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이여, 새해에는 조바심 조금 덜 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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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이여, 새해에는 조바심 조금 덜 내시기를
  • 윤현위
  • 승인 2017.01.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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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지리학박사

 
길었던 2016년이 지나가고 2017년이 되었다. 하루 사이이긴 하지만 세상은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어른들에게 해가 바뀌는 것보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더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은 한 살을 더 먹고 누군가를 학교에 가야하고 누간가는 어린이 집에 가야한다. 집에서 엄마랑만 있다가 아무래도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아이가 걷기만 하더라도 아니 100일만 지나도 아이의 교육을 생각하는 나라이다.

필자는 보습학원, 입시학원, 대학, 대학원, 평생교육원 등지에서 학생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 학생들은 만나도 사실 학부모들을 만날 일은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취학을 앞둔 아이들과 유아들의 부모들을 만날 일이 많다.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아이 부모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친한 후배가 첫 아이를 낳아서 100일이 지나고 나서 만나러 간 일이 있다. 아이는 자동으로 흔들리는 보행기에 뉘여 있었는데 머리 위에는 태블릿PC에 쉬운 영어단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틀어져 있었다.

식탁에는 table, 모든 방에는 door라는 팻말이 붙여져 있었다. 냉장고를 뜻하는 refrigerator도 있었는데 이 단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집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에는 이렇게 영어팻말이 붙여져 있었다. 아이가 100일이 지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5세와 7세가 아이들을 둔 부모들을 만났을 때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5세 남자 아이의 엄마는 아들이 영어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더 좋은 학원을 보내고 싶은데 인천에는 서울과 같은 영어학원이 없지 않느냐며 걱정을 했다. 송도에는 좋은 학원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5세 남자 아이가 가진 영어소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너무 좋으시겠다고 맞장구를 쳐주면 될 일이긴 하나 사실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요즘 이런 일들이 무척이나 많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영어에 소질있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많다.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자신의 소질이나 재능이 무엇인지 이렇게 빨리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소질을 발견한게 아니고 부모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게 아닐까?

많은 부모들을 만나면서 아이가 영어를 잘하면 뭐가 좋은가에 대해서는 다들 경쟁력과 관련된 답변들을 많이 한다. 생각해보면 영유아기 아이들의 부모들은 스펙경쟁을 하던 사람들 아니던가. 이미 지금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님은 과거 세대보다 대학에 다닌 경험이 더 많은 부모들이다. 이렇게 영어조기교육, 사교육에 미친 나라가 된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 번 더 이건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방학 때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영어캠프란 걸 한다. 등록하는데 정말 많은 부모들이 오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등록을 하면 기뻐한다. 사실 부모님들도 이 스펙경쟁과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라났다. 그리고 그 고민이 일정 부분 끝나지 않은 채 부모가 되었다. 자식들은 이제 자신들보다 적어도 5~6년 정도 일찍 영어공부를 해야한다. 어쩌면 10년.......?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어떤 부모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남들은 이미 하고 있고 7살 아이가 영어를 처음 배울 수 있는 학원 자체가 별로 없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천천히, 조바심 이런 단어가 들어올리 없다. 또 한가지 필자는 미혼이고 아이가 없다. 바로 이점에서 그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고, 마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 된다. 필자도 아이를 낳으면 결국 그 경쟁에 뛰어들 거란 거다.

영어조기교육을 받기 시작한 세대가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고, 대학에서는 유행처럼 영어강의(이걸 대학에서는 원어강의라고 표기한다)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영어교육이 강한나라이고, 영어강국이 되었는가라고 묻고 싶다. 대전에 카이스트라는 학부모들이 어쩜 동경할지도 모르는 대학이 있다. 그 대학은 언제부터인가 전공수업을 영어로 한지 몇 년 되었는데, 교양수업에서는 같은 과목을 영어와 우리나라말로 나누어서 개설한다. 학생들이 어느 수업에 몰리는지 한번 알아보시기를 권한다. 영어로 수업해서 정말 카이스트가 좋아졌는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물어보시길 바란다.

서울의 경우 중학교 하교 학교시간이 가까워오면 정문 앞에 양옆으로 차들이 줄을 서 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온 것이다. 아이들은 이 차를 타고 대부분 학원에 간다. 아마 인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엄청 전문적이고 어려워졌다. 대학을 나온 부모들도 초등학교 3년 이상의 과제를 도와주거나 수학문제를 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어려워진 교육과정이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다 발현시켜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혹은 친구 형이 쓰는 노트와 그의 책상에 꽂혀 있는 어느 책에서, 처음 간 야구장에서 새로운 세상과 불현 듯 스쳐가는 불빛을 만난다.

어린이 스포츠단에서 농구와 탁구를 배우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실 이런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 애들은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학원을 다니고 있다. 동양장사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한 아이들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란 말이 걸려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집 아이들보다 영어가 늦은 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을 자라날 수 있는 지역환경을 고민해야하고 학원 안가도 그냥 정규학교만 다녀도 악기 하나정도는 할 수 있는 교육시설과 환경을 고민하는게 더 필요한건 아닐까 싶다.

교사의 체벌이 전적으로 올바른 거라고 할 수 없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체벌상황을 바로 112로 신고하기 시작된 것은 개인적 경험으로는 1998년부터였고, 학부모들이 대학에 전화를 해서 좋은 시간표를 짜는데 팁을 달라고 혹은 최근 10년간 해당학과의 취업률과 학생들이 취업한 기관목록을 엑셀로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한건 2010년이 지나서 이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게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분명히 있을지 않을까? 30대중후반의 부모들은 한번쯤 자신이 살아온 학창시설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아이들은 우리나라 전체에 약 30만명 정도 된다. 참고로 1980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수는 100만명이었다. 아이들이 분명히 줄어들긴 했다. 그런데 혹시 지금의 자식사랑이 경쟁자들이 줄어든 상황에서의 초고화된 입시지옥으로 안내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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