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옷이 저 늙으이한테 가당키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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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옷이 저 늙으이한테 가당키나 해?"
  • 김인자
  • 승인 2017.06.0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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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아파트 엘리베이터 환담
 
심계옥엄니 사랑터 가시는 아침.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 있는데 윗층이 와글와글 시끄럽다.
"빨리 와라. 엘리베이터 온다아."
"당신이 좀 잡고 있어. 애 신발도 못 신겼어."
"빨리 와요. 엘리베이터 거의 다 왔어요."
"안되겠다. 할애비한테 업혀라."
 
"이게 무슨 소리냐?"
시끄러운 소리에 심계옥엄니가 물으신다.
"응, 윗층 꼬맹이가 어린이집에 가는갑다 엄니."
윗층서 엘리베이터가 서고 "타자 타자 늦었다. 얼릉 타자."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엘리베이터 문닫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우리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선다.
문이 열리니 윗층 아이가 할아버지 등에 업혀 고개를 삐죽 내민다.
"안녕하세요~ 해야지." 하고 할머니가 아이에게 말하자 아이는 익살스럽게 " 안녕하쒜~요~오" 하며 인사를 한다.
"우와 많이 컸네." 하며 아이 손을 잡자 윗층 꼬맹이가 신이 나서 또 인사를 한다.
"안녕하쒜요오~ 안녕하쒜요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소리내어 크게 웃으니 옆에 서 계시던 꼬맹이 할머니가
"지애미가 영문과를 나와서 발음이 영어식이에요." 하신다.
할머니 말씀하시는게 너무 귀여워 "아, 예" 하고 웃으니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 어쩔줄 몰라하시며 할머니에게 "또 또 그런다. 그만 좀 해요." 하신다.
"왜요? 나온걸 나왔다고 하는데.내가 뭐 틀린말 했어요?"
"예,예. 알았어요. 이런 늦었네."하시며 할아버지는 급하게 아이를 업고 허둥지둥 뛰어가시고 할머니는 급할 거 없단 표정으로 느릿느릿 그 뒤를 따라가신다.
"아니 뭐 내가 없는 말을 지어서 했나? 나온걸 나왔다고 하는데 저 양반은 괜히 나한테만 뭐라고해. 안그래요 작가선생님?"
"아, 그럼요. 할머니."

자식자랑은 울 할머니들이 세상 살아가시는데 있어 유일한 낙이신데 맘껏 하셔도 돼요 할머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계옥엄니 "손주를 할아부지가 엄청 귀해하시나보다." 하신다.
심계옥엄니 사랑터차에 태워보내드리고 화단에 진 꽃들을 아쉬워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뭘 그리 쳐다보구 섰어?" 하시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함박꽃 할머니시다.
우리 함박꽃 할머니 오늘도 틀니 빼놓고 홍시 할머니가 되어 나오셨다.
작년까지만 해도 만 원 짜리 꽃바지 자랑하시고, 요 앞 슈퍼를 가셔도 예쁜 옷 입고 화장하시고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이 차리고 나오셨던 함박꽃할머니신데 어느 순간 틀니를 끼지 않고 나오신다.
 
"할머니, 어디 다녀오세요?"
"요앞에..."
"할머니 틀니 끼고 나오시지..."
"자고 일어나서 그냥 나왔지."
돈 삼만 원 주고 함박꽃사다 심으셨다고 예쁜 꽃 좀 보고 가라고 이 년 전에 나를 잡으셨던 함박꽃할머니. 오늘은 화단쪽에 눈길도 안주신다.
 
"아구 우리 작가선생님 또 만났네, 이거 어때요?"
윗층꼬맹이 할머니시다. 세탁소에 다녀오시는지 예쁜 원피스를 들고 계신다.
"와, 예뻐요, 할머니. 할머니꺼예요?"
"아이구 아녜요. 우리 며느리꺼예요."
"아유 이쁘다. 색깔이 너무 고와요, 할머니.  할머니가 입으셔도 되겠어요."
하고 말씀드리니 윗층할머니 함박꽃처럼 입이 환하게 벌어지신다.
"아고 진짜? 그럼 이옷은 내가 입고 우리 며느리는 다시 한 벌 사줄까?" 하니 옆에 계신 할아버지 사람 좋은 얼굴로 빙그레 웃으신다.
"당신이 보기에도 이 옷 나한테 더 잘 어울려요?"
윗층할머니 말씀에 윗층 할아버지 "응~ 이뻐." 하신다.
그러자 울 함박꽃 할머니 입을 삐죽거리시며 내 팔을 잡아끄신다.
"가자 ,가. 차왔다."
"차요 할무니?" 엘리베이터를 보고 차가 왔다고 말씀하시는 울 함박꽃 할머니.
"잠깐만요. 같이 가요."하는 윗층 할머니 말씀을 못 들은 척하시며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꾹하고 눌러버리신다.
"할머니~윗층 할머니랑 같이 가시지."하는 내게 함박꽃할머니 아까보다 입을 더 삐죽이시며
"지랄도 풍년이다. 늙으이가 챙피한지도 모르고 저게 어디 늙으이가 입을 옷이야? 김선생도 그래. 이쁘긴 뭐가 이쁘다고 그래? 저 옷이 저 늙으이한테 가당키나 해?"
"아고 울함박꽃할머니 윗층할머니하고 싸우셨어요?"
"싸우긴. 말도 안섞어봤구만."
"근데 왜..."
"아유 나는 이 세상에서 잘난척하는 사람이 젤로다 싫어. 할아부지는 말도 없고 사람이 점잖터만. 저 여편네는 으트게 된게 입만 열믄 자랑질이야.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근데 김선생."
"예, 할머니."
"아까 그 옷 진짜 이뻐? 어트게 내가 입어도 이뿌까아?"
"아 그럼요 울 함박꽃할무니가 입으시면 진짜 이쁘시죠."
"그렇지. 그런 옷은 내가 입어야지. 근데 저런 옷은 어디 가믄 살 수 있나?"
아고 자랑대장 샘대장 울 할머니들 너무 귀여우시다.
우야든지 울 함박꽃할머니가 이쁜 옷 입으시고 다시 예전처럼 기운내시고 이쁨대장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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