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이제 짧은 팔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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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이제 짧은 팔 입어요"
  • 김인자
  • 승인 2016.08.0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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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긴팔옷 두겹

"아~~ 심계옥 여사님?"
"왜?"
"오늘 패션 쥑이십니다."
"이뿌냐?"
"이뿌긴~~아,미차불겄네~
엄니!!"
"아구, 깜짝이야. 귀청 떨어지겄네.
나 귀 안먹었어야. 살살 말해도 되야."

심계옥엄니 사랑터가는 아침.
입추가 지났는데도 뭔놈의 날씨가 이렇게 더운지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한밤중에 눈감을 때까지 무쟈게 덥다.
그런데 이 폭염속에서 울 심계옥엄니는 긴팔 옷을 입고 사랑터에 가신다. 허긴 한여름에 긴팔 옷을 입는 것이 진정한 패셔니스타다 어찌구하는 신문기사를 읽은 것도 같은데.
그러나 패셔니스타고 뭐고 이렇게 푹푹 찌는 날씨에 얇은 옷 하나만 걸치는 것 만으로도 무쟈게 더운데 이런 살인적인 폭염속에서도 울 심계옥 엄니는 한결같이 꿋꿋하게 참으로 일관적이시다.
뭐시 일관적이냐면 울 심계옥엄니는 사계절 내내 긴팔옷을 입고 다니신다. 한여름에도 절대로 짧은팔옷을 입지 않으신다. 요즘처럼 이렇게 푹푹찌는 날씨에도 심계옥엄니는 절대로 짧은팔 옷을 입지 않으신다.
이유는 숭허다고 심계옥엄니는 맨살을 절대로 내놓지 않으신다.
늙어서 검버섯이 시꺼멓게 내려앉은 팔을 숭허게 어디 내놓느냐는 울 심계옥엄니.

"엄마, 할무니가 도미나크림 바르고 싶어하셔서 사다드렸어.할무니가 먼저 말씀하시지않으면 아는 척 하지마."
한동안 향수를 열심히 사다 나르던 큰 놈이 즈이 할머니에게 도미나크림을 사다 드렸나보다.
"할무니, 요즘에 그거 잘 발라?"
저녁밥 먹는 자리에서 큰놈이 즈이 할무니에게 문득 말을 꺼내자 심계옥엄니 당황하셨나보다.
갑자기 큰놈에게 심계옥엄니가 눈을 꿈뻑꿈뻑하신다.
"뭔데 뭔데? 요즘 내가 모르는 둘만의 비밀생겼어?"
모르는 척 내가 시치미를 뗐더니 "비밀은 무슨. 암껏도 아니다. 비밀같은거 읍따."
심계옥엄니 이렇게 딱 잡아떼시는 거다.
요즘 너무 더워서 땀난다고 안바른다하시더니  팔에도 바르고 얼굴에도 바르고 열심히 바르신다.

"엄니~"
"왜?"
"이제 짧은팔 입어요."
"시러."
"덥잖에."
"센터가믄 안 더워."
"근데 왜 긴팔옷을 두 개나 입어여?"
한 개만 입어도 긴팔이라 더운데."
"안더워. 우트게 홑껍데기 하나만 입어.공부하러가는 학생이.복장이 단정해야지. 선생님들이 숭봐."
"숭보지~선생님이 이 삼복더위에 긴팔옷을 두 개나 입혀보낸다고 엄니 딸을 숭보지~~"
이렇게 말하고 싶은걸 꾸욱 삼켰다.

"안 더워, 심여사?"
"안 더워. 센터는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줘서 추워."
"춥기는 ?엄니 긴팔옷 입을꺼믄 한 개만 입고 가"
"아 왜에~냅둬 이것이 예의여."
"땀을 뻘뻘 흘림서? 아 맘대로 하셔." 허긴 진정한 패셔니스타는 계절을 앞서가는 것이지.
"그라믄 심여사 이참에 우리 뽀다구나게 말장화 하나씩 사서 신으까아~"
"놀려라 에미를?"
"댕겨오소, 오마니..."

말은 이렇게 했으나 왜지? 이 눙물은. ?아 ?속상해.
저 목에 난 땀띠는 어쩔거야아.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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