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에 새로 지을 공항을 두고 밀양 주변과 부산지역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미 2012년에 대선공약으로 나온 이야기인지라 사람들의 가슴에 불이 지펴진지는 오래다. 공항은 단순한 비행기의 터미널이 아니기에 건설이 시작되면 수 십 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작지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항 조성에 투입되는 비용은 약 10조원 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두 지역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결정되지도 않은 공항을 부르는 명칭부터가 다르다. 밀양은 남부권 신공항으로 부산은 동남권 신공항이라고 부른다.
공항부지를 선정하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공항은 사용객의 수요, 입지환경, 건설여건, 부지에 대한 보상, 추후관리 등 복잡한 요소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선 주변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서 관련 전문가들의 연구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들을 보면 어느 지역이 더 적절한가에 대한 내용보다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공항유치를 위해서 서로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부산·울산·경남의 인구는 어림잡아도 천만이 넘는다. 수도권 다음가는 규모이다. 이 많은 인구를 김해공항 혼자서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은 김해공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천터미널 앞 버스정류소를 보면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공항리무진버스가 온다. 공항버스가 인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인 부산에서까지 온다는 사실은 인천공항의 영향력이 그 만큼 큰 것이기도 하지만 경남의 공항시스템이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른 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공항부지의 선정은 신중을 기해야한다.
그러나 필자가 바라는 신중은 아마도 다른 차원의 신중이 아닐까 싶다. 이는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은데서 연유한 신중이 아니라 결정의 차원이 정치적인 사안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거 때 공약으로 지역개발에 관련된 내용을 내거는 모습을 너무 오랫동안 봐와서 사실 이런 풍경이 익숙하고, 심지어 거대한 개발사업은 결국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방선거를 기억해보라! 온통 개발사업에 관련된 내용들 아니었던가? 심지어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뉴타운은 적어도 서울을 강타했었다. 18대 국회의원선거를 한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반공이 국시였던 불안정한 민주공화국으로 출발한 우리나라는 보수양당체제로 정치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선거를 치룰 때 정책이라고 하면 결국 지역주의 기댄 개발공약이 핵심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계속 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실제로 개발이 이루어져 덕을 본 사람들이 생기니 좀처럼 이런 구조를 바꾸기가 어려워 보인다. 인천공항이 만들어질 때, 영종도에서도 큰 금액의 보상이 이루어졌는데 사실 이 때의 이야기는 인천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대선정국 당시 전략적으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신공항에 관한 이야기는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경남 내에서 두고두고 큰 갈등을 만들어낼 것이다. 정치인들은 향후 정치일정과 다음 선거 등을 계산하면서 자신들의 지역에 유리한 목소리를 낼 것이며 토지와 개발시행에 따른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들도 한 자리에 모일 것이다. 서로를 미워하고 상처 줄까봐 걱정된다.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이 깊은 사안에 지역이라는 방어막 혹은 가면을 쓰면 안 되겠다.
이야기를 인천으로 돌려보자. 인천 청라에서는 청라의 교통과 관련된 현안들을 두고 촛불집회를 한다고 한다. 지역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유이고, 민주시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촛불집회의 시작이 무엇인지는 한번쯤 찾아보고 촛불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청라에서 요구하는 사안 중에 강남역으로 가는 광역버스 노선이 눈에 들어왔는데, 강남역에서 인천으로 가는 노선을 한번 타보시길 권한다. 오랜 시간 동안 인천의 다른 지역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다.
한 가지 더 서구에 일부 주민들은 줄기차게 인천시청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무리수라고 생각한다. 인천의 재정적자폭은 13조원 정도이다. 가정오거리에 텅비어 있는 공터는 필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시청의 이전이 해결책은 아닌듯하다. 무조건 옮기지 말자는 것이 아니고 좀 더 고민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직 신도심과 구도심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새롭게 개발이 진행되면서 기존의 구도심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오지 않았는가?
연수구와 남동구가 개발되고 그 상징적 신호탄으로 현재 중구청 자리의 시청이 구월동으로 이전했다. 동인천은 그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시청을 옮기면 또 그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광주의 중심축 중에 하나였던 광주역 주변은 KTX호남선이 완전개통하면서 거의 폐허가(이는 상징적인 표현이기에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께는 양해바란다.) 됐는데 이는 KTX가 모두 광주송정역으로만 경유하기 때문이다. 기차가 정차하던 인근의 장성역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 의견을 내고 집회를 열고 회의를 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런데 그 내용도 같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자기 사는 지역의 지가, 아파트가격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세입자도 같이 좋을 수 있는 내용이라면 지역발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야 토목공사 공약이 없는 선거를 맞이할 수 있다.
다음엔 님비현상을 다뤄도 좋을것 같습니다.
잘 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