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고통 속 주민 불만은 높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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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고통 속 주민 불만은 높아가는데…
  • 이병기
  • 승인 2010.08.12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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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왼편엔 쓰레기에서 나오는 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원형 철기둥이 보인다. 
한편으론 타지에서 들어온 쓰레기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후텁지근한 날씨에 쓰레기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악취까지 더하니 숨쉬기가 거북하다.

동작구와 서초구 등 서울시에서 쓰레기를 가져온 트럭들이 매립을 하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곳곳에는 '가스배출지역, 화기엄금'이란 푯말이 보인다. 가스를 배출하기 위해 박아놓은 철제 원기둥들이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세워져 있다.

이곳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서울 난지도 쓰레기매립지가 포화상태여서 문을 닫자 서울에서 인천에다 쓰레기를 갖다 버린다. 경기도는 물론 인천의 쓰레기도 포함된다. 그래서 이름도 수도권쓰레기매립지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인천은 그야말로 "까라면 까야 하는" 식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모든 게 '서울 중심'이던 때, 서울에 쓰레기를 묻을 곳이 없으니, 가까운 다른 지역을 찾던 중이었다. 그리하여 외곽인 인천 서구가 '낙점'됐다. 이렇게 수도권매립지의 '역사'는 시작됐다.


주변엔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고…

수도권매립지 드림파크 견학을 온 것처럼 보이는 관광버스가 2매립지 가운데를 지난다. 악취를 맡으며 구경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시야가 닿는 곳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서구 검단 2지구와 마전지구, 당하지구의 수많은 아파트가 이곳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현재 아파트가 건설중인 오류구획 정리지구 등을 더하면 지근거리에 위치한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마침 취재진이 찾아간 10일에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다. 지금은 원형 구 안에 쌓인 것처럼 '쾨쾨한' 쓰레기의 암모니아 냄새가 이곳을 뒤덮고 있지만,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냄새'가 눈 앞에 보이는 아파트까지 도달하기는 어렵지 않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정문을 오가는 대형 트럭들.

쓰레기매립지에서 차로 10분 거리 안쪽에 있는 서구 왕길동 유승아파트를 찾았다.

8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정영미(40)씨는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면 쓰레기 냄새가 많이 난다"고 불평한다. 정씨는 "쓰레기매립지 대신 공원이나 다른 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앞에서 만난 김수연(46)씨는 "공기가 나빠 여기 엄마들이 특히 비염에 많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 악취가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주변 공장에서 스티로폼과 고무를 태우는 냄새가 더 난다"라고 말했다. 그이는 이곳에서 10년째 살고 있다.

김씨는 "매립지에 조성된 드림파크 공원도 유모차를 끌며 걸어서 이용하기는 멀기 때문에 차로 이용하다 보니 자주 가지 못한다"며 "공원에 가면 자전거 도로나 인라인 시설은 있어도 어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지난 1992년부터 인천과 서울, 경기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묻기 시작했다. 당시 매립을 진행했던 1매립장은 2000년 10월 종료됐다. 현재는 2매립장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15년 이후 3매립장과 4매립장의 매립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으며, 수도권매립지 종합환경관리계획에 의해 2044년까지 연장이 예상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인천시, 쓰레기매립지 연장 사용은 반대하지만…

요즘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비용을 서울시에서 지원받고 매립지를 연장할 것이라는 논란이 뜨거웠다. 그러자 지난 10일 인천시가 쓰레기매립지 연장 사용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서구 주민의 일방적 희생 속에 매립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시는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 매립지공사 등과 진행한 매립기간 연장 협약 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겠다"며 "최악의 경우 매립기한(2016년) 이후 인천 외 타 지역의 쓰레기를 반입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매립지의 약 70% 지분을 소유한 서울시가 반대할 경우 대응할 논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매립지 사용 연장 반대에 대한 뚜렷한 대응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서울시를 설득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가 주민들의 희생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매립지 연장 사용에 서구 주민들 거세게 반발

수도권매립지의 이용기간 연장 계획에 서구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환경명소 브랜드화'를 위한 협정체결을 추진해 왔다. 애초 서울시의 경인아라뱃길 매각대금 세입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다 각 기관이 현안으로 삼는 문제들을 일괄적으로 정리하자는 뜻으로 큰 틀에서 협정을 체결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협정서는 각 기관 실무진들 사이에서 초안만 정리된 상태이다.

초안에는 환경관광명소화에 필요한 재원을 각 기관이 협의해 부담하고 매립지 부지매각 대금은 매립지에 재투자하기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서울시와 환경부 등 면허권자는 아시안게임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경기장 부지 제공에 협조하고, 협정서 체결 후 1개월 이내에 올 초 한강환경청에 신청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계획 변경이 인가받을 수 있게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계획 변경에 매립기간을 현행 2016년에서 2044년으로 늘리는 안을 포함한 것이다.

공사 측은 애초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할 때 2016년까지 2억8천900만㎥ 만큼 쓰레기를 묻기로 했으나, 쓰레기 감량화 등에 따라 현재 절반밖에 매립되지 않았기에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매립지가 들어서 있는 서구 주민들은 "매립기간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구발전협의회 김용식 회장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환경명소로 바꾼다 해도 쓰레기장은 결국 쓰레기장"이라며 "쓰레기장을 평생 끼고 살라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에 있냐"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여러 피해를 참고 살았는데 쓰레기 매립지를 영구화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인천시가 협정서에 도장을 찍는다면 인천시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인천시와 공사가 아시안게임 보조경기장 건설에 대한 서울시의 동의를 얻는 대가로 매립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매립지에는 골프장과 수영장, 승마장, 사격장, 조정경기장 등 5개의 경기장을 짓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골프장·승마장·수영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나머지 2개 경기장에 대해서도 문화부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이나, 문화부는 매립지 사용권한 70%를 가진 서울시와 먼저 협의를 끝내라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는 골프장에 대해서만 사용 동의를 했을 뿐이다.

이지학 서구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결국 서울시에서 경기장 건설 동의를 얻으려고 영구매립 권한을 주는 것 아니냐"며 "서울시의 매립지 매각대금 세입처리를 반대하며 재투자를 요청했더니, 관리주체인 공사가 오히려 매립권한을 영구히 주자는 발언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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