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갔다할아버지가 산보를 나오셨습니다. 왔다갔다 할아버지 큰 아드님이 할아버지 뒤를 천천히 따라갑니다. 지금 시간 오후 다섯 시 사십 분입니다. 왔다갔다할아버지가 저녁 산보를 나오신 겁니다.
오늘 왔다갔다할아버지의 마지막 산보입니다.
왔다갔다할아버지는 하루에 세 번 산보를 나오십니다. 그럴 때마다 늘 왔다갔다할아버지 뒤에는 짝꿍인 붕붕카할머니가 따라가실 때도 있고 왔다갔다할아버지의 며느님이 따라갈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왔다갔다 할아버지의 아드님이 따라갈 때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길 잃은 할아버지를 경찰차가 모셔온 후부터 할아버지 산보가시는 길에 가족 한 분이 늘 뒤따라다닙니다.
오늘 점심에 왔다갔다할아버지는 짝꿍인 붕붕카할머니랑 저 짝으로 한 바퀴 돌러 가셨습니다.
왔다갔다할아버지 뒤를 따라 걷는 가족들을 보면 마음은 안타깝고 짠한데 참 고맙고 감사합니다.
참으로 특별한 가족입니다.
강아지 감자를 쉬야시키고 들어오는길.
왔다갔다할아버지와 큰 아드님을 금새 또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붕붕카할머니도 함께입니다.
"할무니~~~"
"오야~어디 갔다 오나?~"
"강아지 쉬 시키러요. 할머니는 어디 다녀오세요?"
"노인정에~"
왔다갔다 할아부지에게 고개숙여 깊은 인사를 하니 왔다갔다하부지가 시크하게 한 손을 척 들어 인사를 받으십니다. 까도남처럼 시크하게 쓱 보일락 말락한 웃음을 날려주시면서여.
"할아버지~ 오늘은 기분좋아여?~."
하고 말씀드리자
할아부지는 "응,기분 좋아"하고 말씀하시고
붕붕카할머니는 "언제는 기분이 나빠 보이드나?"하십니다.
"아니여 울 할아부지 맨날 맨날 기분 좋아보이셔요~"
그러는 와중에 양말할머니가 저짝에서 걸어오십니다.
"할머니, 어디 가세여?"
"라멘 사러"
"라멘? 몸에도 안좋은걸. 밥드시지."
"밥먹기 시러서 떡국 잡아넣고 한 끼 때울라고."
"낼 몇시에 만나?"
양말할머니가 붕붕카할머니에게 묻습니다.
"낼 어디가세요? 할무니들?"
"노인정~"
"노인정 가는 시간을 잡으시는거예요?
"어~"
아침에 학교갈 때 만나서 함께가자 약속하는 아이들처럼 우리 할무니들도 노인정갈 때 약속해서 만나 함께 가시는 모양입니다.
양말할무니랑 붕붕카할머니가 말씀하시는동안 왔다갔다 하부지 계단에 서서 어서 빨리 가잔 얼굴로 왔다갔다하십니다.
"먼저 들어가여. 기다리긴 뭘 기다려~"붕붕카 할머니 목소리에 까슬한 날이 섰습니다.
"아,우리 이쁜 할무니 왜 그랴아? 할아부지가 할무니 너무 사랑하셔서 그러시는데에~"
"사랑은 개뿔..."
"구루마 끌고 다녀~ 자빠질라."
붕붕카대신 지팡이를 짚고 나오신 붕붕카할머니에게 한걱정하시며
양말할머니는 라면 사러 마트로 가시고 지팡이 짚고 나오신 붕붕카할머니는 계단 짧은 턱에 걸려 휘청거리십니다.
할무니~깜짝놀라 나는 얼릉 할머니 팔을 잡아드렸습니다.
붕붕카할무니는 그 경황에도 심계옥엄니걱정을 하십니다.
"김선생 어무니는 괜찮아지신거 같던데. 좀 어떠신가?"
" 괜찮기는여. 며칠 전에도 약잡수시다 갑자기 쿵 쓰러시셔서 식겁을 했는데요‥"
"와 또? 에고 김선생 그래서 그 큰눈이 십리는 들어갔구만그래." 붕붕카할무니 부축하며 계단을 올라오니 왔다갔다하부지 엘리베이터버튼을 잡고 기다리십니다. 9층이지?
붕붕카할무니 말에 왔다갔다하부지 엘리베이터를 눌러주시고 오케이하는 내게 왔다갔다하부지엄지손가락을 척 내미십니다. 하부지하이파이브하며 엄지손가락을 하부지에게 대드리니 이티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에게 오래오래 함께 가고 싶은 길동무 입니다. 헤어지지말고 지금처럼 함께이고 싶습니다 ..꼭 그랬음 좋겠습니다.
하부지 오늘처럼 약주 안드시면 참 좋겠어요~..
혼잣말을 한건데 왔다갔다할아버지 오케이하는 손동작을 해주십니다.
우리 할무니 하부지들은 어떤 것이든 허투루 듣는게 하나도 없으십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