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문화의 거리' 운동이 펼쳐졌던 종합문화예술회관 먹자골목.
그러나 당시 높은 임대료로 인해 문화·예술인들이 정착하지 못했고,
현재까지 단순히 '먹고 즐기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글 순서
1. '문화의 거리' 운동을 '창조도시론'으로
2. 서울과 성남의 문화창조도시 사례
3. 인천에서 문화·예술 1번지가 되려면?
"인천, 뭘 보여줄래?"
타지에서 온 친구가 묻는다.
인천의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할까? 서울의 인사동·명동, 부산 광복로, 광주 충장로, 대구 동성로…. 그런데 인천은?
지역마다 도시의 역사와 특성을 나타내는 '명소'가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천은 딱히 내세울 만한 장소가 없다"라고 말한다.
'먹고, 마시는' 문화의 거리는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 '문화·예술 1번지'라고 불릴 만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항 이후 수많은 근대유산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 제2의 항구도시지만 정작 인천을 나타내는 '공간'이 없다.
이제 "인천에 오면 '이곳'은 꼭 둘러봐야 한다"라고 타지 지인들에게 자랑할 만한 곳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천의 '문화·예술 1번지'를 만들어보고 싶지 않은가?
2000년 '문화의 거리' 조성 운동 … 건물 '임대료' 때문에 무산
지난 2001년 남구 관교동 인천문화예술회관 주변으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역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도시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예술 테마의 거리 만들기 시민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지역에서 문화·예술인이 모여 활동하고, 시민이 그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모이는 예술의 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인천에서 서울 인사동이나 혜화동 같은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시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과 더불어 라이브카페나 갤러리 등의 상업시설이 함께 모인 곳이 문화집적지라고 볼 수 있다"며 "홍익대나 강남, 이태원, 세종문화회관처럼 기반을 갖춘 곳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1번지로 형성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인천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작품과 예술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문화적 이벤트가 자주 만들어지고 먹을거리도 충족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관교동 먹자골목에서 첫 번째 '문화·예술 1번지' 만들기는 출발했다.
'예술 테마의 거리 선포식', 기금마련 작품전, 각종 이벤트와 거리공연 등이 왕성하게 열렸다. 관교동 먹자골목 거리의 보도블럭과 가로수가 새옷으로 탈바꿈했다. 30여 곳에 작가 작업실이 들어섰으며 화방과 갤러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당시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었죠. 일반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들은 작업실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거리에서는 시민들과 어울립니다. 거리가 활성화하면 문화예술화관의 공연 이용객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죠." -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인천시와 남동구 차원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예술 테마의 거리 만들기' 운동은 잠시 빛을 발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공통적인 답변은 '임대료'였다. 거리를 활성화하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교동 먹자골목이 점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IMF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로 '배고픈' 문화·예술인들은 비교적 낮은 임대료로 관교동에 작업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주들은 더 많은 임대료를 요구했다. 거리 운동을 진행하던 이들은 상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문화·예술의 당위성은 통하지 않았다.
김창길 인천민예총 사무처장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상징적인 중심인물이 있는 것과 임대료가 저렴해 작업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곳으로 모인다"며 "관교동의 경우 2000년 당시 지하에 갤러리와 작업실이 많이 있었는데, 집값이 올라 대부분 쫓겨났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작가들은 천장이 다른 층보다 높고 저렴한 지하를 선호한다"며 "지금은 작업실과 갤러리였던 공간들이 대부분 노래방으로 바뀌었다"라고 했다.
도지성 화가(학익고 교사)는 "거리 만들기 운동 처음에도 해외 사례처럼 집세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나같은 사람이야 직장이 있으니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작업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른 길로 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서 그림만 그려 먹고사는 전업 작가들은 거의 없는 편이고, 대부분 문화센터에서 강연하거나 화실에서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다"며 "더욱이 요즘은 그림이 잘 팔리지 않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하지 않으면 굶어죽기 십상이다"라고 말한다.
배고픈 문화·예술인들에게 싼 임대료는 창작활동을 위한 필수요소지만, 관교동은 그것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현재 관교동 먹자골목에는 일부 갤러리와 화방이 남아 있다.
도시 패러다임의 전환 '창조도시'
"뉴욕의 소호나 북경의 798, 영등포 문래동과 같은 미술의 거리는 임대료가 싼 창고 등이 몰려있는 곳에 미술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형성됐다. 인천도 구도심의 상가에 임대료가 낮아지고 작가들이 하나 둘 모이면 그럴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작가들은 창의적인 작업으로 시민들의 시선을 이끌어내고, 인천시는 지원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 도지성
통영의 명물인 동파랑 언덕은 판자촌을 없애고 아파트를 세우려던 계획을 수정해 벽화거리를 만들었다. 낡은 빈집은 통영시에서 사들여 개보수를 거쳐 문인이나 미술인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예술의 거리가 조성됐다.
행정부의 정책을 보면, '문화'는 '먹고사는' 분야보다 대부분 낮게 평가됐다. 경제, 도시계획, 복지, 문화, 환경이 각각 영역별로 동떨어져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시선이 바뀌고 있다.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도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몇년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창조도시론'을 통해 인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국토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국토> 322호에 따르면 '창조도시(또는 창의도시)'란 "시민의 활발한 창조활동에 의해 첨단적인 예술과 풍부한 생활문화가 길러지고, 혁신적인 산업을 진흥하는 창조적인 장소가 풍부한 도시"라고 밝히고 있다.
이현식 사무처장은 "창조도시론은 도시가 서로 연관된 전체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동시에 오랜 시간 그런 삶의 과정이 축적된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그동안 단선적인 발전패러다임과는 달리, 도시를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2009년 말까지 창조도시를 도시발전의 전략으로 내세운 곳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군데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서울과 대전, 성남 등에서 창조도시론을 바탕으로 문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삿포로와 요코하마가 창조도시를 도시 발전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창조도시는 문화도시와 비슷하지만 같은 개념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문화도시는 예술과 전통문화유산, 문화산업 등과 연관지어 생각하지만, 창조도시는 문화의 범주를 포괄하면서도 인간의 창조적 활동과 관련된 영역을 더 넓게 담아낸다.
창조산업은 문화산업인 공연과 음반, 영상, 미디어, 출판 등 예술적 활동과 더불어 정보통신, 생명공학, 금융 비즈니스 등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과 관련된 산업도 아우른다.
이 사무처장은 "도시를 구성하는 영양과 분야를 구분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창조'라는 관점에서 도시를 통합적으로 인식하려는 의도가 창조도시론의 요체다"라고 말한다. 그는 "창조도시가 각광받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창조도시론은 지금까지의 도시발전이나 계획은 분절적이고 도시의 공간을 대상화시켜 인위적으로 구획해 버렸다는 점을 비판한다. 또한 이런 식의 발전계획이 오히려 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해왔다는 것이 창조도시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진단이다.
이 부분에서 인천의 경우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한 여지가 다수 존재한다. 인천 전 지역에서 추진되는 200여개의 도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위적이고 획일적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가정동 루원시티와 제물포역 등 도시재생사업 추진지역이거나 추진했던 곳의 조감도를 보면 고층 빌딩 2개를 짓고 아파트만 세우는 등 지역마다 차별이 없다"고 말한다.
창조도시론은 도시의 경쟁력을 창조성으로부터 찾고, 그 창조성의 원천을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과 도시의 역사·문화적 자원, 오랜 전통의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에서 발견한다. 도시 문제의 해결방식 역시 소통과 창의적 리더십으로부터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나마나 뻔한 결론은 문화창조도시를 이야기 하겠지만
도시의 역사와 특성을 나타내는 '명소'가 없다면 이제라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저그런 생각, 아이디어 말고 좀 머리를 화~악 깨게하는 그런거...
정선하면 카지노 경주하면 불국사 부산 국제영화제 등등
인천 하면 파~학 떠오르게 하는 그런거 찾아보면 있을것 같습니다.
의지가 없어서 그렇지 의지만 있다면 못찾을것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