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게 그르케 말을 이뿌게 잘한디야아~"
"슨상님? 어디 사는가?
나 슨상님 동네로 이사가고 시픈디..."
"나랑 사진 한 장 찍으까아. 울쩍할때 우리 선상님 환하게 웃는거 보믄 속이 다 시원헐거 같은디. 으트게 이 늙으이랑 사진 한 장 콱 박아줄랑가? "
비내리는 금요일과 토요일,
치매가족들이 강원도 횡성 숲체원으로 캠핑을 갔습니다. 1박 2일 동안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인천광역시 치매센터에서 치매보호자들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하루만이라도 돌보는 치매가족과 떨어져 온전히 보호자 자신들에게 쉼을 주라는 귀한 마음 덕분에 버스를 타고 비오는 날 비소풍을 간 것이지요.
비가 많이 와서 예정된 숲체험 활동은 못했지만 물치료,명상치료,운동치료를 했어요.
그러나 이러 저러한 프로그램보다 치매가족보호자들께서 젤로 좋아라하신건 그저 잠시동안 고단한 몸과 마음을 툭 내려놓고 쉴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어요.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평온한 시간이요.
비오는 밤 마이크가 시계방향으로 돌아갔어여. 꼭 수건돌리기를 하는 것 같았지요. 저마다 가지고 있는 아픈 사연들이 시계바늘 처럼 돌아갔어여. 누가 말을 시키길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아프고 시린 상처가 밖으로 툭툭 튀어나왔어여. 돌보고 있는 치매가족이야기를 하면서 펑펑 우셨어여.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함께 울었던 참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이기에 한 분 한 분 이야기할 때 마다 길고 긴 이야기임에도 조금도 지루해하지 않고 귀기울여 열심히 들어주셨어요. 그동안 얼마나 하고 싶은 말씀들이 많으셨겠어요. 그저 자신의 아픈 속을 밖으로 꺼내놓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잠깐동안에도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고 밥은 먹었냐 어디 나가면 안된다 하시며 나와있어도 치매가족 걱정을 하고, 챙기고, 언제 올거냐는 치매식구들의 계속된 전화로 그렇게 하루는 저물어 갔어여.
비내리는 밤 저는 모든 불을 다 끄고 제 그림책 '누꼬?'를 읽어 드렸습니다. 모두가 지금 똑 같은걸 겪고 있는 분들이기에 공감하는 눈물을 흘리셨지요. 그리고 '할매 할배 참 곱소'도 읽어드렸어여.
어떤 장면에서는 하하하 웃기도 하시고 어떤 장면에서는 엉엉엉 울기도 하셨지요.
비소리에 울음소리에 그렇게 우리의 치유의 밤은 깊어갔답니다.
"하루만 더 있다갔으면 좋겠다..."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말씀들을 하시고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치매보호자분들은 또 이런 기회가 해마다 있었으면 좋겠다하시며 아쉬운 작별을 했어여.
우리 치매보호자분들 비오는날 힐링소풍으로 에너지 빵빵하게 채우셔서 집으로 돌아들 가셨는데 지금 이시간 모두들 저마다의 자리에서 또 열심히 치매식구를 보살피며 오늘을 바쁘게 지내고 계시겠지여.
마흔 일곱 살 아들이 치매에 걸려 이 귀한 자리에 오게 되었다며 이 또한 감사하다는 늙으신 엄마, 밤새도록 언제 집에 올거냐는 아들의 전화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주무셨는데 지금은 애기가 되어버린 마흔 일곱 살 아들은 늙으신 엄마옆에 껌닥지처럼 딱 붙어 안심하고 있겠지요.
그리고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모셨는데 맨날 집에 오고 싶어하신다는 칠십 세 남편을 집으로 모셔야하나 어쩌나 늘 고민이신 아내분 지금 이시간 울고계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당신은 집에 오구 싶어하는데 집에 오믄 베개맡에 오줌을 질펀하게 싸놔. 여보 왜 여기다 오줌을 쌌어요? 하고 물어보면 화장실이 어딘지 몰라서 그렇게 말해‥그리고 똥을 싸서 손으로 닦아. 손톱에 똥이 시꺼멓게 끼지. 그리고 그 똥 묻은 손을 입에다 넣기도 하고 또 벽에다 여기저기 발라. 이러니 내가 어떻게 집에 모실 수 있겠어‥"
이러니 당신바램 대로 집으로 모셔 올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치매에 걸린 아부지를 요양원에 모시고 자식노릇 못하는거 같다고 이야기하는 내내 눈물 흘렸던 서른 일곱 살 미혼아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매순간 건강하고 기쁘게 지내시기를 두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