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한 펜스 부통령이 미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유지해온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과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라는 안보 위협 속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전략적 인내의 종말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오바마 정부에서 전략적 인내를 유지해 온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준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과 북한을 타격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혼란 그리고 우리나라 또는 일본에 대한 북한의 반격에 따른 인명살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였다.
그리고 미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동북아시아에서 별도의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정치•경제적으로 버거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전제와 조건들이 바뀌고 있다. 여기서 핵심적인 변화가 미국의 대통령이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철학과 가치는 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는 선진국이라 해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 요소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미국은 평화, 환경, 민주주의보다 자국 우선, 패권, 경제적 이익을 우선적인 가치로 보는 국가가 된 것이다.
그 결과, 만약 미국의 이익에 반하고, 미국에 위협이 된다면 더 이상 인내가 아닌 다른 정책수단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미국이 보여 준 전략적 인내는 일종의 자제로 북한이나 중국이 미국의 안보와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보유하더라도 미국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에 성공하는 순간 이런 전제들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하더라도 미국은 선제적 자위권 차원에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 또한 미사일 성공에 더 목을 매고 있다.
미국이 우리에게 혈맹이라고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혈맹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하게 되면 우리의 피도 나누어 흘리자는 것이며, 6•25에서 미국이 참전했듯이 미국의 안보를 위해 한국인들 또한 동참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휴전협정은 지켜져야 하며, 북한은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과 다르기 때문에 쉽게 무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전쟁을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행동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아주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큰 사고가 발생해 왔다. 엔진룸에 가스가 가득하고 압력이 높아질 때, 점화 플러그처럼 스파크를 일으키는 것이 우연한 사건이다.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북한은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아야 한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미국이 강경하게 나가기 더 힘든 러시아라는 대체 공급원이 있다. 또한 그 생산량은 정확하지 않지만 북한 내에서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아주 오랫동안 제재를 겪다보니 버티는 능력이 아주 탁월해졌다.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라는 것이 작동되기 어렵다.
우리처럼 원유, 식량, 수출입 등이 모두 해외에 의존하는 국가가 재제에 취약한데,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립된 지역이었다. 이제 재제도 약발이 다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해소할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외과적 수술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수술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미국과 서방, 일본의 지원으로 해소하겠다는 약속이 있을 수도 있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의 외교정책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북한이 물러서지 않는 한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백악관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다음 정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발표한 것이 기쁜 소식일까. 중국에 대한 우호적 신호일까? 트럼프는 타고난 협상가이다. 시험일 수도 있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대통령이 선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