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신입생할아버지
우와 오늘은 계탔다~(신입생할아버지가 오셨다)
덥다고 저짝 벤치에 앉아계시던 보라돌이할무니랑 쩍벌려할머니가 이짝 그림책벤치로 건너오셨다. 덕분에 오늘은 그림책벤치에서 한 번만 책을 읽어드리면 되었다.
새로운 할아버지도 오셨다.
그런데 신입생할아버지가 휴지로 입을 가리고 계셨다. 노인정에서 앞으로 넘어지셨단다. 휴지를 떼고 할아부지 입을 살펴보니 아랫입술밑이 쪼꼼 찢어졌다.
그래도 다행이다. 어디 뼈라도 다치셨음 어쩔뻔했나. 입속은 괜찮으신가 걱정이 되어
"하부지 아~ 해봐" 하고 말씀드렸다.
아~하고 벌린 할아버지 입안에 피가 그득하다. 시뻘건 핏덩이도 있다. 이런 혀잘리신거 아냐? 속으로 놀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하부지 퉤~ 해봐라"했다.
하부지가 퉤한다. 시뻘건 핏덩이가 툭 떨어진다. 나는 재빨리 입안을 살폈다. 다행이다. 혀는 그대로 다 있다.
"하부지 아파여?"
하부지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얼마나 아프실까? 그래도 놀라실까봐 내가 먼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너스레를 떨었다.
"아프긴 ~피가 쪼꼼 난거다. 싸나이가 이 정도가지고 아프다고 하믄 안된다. 그래야 진짜 싸나이다." 그러면서 잔뜩 겁먹으신 할아부지 입가에 피를 닦아드리고 손을 꼭 잡아드렸다.
"싸나이는 다치면 안 아푸나? 싸나이가 피나면 더 아프다." 쩍벌려 할무니 말씀.
"헤, 그렇죠 할무니~오늘 이짝으로 건너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도 이짝으로 꼭 건너오세요. 네~~"
"내일?"
"네? 내일."
"..보고."
"아앙 보긴 뭘봐? 할머니 약속~"
"안돼. 약속하고 안 오믄 실없는 사람된다."
"그니까 오시믄 되지.
보라돌이 할무니~ 할무니가 쩍벌려할무니손 꼬옥 잡고 와주세요?네~~"
"어~~그랴. 괜히 저러는거다.노인정서도 맨날 네 시만 기다리믄서 왜 선상님 애를 녹이는데."
오늘 속정 깊은 할무니와 피본 할아버지와 함께 읽은 그림책은 <똥호박>
책을 다 읽고나니 양말할머니가 그러신다.
"호박범벅 먹구싶다~~~"
울 할메들 어울렁 더울렁 이렇게 재미지게 함께 사셨으면 좋겠다.
호박범벅처럼 요리조리 섞여서 건강하게 맛있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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