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회적 기업의 유대강화와 자립·성장을 위해 지역 사회적 기업가들이
지난달 15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인천시사회적기업협의회' 출범식을 가졌다.
협의회는 인천의 사회적 기업 18개와 예비 사회적 기업 11개가 모여 만들었다
① 인터뷰 - 양준호 인천대 교수(지속가능인천발전연구회 대표)
② 사회적 기업의 현주소 점검 - 인천 사회적 기업 운동 어디까지 왔나?
③ 사회적 기업 주요 이슈 분석 - 현실을 딛고 '희망과 연대'를 위해
④ 짧은 인터뷰들 - 사회적 기업의 현장을 만나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인천시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 조례안' 원안통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자체 지원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산업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기업의 정착을 위한 물꼬를 텄다.
조례에서는 시장 직속의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 위원회'를 둬 지원 내용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 시가 매년 종합적인 육성계획을 세우도록 의무화했다. 시가 사회적 기업에 부지ㆍ시설 확보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담겼다.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그들이 생산한 물품ㆍ서비스 등을 시가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의회의 이 조례안 제정은 지난 2007년 정부가 사회적 기업 육성 관련법을 제정한 후 2년 만의 일이었다.
이를 두고 일선 사회적 기업 관계자는 "당초 조례 제정의 취지나 내용에 비춰 지자체 차원의 사회적 기업 지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사실상 조례만 만들어 놓고 실질적인 지원이나 그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아 지금은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그동안 인천시가 일자리 창출 정책과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언급했듯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조례가 이미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시행규칙 제정 미비를 이유로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추세에 따른 '면피용' 또는 '생색용' 조례라는 따끔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전시는 지난 5월 대전의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사회적 기업별 후견기업 지정 사업을 시행했다. 앞으로 결연대상을 대학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자체별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눈에 띄지만 정작 '국제도시', '명품도시'로 발돋움한다는 인천시는 일시적 일자리 확대에 급급한 정책으로만 일관하는 모양새다.
남승균 인천대 지속가능인천발전연구회 책임연구원은 "서울, 경기, 인천에서의 사회적 기업 수가 전국 사회적 기업의 46%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도권에서 전국 대비 인천은 6%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인천은 행정적 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할 여타 조직도 전무해 사회적 기업 관련 정책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의 사회적 기업은 노동부의 인증심사소위원회 사전검토, 현장실사, 사회적 기업 육성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0년 6월 현재 19개 기관에서 인증을 받고 운영 중이다. 그리고 10여 개 예비 사회적 기업들이 준비하고 있으며 지역자활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자활공동체들이 사회적 기업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이 지난 3월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 사업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영업실적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정부지원금이 없다면 사회적 기업의 손실은 훨씬 큰 폭으로 중대될 수밖에 없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의 인건비 비중은 42~86%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인건비 대비 매출액을 살펴 보면 48~72%로 역시 높았다. 이러한 고비용구조로는 경제적 성과는 고사하고 지속가능한 경영구조조차 엄두를 내기에 어려워 보였다. 당장 정부의 인건비 보조가 끊기면 막대한 적자를 떠안거나 문을 닫아야 할 운명인 것이다.
인천지역 인증 사회적 기업 사업체의 업종별 분포(2010년 3월 기준 17개 사업체)를 보면 간병·가사지원 12%(2), 교육(1) 6%, 문화예술(1) 6%, 보건(1) 6%, 보육(3) 18%, 사회복지(2) 12%, 기타(7) 41%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인형태별로 개인사업자 33%, 주식회사 22%, 기타 45%로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사례가 많았다. 조사대상 사업체가 말하는 시급한 개선과제로는 '경영자금의 지원(50%)'과 '지자체의 협조(25%)'를 우선으로 꼽았다. 참여자 능력개발, 민간기업과의 협력적 태도, 사회적 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이 뒤를 이었다.
김학동 도농직거래상생사업단 부장은 "앞으로 지역의 사회적 서비스, 환경·문화 분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의 역할은 감소하고 민간부문의 그것은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사회적 기업의 구실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그에 맞춰 사회적 기업, 민간기업, 정부 및 지자체가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해 연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이 갖는 역할과 의미에 비해 그들이 자생력 있는 기업으로서 성장하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많은 편이다. 특히 정부지원을 받던 비영리단체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원의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인천지역 사회적 기업의 현실도 여기서 벗어나 있지 않다.
김용한 사회적 기업 청소사랑 대표는 "생존과 경영에 열악한 환경이지만 더불어 사회적 기업 경영에 대한 노하우와 능력이 일반 기업보다 떨어지는 문제, 취약한 민주적 운영과정과 소통방식,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 일반시장에 대한 적극적 마케팅 등 사회적 기업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며 "이 때문에 외적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작업과 함께 사회적 기업의 내적 역량을 키우는 것도 숙제"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의 내적 역량과 관련해 귀담아 들어야 할 '쓴소리'가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기댄 채 기업가로서의 경험도 자질도 갖추지 못한 경우, 더욱이 기업가 정신이 결여된 활동가 중심의 운영체계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아울러 고된 훈련과 학습의 과정 없이 보호된 시장이나 프로젝트성 지원에만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송경용 성공회대 아시아시민사회대학장은 "사회적 기업은 역사적, 철학적, 현상적으로 분명하게 천박한 자본주의를 보완해 나가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가치와 의의를 충분히 갖는다는 데 이의가 없다"면서 "다만 그런 가치와 의의가 좀 더 고양되기 위해 우선적으로 공공영역의 관계의 틀을 개선해야 하고 민간 주체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지역의 정권교체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 새로운 기대를 불어넣었다. '함께 사는 인천'을 기치로 송영길 인천시장이 2014년까지 질 좋은 일자리 20만개 및 사회적 일자리 3만6,000개 창출의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송 시장은 지역 특성에 맞는 사회적 기업을 2014년까지 100개로 늘리고 예비 사회적 기업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했다.
권순실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녹색경제와 소비분과 위원장은 "현 지방정부의 포부와 계획에 일단 기대를 걸어볼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으로 고용의 지역화, 주민참여 확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업 발굴 및 육성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정부주도의 사회적 기업 육성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자체 등의 참여를 통한 지역기반 사회적 기업의 육성 지원, 지역 내 비영리기관의 역할이 강조된다"라고 조언했다.
인천사회적기업네트워크는 최근까지 지난 1년 동안 사회적 기업의 바람직한 운영과 역할을 위해 인천발전연구원,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지원센터, 그리고 인천대 등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간담회와 토론회, 실무협의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생존토대를 함께 고민했고 시민, 기업, 행정에 대한 인식확산에 주력해왔다. 인천사회적기업네트워크는 지난 7월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로 탈바꿈했다. 인증 사회적 기업뿐만 아니라 예비 사회적 기업도 여기에 동참했다.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 관계자는 출범식에서 "새로운 각오로 인천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송영길 시장의 일자리 창출 공약 완성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력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인천' 건설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실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사회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 사회적 기업 관계자 스스로는 물론 지역사회의 인식이 깊어져야 할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을 늘리고 지역대학과 연계해 사회적 기업 아카데미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한다거나 우선구매를 위한 기업체와의 연계, 사회 서비스 개발과 우선지원, 성공적인 모델발굴과 보급 등 총체적인 사회적 기업 육성책이 하루속히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도움말:조민호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