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3일자 시사in을 보다가 ‘학교의 속살’이라는 기고를 보았다. 몇 명의 필자가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돌아가며 쓰는 지면이다. 필자가 읽은 글은 가명을 사용한 어느 대학의 교직원이 쓴 글이었다. 지면에 쓴 글을 읽고 몇 가지 이건 아니다싶은 부분이 있어 시사in기자 중에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 기자분께 글에 대한 반박문을 쓸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문의를 했다.
대답은 공식적으로는 ‘없다’였다. 인천in에서 주신 정치칼럼이라는 소중한 지면을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 다소의 고민이 있었으나 시사in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주간지이고 많은 분들이 읽는다. 따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에 대한 다른 의견을 싣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정치칼럼에 쓰고자 한다.
언급한 글의 필자는‘기승전돈’이 되어버린 대학의 현실에 대해서 교직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써내려 갔다. 아주 짧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교수들의 업적이 모두 계량화되어 연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일반인을 대상화하는 ‘최고위과정’혹은 학교발전기금 등에 의지하는 대학의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글을 보면서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았다.
지식을 생산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야하는 대학이 돈에 흔들리고 제 갈 길을 가지 못한다면 사실 그건 작은 문제가 아닐뿐더러 최근의 문제도 아니다. 대학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사회는 계속 비정상적으로 작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학령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비인기학과인 인문학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야하고, 학생들 동아리비용도 지원해줘야하며,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은 더욱 더 커져서 고민이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의 수는 약 60만 명인데 지금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약 30만 명 정도 된다. 그런데 기사면 보면 비인기학과 박사과정 중에 장학금.....그리고 도서관에 책을 구입하느라......이런 말은 운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문사철로 불리는 인문학이나 계량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차원에서 장학금을 지원하는 학교가 얼마나될까? 혹시 조교를 하면서 받는 비용을 말하는 건 아닐까 싶다.
조교를 하면서 받은 돈은 명목상 장학금이라고 하지만 그 돈에는 엄연히 학생들의 노동이 뒤따른다. 만약 그 돈으로만 학업과 생활이 가능했다면 아니 등록금만이라도 온당하게 충당할 수 있었다면 작년에 큰 관심을 끌었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입니다’라는 책과 스토리펀딩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글로 인해서 대학행정에 관여하시는 분들이 반대로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좀 더 세부적으로 학교에서 말하는 수업조교에게 지급되는 장학금 혹은 대학원생이 행정조교를 할 경우 등록금 전액이 지원되기는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교들이 그 돈을 같이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들과 나눈다는 현실도 말씀 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에서 학생들 동아리에 얼마나 투자를 하길래 돈이 많이 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각 학교마다 동아리들이 모여 있는 학생회관을 한번 직접 가보시길 권하고 싶다. 도서관만 해도 그렇다. 정말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학교운영이 어려울 만큼 도서관에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는가? 많은 논문과 저널을 보유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등록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정부의 구조조정과 학령인구 때문에 대학을 운영하기 어렵고 방법도 잘 모르겠다는 말에서 다시 한번 씁쓸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외환위기 기간에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2000년에는 모두 그 전의 동결분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충분하게 등록금을 인상한 경험이 있다. 최근 몇 년 전 등록금인상에 대한 사회적인 불만이 고조되자 학교들은 등록금 동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부만 동결한 것이지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대학원들은 등록금을 동결하지 않았다.
대학에도 영향을 주는 신자유주의니 정부의 구조조정 문제도 큰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대학에서 스스로 그간 수 십 년간 쌓아놓은 자산을 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학을 다니면서 등록금 인상 이유로 물가상승률을 핑계 삼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자주 보아왔다. 학교에 진짜 돈이 없냐고 묻고 싶다. 대학 중에서 사립학교가 훨씬 더 많은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구조상 우리는 대학에서 재단으로 들어가는 적립금과 지금까지 재단에서 축척한 자산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곳간을 풀지 않으면서 정부의 지원금만 바라는 자세도 문제다. 학교가 공부에 필요하면 가지고 있는 돈을 푸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학교의 도서관, 전산실 이런 곳들을 학교 관계자들은 가보셨는지 모르겠다. 그 컴퓨터가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과제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사양을 보유하고 있고 오피스 이외에 학업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라이센스가 충분히 구매되고 있는지 챙겨야한다. 글의 필자가 이야기했던 인문학과의 박사과정 학생이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 해외저널이 구매되어 있지 않아서 서울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지 알지도 못하면서 돈이 없다는 소리를 하면 안되겠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는 대부분 기숙사들이 있다. 최근 10년 이내에 완공했거나 신축공사를 하고 있는 기숙사 중에서 민자기숙사가 아닌 기숙사가 있는지 묻고 싶다. 민자기숙사가 지어지면 학교는 큰 돈을 절약하게 되지만 학생들은 그 이전의 기숙사에 비해서 엄청난 금액의 주거비를 내야한다. 좋은 시설을 운운할 수도 있겠다. 그럼 국립대학이나 사립대학에서 민자기숙사 이전 시기에 만들어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정말로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가? 먹는 것 만해도 그렇다. 2000년 이후로 대부분의 대학들 특히나 사립대학들의 식당은 다들 대기업이 운영하는 급식회사로 넘어갔다. 학교식당이 외주화되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좋은 상황에서 밥을 먹는다고 할 수 있을까?
학교가 기업화되었다는 걱정과 우려가 학교 안팎에서 시작된 게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기업화의 모습을 계속적으로 보이고 있으나 결국 학교는 기업이 아니며 되어서도 안된다. 재단의 적립금은 교육에 사용하고 남은 돈이다. 추후에 후배들을 위해서 교육에 사용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실버타운이 분양이 잘 안돼서 유동성의 위기를 겪었었다는 대학의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학교 연구소, 도서관, 체육관에 과도하게 투자를 해서 대학이 어렵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대학생들 중에서 학교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해답은 있는데 모른 척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속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