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LH 인천본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답변 외에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우리도 분양가 산정을 위해 열심히 작업했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등 노력한 부분이 많은데 곤혹스런 면이 많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LH의 분양전환가격 통보에 대한 감사원 청구와 LH본사 및 인천본부 앞 집회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미 공식적으로 통보된 분양가를 변경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