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으로 이어지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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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으로 이어지는 공동체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6.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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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경계속에서 공유를 찾다'

삭막한 도심에서 텃밭을 매개로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년 출범 10주년을 맞이하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이하 도농네트워크)가 그곳이다. 이들은 지난 2007년 국내에선 최초로 도시농업을 매개로 한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도시농업네트워크 옥상 위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사진 = 이미루 기자


도시 농업을 계기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람들

도시농업은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닌, 도심 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베란다 텃밭', 혹은 '옥상 텃밭'처럼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농작활동을 의미한다. 도농네트워크 신영옥 팀장(회원사업팀)은 "조그만 텃밭은 물론 공동체 텃밭 활동 등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2007년 도농네트워크가 만들어 질 당시, 인천 소재 여러 단체들이 농업을 매개로 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공유하고 이들을 연결하기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시작했다. 도심 속에서 마주하는 복지문제, 여성, 청소년, 장애인 인권 문제 등을 새로운 공동체의 영역으로 끌어와 서로 마주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지역 내 경로당을 찾아 함께 텃밭을 만들기도 하고, 장애생태텃밭, 청소년 생태텃밭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살아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태텃밭 강사를 양성하여 새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구성된 생태텃밭 강사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2012년 도시농업법이 시행됨에 따라 네트워크 형태로 존재하던 이 단체는, 회원을 구성하고 독립적인 단체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옥상텃밭, 생태공원 등의 공동체 구성이 각광받게 됨에 따라 나날이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텃밭에서 만드는 공동체 
 

텃밭을 가꾸는 활동은 물론 도심양봉 활동을 하기도 한다. 사진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도농네트워크는 도시농업을 위한 전문가 양성 과정은 물론, 공동체 텃밭 구성,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서의 텃밭 구성 등을 위한 컨설팅 활동도 진행한다. 이 외에도 농민들과 연대를 통해 먹거리 이슈를 부각시키고, 바른 먹거리와 토종 종자 지킴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공동체 텃밭의 경우 1년을 주기로, 매년 회원을 모집하고, 교육과정을 통해 농업의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여러 사람이 함께 텃밭을 경작함에 따라 그 과정에서 서로 의사소통이 활발해 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는 각종 농업 관련 조언을 구하는 장이 되기도 하고, 지역내에서 새로운 모임을 구성하기도 하며, 사회적 이슈에 관해 공유하고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신 팀장은 "먹거리 문제 등에 문제의식이 있는 분들이 텃밭 활동에 많이 참여하시는데,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킨다거나, 이슈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나누는 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농네트워크는 토종씨앗을 보호하고, 이를 시민들과 나누기도 한다. 사진 = 이미루 기자

신팀장은 "주말농장 같은 곳을 가 보면 그 곳에서도 옆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다. 서로 물어보고 대답해주며 알아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도농네트워크는) 이런 일반 농장 형태와는 달리 왜 같이 하려고 하는지를 고민하고, 밭을 통해 개별화된 도시 시민들에게 공동체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농네트워크는 텃밭을 가꾸는 활동 뿐 아니라, 텃밭 상영회, 토종씨앗 지키기와 나눠주기, 게릴라 가드닝, 씨앗폭탄 만들기 행사 등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또한 자체적으로 채종포(지속적인 재배가 가능하도록 안정적인 씨앗을 재배하기 위해 운영하는 밭)을 운영함으로써, 토종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물론 수확한 작물에서 2차, 3차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씨앗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시작했다. 


새로운 삶의 방식, '도시농업'

 

도농네트워크는 세 차례에 걸쳐 도심속 빈 공간에 텃밭을 만드는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했다. 사진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전 세계적으로 도시 농업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 다양한 형태의 텃밭 조성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잔디 대신 텃밭 만들기 운동', '로컬푸드 운동', '참여형 공원 조성'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는 것은 물론, 게릴라 가드닝 등을 통해 도심 속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이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서울시에 있는 모든 건물 옥상에 도시텃밭을 조성하거나, 태양에너지를 통한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는 도시텃밭가꾸기 메뉴얼 등을 전자책(E-Book)형태로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이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의 경우 이와 관련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정책적 지원이 열악한 상황이다. 신 팀장은 "인천에서는 공동체 텃밭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고, 관련 예산역시 줄어들고 있다"며, "인천에서도 마을만들기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높이고는 있지만, 절대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탓에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인력풀(pool)이 형성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내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전자변형 식품(GMO)와, 화학비료 등 온 갖 화학물질 등의 위협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고, 도심 속 작은 텃밭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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