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응, 나야. 아부지 좀 전에 사무실에 오셨어. 나는 거래처에 약속 있어서 나왔고. 사무실 가서 아부지랑 점심 먹을래?"
"엄마는?"
"집에 계시겠지."
심계옥엄니 식사 챙기고 애들 점심 차려놓고 서둘러 나선 길.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집에 다시 가서 우산을 가져와?
아님 그냥 맞고 가?
반이나 걸어 왔는데 다시 가기도 그렇고 좀 젖지 뭐.
"아부지~"
사무실에 도착하니 시아버지가 책상을 닦고 계셨다.
"아부지, 뭐하세요?"
"어, 왔냐?"
"아부지, 차키 좀 주세요."
"여깄다. 근데 왜?"
"엄니 모시고 오려고."
"차 안가지고 왔냐?"
"운동 삼아 걸어왔죠."
"조심히 운전하거라."
"네"
사무실에서 출발하기 전 시어무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니, 10분 있다가 큰길가로 나오셔요."
"왜?"
"맛있는거 먹으러 갈라고."
"비도 오는데 그냥 집으로 오너라. 밥솥에 밥 잔뜩 해놨다.너 좋아하는 꽃게도 지져놨다. 소라 많이 넣고."
"꽃게탕은 저녁에 아부지 드리시고 엄니 언능 준비하고 나오셔요. 십 분 있으면 저 도착이에요."
"비도 오는데?그냥 있는 밥해서 집에서 먹지. 맨날 차끌고 다니는거 힘들지도 않냐?"
"힘 안들어여. 비오니까 엄니,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가요. 제가 맛난거 사드리께여."
"알았어. 조심히 오너라."
이리하여 비오는 날 시아부지 시어무니랑 우중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어디를 갈까?
"아부지,우리 꽃게 먹으러 강화에 가까여? 새우튀김도 먹고 바다도 보고 어때요, 아부지 콜?
"그르까아~"
"비도 오는데 그냥 여서 먹자."
강화에 가고 싶은 아부지랑 그냥 여기서 먹자는 어무니.
결국 어무니가 아부지를 이겨서 어무니 좋아하시는 메밀칼국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아부지는 들깨 메밀수제비, 어무니는 들깨 메밀칼국수.
"아가, 너는 뭐 먹을래?
수제비 묵거라." 시아부지 말씀
"수제비는 무슨~ 소화도 안되는 애한테. 칼국수 묵어라." 시어머니 말씀.
아 ~또 시작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우리 시아부지랑 시어머니의 며느리사랑법.
"야는 나를 닮아 수제비를 좋아한다."
"아이고, 그것은 수제비 좋아하는 시아부지 어려워서 얘가 그냥 하는 말이지. 민정에미는 나를 닮아 칼국수를 좋아해여. 그치 민정에미야~"
시어무니가 나를 쳐다보며 말씀하신다.
"내말이 맞지? 우리 민정에미는 나랑 칼국수 먹을 거지?"
"무슨 소리야? 야는 어릴때부터 꽃게탕이랑 오징어튀김이랑 수제비를 좋아한다."
"참말 그런지 야한테 물어보까여?
민정에미야, 너 칼국수 좋아하지?그치?"
"아니라니까.야는 꽃게탕 좋아한다니까. 새우튀김이랑."
아이고 울 아부지, 울어무니 우짜쓰까아~.
"엄니~ 아부지~제가 뭐 좋아하는지 진짜 갈챠 드리까여?"
"응, 그래. "
"아부지~ 엄니~ 저는 칼국수도 좋아하고 수제비도 좋아해요."
"그래서 뭐 시킬건데?"
"저요?"
"아줌니이~
여기 파전이랑 막갈리 한 병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