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인사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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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인사에 신중해야 한다
  • 박인규
  • 승인 2017.05.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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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지 2주가 지났다. 정권교체의 효과를 앞장서서 홍보라도 하듯 대부분의 언론은 연일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칭찬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90%대에 육박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정당지지도 역시 창당 이후 최초로 50%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를 통한 순조로운 정권이양의 과정을 밟지 못하고 선거 직후 출범하다보니 다소의 국정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는 한낮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지난 2주간의 짧은 시간이 잘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소탈한 서민적인 행보가 국민들과의 정서적 공감과 소통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면 경제와 안보 및 사회문제를 대하는 국정철학과 정책대응력은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적폐청산과 국가위기상황 돌파 및 국민통합이라는 대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래서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국정농단의 폐해를 신물나게 목격했던 국민들은 마치 별천지에 와 있는 듯 하루하루를 마냥 신기해하고 행복해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가 어떤 것이고 정치가 자신의 삶에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실감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약속과 연이은 민간대기업들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 국정농단사건과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와 연계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 표명,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의지의 표명과 주변4강 특사 외교,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 그리고 사실상 실패로 규정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착수 등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된 결과로 보인다. 정책과 인사라는 내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이를 제기하는 방식에서도 세련됨과 치밀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요구를 잘 읽어냄과 동시에 국민들의 압도적인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며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못하도록 거침없이 추진해 가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마치 너무 흥미진진하여 내일 전개될 내용을 흥미롭게 기다리는 한편의 일일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대체적인 호평 속에서도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준비되고 사회적분위기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단기적이고 인기영합적인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다. 대통령이 선보인 인사의 면면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국정철학과 과제 및 국민적 요구와 기대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전문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출신지역을 배려하고 해당 분야의 비주류 인사를 과감히 발탁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간 인사와 전통 관료의 적절한 배치는 신선함마저 느껴진다. 나아가 향후 청와대 인선에서는 여성, 장애인, 지방대 출신을 우대한다고 한다. 특히 기존에는 감히 넘보기조차 힘들었던 외교와 보훈 분야에서 여성을 발탁한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상황도 언젠가는 반전의 시기가 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시기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올 수도 있다. 정책과 제도는 효용성과 시비를 가리는데 많은 논란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잘못된 인사문제는 그 사실관계의 파악이 쉬울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도 매우 즉각적이고 때로는 파괴적이다. 지금까지의 인사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첫 인사라 할 수 있는 이낙연 전남지사의 국무총리 지명은 호남에 대한 배려의 측면과 더불어 이 지명자가 여야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통합과 여야 협치를 위한 적절한 인사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야당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인사청문회의 첫 관문을 무난히 넘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선의 현직 광역단체장을 지역주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빼어 쓰는 행위는 아무리 국가적 과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하더라도 지방자치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로 보인다. 더욱이 사퇴시기를 조절하여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참정권을 빼앗아간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대통령 꼼수 출마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이낙연 지사에 대한 총리지명이 지방과 지방자치가 중앙과 중앙정치 진출의 단순한 수단과 발판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닌 것이다. 더욱이 언론은 물론 그 어느 야당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또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지명자 자녀의 한국국적 포기와 위장전입도 그리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물론 여성 각료 30% 할당 공약의 준수와 소위 비외무고시 출신 인사의 발탁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교 분야의 전문성을 염두에 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여성의 인재풀이 지나치게 좁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고위 공직자 인선에 대한 기존의 도덕적 기준을 허물어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은 피해가기 어렵다. 2000년에 제정된 인사청문회법이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도덕적 기준을 엄격히 준수해 왔다. 정작 이 기준을 허물어뜨린 것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였다. 그렇다고 남이 한 일을 근거로 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나의 일은 모두 옳다는 오만에 빠지기 쉽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보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드높이고 만족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기에 내딛는 한날 한발은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고공행진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만족감의 발현이기도 하지만 전임 대통령의 실정이 워낙 큰 탓에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약간의 조치만 있어도 그 효과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 보인다는 점에도 기인하고 있다. 잘 차려진 남의 잔칫상을 무작정 뒤집어엎을 품위 없는 야당들은 아니지만 마냥 흥겹게 맞장구쳐줄 넋 나간 야당들도 아니다. 야당의 반격이 이어질 인사청문회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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