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한 단 사려고 마트가는 길.
저만치 앞에서 신병선 할아버지가 뒤뚱뒤뚱 콩콩콩 걸어가신다.
멀리서 봐도 어떤 옷을 입으셔도 나는 신병선할아버지를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신병선할아버지는 걷는게 특별하시다. 애기처럼 뒤뚱뒤뚱, 보폭도 짧게 콩콩콩콩 콩처럼 걸으신다.
"할아버지~"
"어~"
"어디 가세요?"
"응,은행."
"우와~은행이여? 우리 할아버지 돈 많으신가보다아~."
"응, 나, 돈 많아."
신병선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아 끄신다.
나도 할아버지따라 엉겁결에 새마을 금고에 들어갔다.
번호표를 뽑고 할아버지가 데스크에 두팔을 걸치고 서서 예쁘게 차례를 기다리신다.
"어르신~ 기다리시는 동안 이거 드세요.~"
예쁜 직원이 신병선할아버지에게 알로에주스 한 잔을 따라 건네주신다.
"고맙습니다, 잘 묵으께요."
신병선 할아부지 큰소리로 대답하시며 주스가 든 종이컵을 받아 한 번에 쭈욱 들이키신다.
꼭 약주를 한 입에 톡 털어드시는거 같다.
"할아버지, 그렇게 급하게 드시면 안되여어. 천천히 드셔야해요.물도 천천히 조심조심드셔야돼요. 물도 잘 못마시면 체하세요."
"응, 알았떠여."
하시며 신병선 할아버지 애기처럼 해말게 웃으신다.
"근데 할아버지 오늘은 돈 찾으러 오셨어요? 아니면 돈 넣으러 오셨어요?"
"응, 돈 넣으러 왔어."
하시며 신병선할아버지 손에 꼭 쥐고 있던 오백 원 짜리 동전 한 개를 보여주신다.
"와~ 우리 할아부지 저축대장이시구나아."
"응, 나 맨날 맨날 저금해."
"와 맨날맨날이여? 우리할아버지 금방 부~우자 되시겠네에~~"
"응, 이거 봐봐. 나 돈 많아. 매일매일 저금해서 ~"
신병선할아버지가 신바람나셔서 할아버지통장을 보여주셨다.
할아버지 통장을 보니 어제도 오백 원. 그제는 오백 오십 원.
그그저께는 오백원.
신병선할아버지는 매일 매일 오백 원 씩 새마을금고에 와서 저금을 하고 계셨다.
"할아버지지, 오백 원 누가 매일매일 줘요?"
"응, 우리 아들이 줘."
"와~ 할아부지 좋겠다아."
"응,좋아~~~"
심계옥엄니랑 사랑터에 함께 다니셨던 신병선 할아버지.
작년에 큰 수술을 하셔서 사랑터에 나오지 않고 지금은 집에 계신다.
짝꿍인 소해순할머니가 지극정성으로 신병선할아버지를 집에서 보살피신다.
신병선할아버지는 사랑터에 다니실 때 노래부르고 춤추는걸 좋아하셔서 노래선생님들이 사랑터에오시면 제일 먼저 앞에 나가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셨단다.
종이에 노래가사를 적어 꼭꼭 접어 집안 구석구석에 꽁꽁 숨키셨던 신병선할아부지.
어느날 내가 할아버지에게 여쭤봤었다.
"할아버지 노래를 왜 종이에 적어서 숨켜요?"
"응...내 보물이야. 보물은 숨커야돼."
신병선할아버지 집에만 계시기 답답해하시니 아마도 아드님이 할아버지 운동하시라고 매일 오백 원을 드리고 저금하러 새마을금고에 보내시나보다.
다른 곳에 가면 길을 잃어 버리실 수도 있으니까 ...
오백 원 들고 매일매일 새마을금고에 저금하러 오시는 신병선 할아버지.
할아버지 눈에 눈꼽이 끼었다.
휴지를 꺼내 떼어드리고 할아버지손을 잡고 마트에 갔다.
"하부지 드시고 싶은거 몽땅 다 고르세여~ 내가 오늘 쏜다아~~~~"
"쏴?~~~"
"네,머시든 할아부지 잡숫고 싶은 거 다 고르세여."
"쏘믄 안돼.죽어."
"하하 하부지 쏘믄 안돼 ?"
"응, 앙대."
"알겠어여~~하부지 뭐 드실래요?"
"나 돈 없어. 저금해서."
"저 있어여. 이거루 하부지 드시고 싶은거 다 살 수 있어여."
할아버지께 카드를 보여드리니
"나 먹고싶은거 없어."
아무것도 드시고 싶은게 없다는 할아버지.
"진짜? 나는 이거 먹구 싶은데~~~
부라보콘 한 개를 집으니
신병선 할아버지도 부라보콘 한 개를 집으신다."
부라보콘 한 개씩 먹으며 신병선 할아버지랑 콩콩콩 집으로 돌아오는길.
"하부지, 들어가세요."
"응 ..."
"이거 소해순할무니갖다드리세요."
"응..."
부라보콘 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시는 신병선 할아버지 콩콩콩걸음을 보니 또 눈물이..
그나저나 나 뭐 잊은거 있는데
아~ 파 ~~~~~이노무 쥐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