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사고를 ‘훈련’이라니... 인천교통공사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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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사고를 ‘훈련’이라니... 인천교통공사의 거짓말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0.06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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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당혹 “죄질 아주 나빠... 최고징계 검토 중”

 
지난 8월 초 발생한 인천2호선의 지하철 탈선에 대해 인천교통공사가 ‘훈련의 일부’라고 주장했으나 이것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교통공사가 큰 사고를 내고도 훈련으로 조작하고 이를 인천시는 물론 국토교통부에 허위보고까지 한 것으로 지역사회의 질타가 뒤따르고 있다.
 
6일 온라인상에서는 인천교통공사 내부자가 외부로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8월 7일 당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지역사회 활동가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사고 의혹이 증폭되자 “사고가 아니며 당일 CCTV 영상이 없다”던 교통공사 측의 그간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CCTV 영상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는 국토교통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공기업이 지방정부와 시민은 물론 중앙정부를 상대로도 거짓말을 한 것이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이날 오후 9시 30분께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 선로에서 전동차가 탈선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총 2량 구성의 전동차는 차량기지로의 이동을 위해 기관사가 수동 주행을 하다 후미 차량의 바퀴에서 불꽃이 강하게 터지며 이 부분에서 선로를 벗어나 실내 기지의 기둥에 부딪힌 후 멈췄다.
 
원래 승객을 태우는 구간에서는 모두 자동시스템으로 움직이는 2호선의 특성 상 승객을 모두 하차시킨 뒤 차량기지로 기관사가 운전하던 중 일어난 사고여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교통공사 내부에 알아본 바 이 사고는 선로전환기를 조작하던 중 기관사와 관제실 간의 일종의 ‘업무상 합’이 맞지 않으면서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후 교통공사의 대처. 당시 사장직무 대행이었던 이광호 경영본부장과 조신구 기술본부장이 직접 나서 이것이 사고가 아닌 훈련이라고 강조하며 거짓해명을 했던 것이다.
 
특히 이 본부장과 조 본부장은 사고 이튿날 인천시청 기자실을 직접 방문해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불시에 훈련한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또 인천시와 국토교통부에도 모의훈련으로 이를 보고하고 당시의 CCTV가 없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훈련결과보고서’까지 작성, 사고를 훈련으로 은폐하기까지 했다.
 
탈선사고 이후 인천1호선 귤현역 기지에서 복구용 차량을 지원해 이튿날 새벽까지 복구가 진행됐던 큰 사고였음을 감안한다면, 교통공사가 조직적으로 엄청난 거짓말을 꾸미고 사실상의 ‘공문서위조’를 한 셈이다. 
 
사실이 밝혀지자 6일 이 본부장과 조 본부장 등 당시 거짓 해명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과 이중호 교통공사 신임사장 등 3명이 인천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개통 초기 사고가 잦았던 당시 상황에서 탈선사고까지 알려지면 시민 불안이 증폭될까 불안했다”며 거짓 해명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인천2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 하루 10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시설의 운영 주체가 탈선사고 상황에 대한 모든 서류를 사실상 ‘위조’한 셈이다.
 
이렇게 탈선사고와 관련한 인천교통공사의 모든 내용이 거짓으로 밝혀지자 인천시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와 타 기관 공직자들까지 나서서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느냐”는 식으로 교통공사에 화살을 날리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7월 개통 후 하루에 한 번 이상 장애사고를 내며 소위 ‘차량 길들이기’의 과정 중 일어난 사고였음을 감안한다면, 시선에 따라서는 은폐하지 않고 사실대로 얘기했다면 파장이 이렇게 커질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인천시 타 부서의 한 공직자는 “사실 인천2호선이 개통 이후 이런 저런 사고들을 낼 때 시민사회에서는 우려가 컸지만, 시 내부에서는 그 과정을 통해 오류들을 다 잡아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때 탈선사고가 승객을 다수 태운 상태에서 일어났다면 모를까, 차량기지 이동 중의 버그로 생긴 사고인데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도 됐을 걸 오히려  거짓말을 해서 일을 더 키웠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현수 인천시 대변인은 “시장과 언론을 속인 것도 잘못이지만, 속일 상대가 없어서 시민에게까지 거짓말을 할 정도의 ‘일어나지 말아야 할 행정’이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공직기강의 해이함을 증명한 것”이라며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하고 관련자들을 모두 중징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의 박재성 운영위원장은 “당시 탈선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래도 공기관인데 설마 사고를 훈련으로 조작까지 했겠냐 싶었는데, 영상을 확인해 보니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두드려 맞은 기분”이라며 “교통공사의 은폐가 이 정도라면 그간 교통공사의 모든 보고내용과 행정을 의심해야 할 것이며, 특히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은폐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라며 분개했다.
 
교통공사는 탈선사고 이후인 지난 8월 10일에는 2살짜리 여자 아이의 발이 열차와 승강장 사이로 빠져 자칫 이 아이가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교통공사가 유모차 바퀴가 끼었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해 비난을 받은 바도 있었다.
 
당시 이러한 사실은 이 광경을 목격한 승객들과 기관사 교육생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들이 “교통공사의 해명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렸기 때문. 사실이 확산되자 교통공사 측은 “영상에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에둘러 말하면서 마지못해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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