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이어주는 떡집, 송현시장 '중앙 떡집'
상태바
만남을 이어주는 떡집, 송현시장 '중앙 떡집'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6.11.07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배다리지하상가에서 떡 파시던 '광주리 떡할머니', 여전히 오남매와 떡집 이어가

< 만남1 >

여름 콩국수 시즌이 끝나고 이제는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 모처럼 송현시장 만두가게 할머니를 찾았다.
이 만두가게에 올 때마다 보게 되는 이웃들이 있는데, 한분은 저녁 동무인 동네 할머니이시고, 한분은 셔터 문을 내려주시는 떡집 주인 아저씨다. 할머니의 허리가 굽어 셔터 문을 내리지 못하시니 이 떡집 아저씨가 매일 퇴근 전에 셔터문을 할머니 키 닿는 부분 까지 내려주고 가시는 것이다. 이런 분의 떡집을 그냥 지나칠 내가 아니다.





할머니네 만두를 먹을 때 마다 슬쩍 슬쩍 떡집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떡집을 갔을 때에는 직접 삶은 팥을 찧어서 널어 말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주문받은 듯 한 찹쌀떡을 포장하고 있었다.
“어머! 여기 직접 팥 속을 만들어요?”
“네, 우리는 고물을 다 직접 만들어요. 콩가루도 직접 볶는 걸요.”
“요즘 속 직접 만드는 곳 드문데, 이렇게 직접 고물 만드는 거 보니 신기하네요.”
“나중에 떡 사러 한번 들를게요.”
이미 만둣국으로 배가 부른 상태여서 사지는 못하고 그날은 그렇게 헤어졌다.
 

< 만남2 >


볕이 참 좋았던 토요일, 동인천 북광장에서 있는 행사를 보러 간 김에 송현시장 안 중앙떡집을 찾았다. 떡집에 비해 똑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떡은 다 모여 있었다. 찹쌀떡, 콩가루 인절미, 증편, 감자떡 ....
여전히 주문 떡으로 바쁜 식구들의 모습을 보았다. 오늘은 다른 아저씨 한 분과 아주머니도 계셨는데, 다들 동생이라고 한다.

“네? 다 식구들이에요?”
“네, 오남매가 같이 하고 있어요.”
“정말요? 떡 만들기 힘들어서 젊은 분들은 하기 싫어하는데, 이렇게 온가족이 떡을 만드는 집이 있다니 너무 신기해요. 오늘은 하나 먹어보려고 왔어요. 이 찹쌀떡 하나 주에요. 이거 얼마에요?”
“2천원이에요.”
“네, 2천원이요? 이거 찹쌀떡 말이에요. 8개나 들었는데요”
“네, 다 2천원이에요. 우리 어머니가 배고프던 시절부터 떡만드시던 분이라 떡 값을 못 올리게 해요. 하하”
“아! 정말요? 할머니 멋지시네요. 오늘 계세요?”
“네, 우리 어머니가 배다리 지하상가에서 떡 파시던 그분이에요. 오늘은 어디 잔치 가셨는데.....”
“아! 정말요? 오늘 제가 정말요를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일단 오늘은 떡만 사가고, 나중에 다시 놀러 올게요.”

떡 맛은 정말 좋았다. 달지도 않고 콩가루도 너무 고소하고 신선했다. 다음엔 꼭 가서 할머니 얼굴을 보리라 다짐하고 떡집을 나왔다.





배다리 지하상가 교차로를 통과하여 통학과 출퇴근을 했던 사람은 누구나 이분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에는 배다리 지하상가에 노점 상인이 많았는데, 강아지도 팔고, 엿도 팔고, 떡도 팔고 그랬다. 그 시절엔 누구나 광주리에 이것저것을 넣어서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았는데, 이 떡집 주인이 그 아주머니인 것이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 하교 길에 떨이로도 사먹고 그랬던 것 같다. 난 그 때에 감자떡을 좋아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분이 하는 떡집을 알게 되었으니 너무나 반가울 수가 없었다.

 
< 만남3 >

이후에도 오며 가며 떡집을 들렀지만 할머니는 통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날은 맘먹고 출근 전에 들렀다. 역시 예상 적중! 드디어 만난 할머니!
아침 7시에 찾아 갔는데 온 가족은 벌써 떡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할머니도 아들들과 함께 손수 떡을 만들고 계셨다.





“할머니, 너무 반가워요.”
“아이고, 창피스럽게...”
“뭐가 창피해요. 너무 반가워요. 저 인성여고 다녀서 오며 가며 매일 봤던 아이에요. 떡집이 여기에 있는지 몰랐어요. 이렇게 온가족이 다 떡을 만드세요?”
“아이고 참... 학교 다닐 때 사먹은 학생들이 이제는 애 엄마들이 되어서 이렇게 찾아오고 그러니 부끄럽지. 그 떡이 뭐라고 이렇게 연이 되나 싶어. 떡은 오남매가 다 만들지 한 아이만 직장 생활하는데 그 애도 주말이면 와서 돕고 그래요”
바쁜 아침 이런 저런 귀찮은 질문에도 할머니와 자녀분들은 귀찮은 기색 없이 오히려 내 입에 떡을 넣어 주셨다. 아침 요기도 못하고 나온 내게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되었다.
 
할머니는 기사가 나가면 동네 주민들 시기를 살 수 있으니 기사는 내지 말라 하신다. 그래도 나는 이분 이야기는 꼭 써야겠기에 이렇게 글로 담아 본다.
내가 동인천을 거처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3년이나 된 일이다. 그 때 떡 팔던 할머니를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한데, 이렇게 자자손손 다들 떡집을 함께하시니 더 마음이 훈훈해 진다.
새로운 것들이 오래된 것들을 다 덮어버리는 세상이다. 아직은 이렇게 옛 것을 지키시는 분들이 계서서 한국은 전통 있고 정감 넘치는 곳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수능떡은 나도 여기서 주문을 해볼까 한다.
 
업체명 : 중앙떡집
주소 : 동구 화도진로44번길 19 (송현동 89-21)
전화 : 032-764-8469


** 연재 ‘마실’이야기에는 소소하고 별 것 아닌 듯 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한번 쯤 ‘나도 한번 찾아가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하는 소재로 구성 됩니다. 음식도 좋고, 장소도 좋고, 소품도 좋습니다. 마을 속, 숨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보를 받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