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사회의 흐름, 논쟁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
상태바
페미니즘, "사회의 흐름, 논쟁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5.13 16:1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지 아카데미] 1강. 성인지 감수성 깨우기 - 페미니즘 이해하기

인천 민우회는 지난 12일부터 성인지 아카데미 강사양성 과정 교육을 시작했다. 첫 강의는 김홍미리 강사의 ‘성인지 감수성 깨우기-페미니즘 이해하기’로 열렸다. 이 날 강연은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최근 화두로 등장하는 '여성 혐오' 등을 다루었다. 
 


김홍미리씨가 강사로 초빙되어 첫 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이미루 기자

페미니즘, “관계와 논쟁 속에 발전하는 것” 

작년 여름, ‘메갈리아’라는 커뮤니티가 등장했다. 이 커뮤니티의 등장 이래로,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거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할리우드 스타들의 페미니스트와 여성주의 운동에 본격적으로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흔히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남녀평등’, ‘여남평등’, 혹은 ‘양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단순히 양성평등이라고 한다면, 성별을 단 두 가지로 제한 한다는 얘기”라며, “페미니즘은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아래, 성별구분 없이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김홍미리씨는 페미니즘은 “논쟁적이며, 사회의 흐름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페미니즘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고 움직이는 세계”라고 덧붙인다. 

그녀는 “페미니즘을 단순히 하나의 이즘(ism)으로 박제화 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가 말하는 페미니즘이란 “생활 속에서 녹아나는 것”으로, “실천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김홍미리씨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어 지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그녀는 “언론에 김치녀나 된장녀처럼 ‘~녀’같은 대상화가 쉽게 일어나는데, 이는 남성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예시로는 “여성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대해, ‘개그코드’라는 식의 이미지를 씌워 대중화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대전에 위치한 한 체인 커피숍에서 ‘여자친구 만드는 방법’이라는 입간판을 세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해당 입간판의 마지막 문장은 “혹시 만약에 차이면 다시 와라. 뜨거운 커피를 줄 테니 얼굴에 부어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입간판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녀는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본인의 얼굴에 뜨거운 커피를 붓는 사람을 마주한다면 모두 두려울 것“이라며, 이처럼 여성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웃음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성인지 아카데미 강사양성' 과정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 사진 = 이미루 기자

“일베와 메갈리아. 이성혐오 현상?” 

김홍미리씨는 “메갈리아 등장 이후, 미러링(Mirroring)의 방식을 통해 남성혐오 표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다음소프트 최재원이사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당시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분석에 의하면 “남성혐오를 뜻하는 단어는 올 해 6월(2015년)까지, 한 달에 1~2번 정도 나오거나 아예 없었다. 반면 김치녀, 된장녀 등 여성혐오 단어는 분석을 시작한 2011년부터 연 3만~15만회나 됐다”고 한다. 

메갈리아 커뮤니티가 주도한 ‘소라넷 폐지운동’과 ‘가슴 다림질(여성의 가슴을 뜨거운 돌 등으로 지지는 행위, 강간 방지라는 명목으로 카메룬Cameroon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녀는 “메갈리아가 소라넷 폐지운동을 진행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여자들이 뭘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강간사건이나 몰카 등의 사건에 대해서도 모든 언론의 시선은 여성의 몸과 피해자를 향해서만 집중 될 뿐, 가해자에 대한 시선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인공지능이 나오고 사회가 이렇게나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나흘에 한 명 꼴로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소라넷을 포함 여성을 대상화하는 일에 대해 침묵하거나 '점잖은 대응'만을 요구 했을때, 여성들을 향한 폭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여성을 대상화하고 범주화시켜 소비하는데 익숙해질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짜 페미니스트” 

김홍미리씨는 페미니즘을 ‘진단’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녀는 "어떤 사람들은 메갈리아의 운동방식에 대해 ‘그건 진짜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한 영화 칼럼리스트는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는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다”며, “페미니즘은 그들이 말하는 것 처럼 범주화되거나 진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웬디 브라운의 ‘우리의 대상을 날려보내자’를 인용하며, “페미니즘 대상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성취 가능한 새로운 형태를 갖게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관해 언급하면서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는 지지해’라는 식의 구분짓기는 결국 구획나누기 방식으로 “페미니스가라는 전형에 구획을 나눔으로 그들이 세력화 되는 것을 막는다”고 강조햇다. 

그녀는 “페미니즘은 단순히 이성혐오를 조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논쟁 속에 페미니즘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왜 화가 나는지, 혹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 사유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부를 통해 나와 타인의 차이를 좁혀 갈 수 있다”며, “단순히 책을 읽고 사유하는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서 실천하게 될 때, 내 사유방식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자신의 위치는 어디인지 확인 할 수 있는 계가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실천하며 살기 위해서는 ‘빈틈’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이라는 틀에 자신을 꼭 맞추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을 삶의 방향으로 놓고 이를 위한 사유를 멈추지 않아야 더 편하게, 오래 활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녀의 강의를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치는 등, 강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때론 자신의 경험 등을 이야기 하며 ‘한국 사회의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다. 
 

※ 다음 강연은 5월 19일 (목)요일 오전 10시이며, 강의 장소는 부평 풀뿌리여성센터 4층(굴포천역 부근)이다. 기타 자세한 문의사항은 인천 민우회 (032-525-2219)로 문의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장혜순 2016-05-13 19:59:20
이기자님^^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무수한 차별과 폭력(다양한)을 행하는 사람들은 무지해서 그런 행동을 한다고 봅니다. 이런 강좌를 통해 좀더 평화롭고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기사도 깔끔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여성이 웃는 그날까지, 모두가 웃는 그날까지!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