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잠자리가 꽃에 앉아있다."
"꽃에 나비가 찾아드는게 당연한 이치지. 그게 뭐 대단한 것이더냐?"
"얘는 나비가 아니고 잠자린데."
"잠자리나~나비나~"
심계옥엄니 사랑터가는 아침
조그만 장미에 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있다.
"에구 이것도 꽃이라고 앉았어?"
심계옥엄니가 안스러운듯 꽃과 잠자리를 쳐다보신다.
"엄니? 다리아퍼? 걷는게 왜 그랴아?"
"무릎이 시큰시큰해.
가다가다 이러는데 오늘 아침은 더 심하네."
사랑터가는 아침 심계옥할무니가 잘 걷질 못하신다.
"엄니, 오늘은 사랑터가지말고 병원가까?"
"병원은 무신 ?다 되서 그런걸. "
저만치서 사랑터차가 와서 선다.
"안녕하세요~~"
요양사선생님이 반갑게 인사하며 차에서 내리신다.
"선생님 사랑터가면 우리 엄니 좀 잘 살펴봐주세요."
"왜요? 어르신 어디 불편하시대요?"
"무릎이 많이 아프신가봐요."
"아~ 괜찮아여. 심장만 안 아픔돼여.
죽진 않으니께."
대범하게 말씀하시는 요양사선생님 말씀에도 걱정은 가시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걱정스런 맘에 심장이 성능좋은 모터를 단 것처럼 빠르게 쿵쾅쿵쾅 뛴다.
"넘어지실까봐 그러지요."
구십이 넘은 울외할무니 정원래여사 집 앞마당서 넘어져 엉치뼈가 금이가 2년을 누워계시다가 변변하게 치료도 제대로 못 해보고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나는 아침.
어디 우리 심계옥엄니뿐이랴? 할무니 할아버지들은 낙상이 제일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할무니들 넘어지는거 정말 싫다. ?무섭다.
걱정하는 내가 맘에 쓰이는 울 심계옥 엄니 아픈 무릎은 저만치 밀어두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요양사샘께 씩씩하게 인사를 하신다.
"안.녕 하세요~~~오늘은 대장선생님들이 나오셨네."
"네, 오늘은 울 심계옥어르신이 다리가 불편하신거 같아서 심계옥어르신 모시러 특별히 대장들이 나왔시유. 심계옥 어르신이 우리 사랑터 젤로다 고참이니까 잘 모셔야지유?"
"고참 그거 안 좋아여. 오래되믄 여기에서 나가야 되잖여. 온 순서대로 가는게 인생이지만서도."
심계옥엄니가 창밖을 보며 무심히 말씀하신다.
"새 사람이 오믄 자리를 비껴줘야한다믄서? 나는 여그가 좋은데. 다른데는 낯설어서 싫은데 ?선상님들하고 정 많이 들었는데 ?"
우리 심계옥엄니 사랑터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걱정이 태산이신가보다.
그러고보니 우리 심계옥 엄니 사랑터 다니신지 벌써 일 년하고도 팔 개월이 넘었네.
울 심계옥엄니 사랑터 다니실 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부끄럼쟁이 심계옥할무니 사랑터 졸업하시게 되면 어느 학교를 보내드려야하나?
이 걱정 저 걱정으로 심난한 아침.
심계옥엄니 사랑터 차에 태워드리고
잠자리가 갔을까? 궁금해서 다시 와서 보니 잠자리는 아직 그자리에 고대로 앉아있다.
잠자리야, 너도 울 심계옥엄니처럼 다리가 아프냐? 그래서 쉬었다 가려고 아직까지 거기에 그렇게 오래도록 앉아있는 것이냐..
오래오래 쉬었다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