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고 마음이 너무 힘들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책을 읽어드리고 눈맞추고 두손 꼭 잡고 이야기하는 것이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장마라면서 비는 안오고 며칠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우리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좁고 습한 방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이 더위에 힘드실 혼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걱정이 많이 된다.
그리운 사람이 몹시도 그립고 그리운날 일산에 있는 요양센터에 계시는 할무니 할아버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리러 갔다.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ㅡ우리 할머니는 갈치와 병어를 좋아하세요ㅡ 하고 읽어드리니
할무니 한 분이
"나는 갈치 시려. 나는 병어가 ‥좋아"하신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 하부지‥ 모두가 휠체어에 앉아계실 만큼 몸도 많이 불편하시고 거의 모든 할머니 하부지들이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하부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리면 아이들처럼 너무 좋아하신다. 집중도 잘 하시고 대거리도 하시기도하고.
"나는 불고기 좋아"
하부지 한 분이 책을 다 읽고난 내 손을 잡고 말씀 하셨다.
"할아버지 불고기 좋아여? 저도 할아버지처럼 불고기좋아여"
젊은시절 누구보다 멋지고 힘쎈 씩씩대장이고 튼튼대장이셨을 할아버지 비록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침을 줄줄 흘리시고 기억이 저만치 도망가버려서 이 사람이 누군지 저사람이 누군지 모르시지만 여전히 할아버지는 멋지시다.
"재밌어요. 선생님 한 권만 더 읽어주세요." 요양사선생님들이 재밌다시며 한 권을 더 읽어달라신다.
그림책읽어주기의 앵콜인 셈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그림책 한 권만 읽어드리고 끝냈다.
오늘 나는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그림책을 읽어드리러 온 것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선이시다. 내가 책을 읽어주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미 다른 선생님들과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셨다. 그림책은 두 권을 준비해왔으나 그림책한 권을 읽어드리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몸상태와 안색을 한 분 한 분 자세히 살폈다.
책을 읽어준다는것은 글자만 읽는 것과는 다르다. 글자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한글만 알면 읽을 수 있다.그러나 책을 읽어준다는것은 글자만 따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과 마음을 넣어 정성껏 읽어드려야 하는 것이다. 그림책 한 권을 읽어드리는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맞장구도 쳐주시고 대답도 해주시고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두번째 그림책을 읽어드리기에 하부지 할무니들이 힘드실거 같았다. 내가 아무리 책읽어드리는걸 좋아해도 듣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부담이 되면 안된다.
요양사선생님들께는 따로 읽어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더이상 앉아계시기 힘드실 거 같으니 다음 주에 읽어드리겠다 말씀드리고 아쉬운 인사를 드렸다.
센터를 나오는데 할무니 한 분이 내 옷을 꽈악 잡아 당기신다.
"엄마‥ 어디 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