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무이들 너희가 바짝 달라붙어서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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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무이들 너희가 바짝 달라붙어서 깐다"
  • 김인자
  • 승인 2017.06.1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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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재래시장 감자 할머니

저녁 찬거리 사러 나온 늦은 저녁. 재래시장 좌판 위에 올려진 노릇노릇 구운 감자가 참으로 맛나보인다.
"할머니,이 감자 어떻게 팔아요?"
"어떻게 살건데?"
"네?"
"잘 살거야?"
"아 예..."
"잘 살 거믄 잘 팔 것이고 못 살 거믄 못 팔 것이고 그럴 건데 내가. ㅎㅎ"
"하하 예 할머니, 제가 잘 살께요.
감자가 참 맛있어보여요, 할머니."
"맛있어 .이거 손이 아주 많이 가. 할망구들 너히가 붙어서 닦고 삶고 벳기고 굽고 그르케 수고해서 맹그는 거야."
"아.예... 어떻게 파세요?"
"삼천 원부터 오천 원, 만 원,이렇게 팔어. 하나 묵어 봐라."
할무니가 작고 여문 감자 한 개를 집어 입에 넣어 주셨다.
달지근하니 고소하니 참 맛있다.
"할머니, 맛있어요."
"맛있다니까. 내가 여기서 30년을 이짓을 했다. 여기서 김치할머니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어여. 평화시장. 노점시장. 내가 여기 시장 원조야 원조.
 
차고고 뭐고 여기서부터 저짝까지 쫘악 죄다 판을 벌였었지. 그래서 모다 징역을 갔어."
"징역을요? 왜요 할머니?"
"왜기는? 판을 벌리믄 안되는데다 판을 벌려서 그렇지."
"징역가면 언제 나와요 할머니?"
"오늘 밤에 잡혀 들어가면 낼 아침이믄 나와. 벌금 내믄 아침밥 먹기 전에 죄다들 나왔어."
"하하 그게 무슨 징역이에요 할무니이?"
"감옥에 끌려 들어가믄 징역간거지. 징역이 뭐 벨거야아?"
"하하 그쵸오. 할무니 성함은 어떻게 되세요?"
"나? 김기례."
"뭐라고요? 할머니, 잘 안들려요."
시장안이 시끄러워서 할머니 이름을 여쭈었으나 잘 안들려서 손바닥을 내밀고 써보시라했더니 내 팔뚝에 동글뱅이 세 개를 치시며 귓속말로 김기례 할머니 이러시는 거다.
"나 글자 몰라... 까막눈이야."
"아 할무니 글자 모르시는구나. 괜찮아요, 할무니. 대신에 할머니는 감자를 맛있게 맹그시잖아여."
"맞아. 나는 김치도 못 만드는게 읍어."
"예 맞아여 할머니. 기례할머니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여든 하나. 자 벌겨봐라."
기례할머니가 검정 봉다리에 애기상추를 잔뜩 넣어주신다.
"이거 무쳐 먹어라. 아주 달치근하니 맛날거이다. 하우스 상추 아니야. 내가 키운거야. 이슬 맞치고 바람맞혀서 내가 노지에서 막 놓아 키운거야."
"할머니 파시는걸 이렇게 거저 막 퍼 주시면... 돈 받고 파셔야하는걸 저한테 이렇게 많이 주시면 뭐가 남아요.."
"안 남아도 돼. 니가 이뻐서 주는거다. 뭔놈의 가시나가 눈매가 요러코롬 이뿌냐?"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가시담배를 꺼내 입에 무신다.
 
영차 ~
김기례할머니가 감자 굽는 판을 번쩍 들어 안쪽으로 옮기신다. 입에는 여전히 가시담배를 무신 채로.
"할무니, 허리 다치세요. 저 시키시지."
"아고 이걸 든다고? 얼굴은 허애 멀개가지고 이거나 하나 더 묵고 얼릉 가라. 더 어두워지기전에. 이게 이래뵈두 손이 엄청 많이 가는거다."
"예 할무니 그래 보여요."
"이거 깔래믄 손이 여간 많이 가는게 아니다. 할무이들 너희(넷)가 바짝 달라붙어서 깐다. 감자가 식으믄 잘 안까지거든. 뜨거울때 까야돼. 그르니 할무이들 손꾸락이 노상 빨갛지.
"할머니가 할무니들한테 아르바이트를 시키시는 거네요?"
"그르치. 팔십 여섯.팔십 너히. 육십 하나."
"예? 육십 일 세는 할무니가 아니신데여?"
"응, 갸는 할무니도 아니고 뭣도 아니여. 정신이 쫌 헤가닥했다. 그래서 내가 감자도 까게 하고 찰밥해서 밥도 멕이고 가끔 뭉뭉이탕도 사다 먹이고 한다."
"와~할머니 진짜 멋지시다."
"그랴 내가 쫌 믓찌다."
"아르바이트비로 할머니들한테 얼마를 주세요?"
"이만 원"
"와 할머니~혼자 하셔도 될텐데. 할무니들 일자리도 주시고 밥도 해주시고 할무니들한테 왜 그렇게 잘해주세요?"
"좋아서... 나한테 너무 잘해서..."
"할머니한테 잘해서요? 할무니들이 어떻게 잘하시는데요?"
"감자를 까주잖아. 이게 쉬워보여도 감자 한 개 까는데 서너 번은 손이 가야 돼. 이걸 다 까주잖아."
"할머니는 안 까세요?"
"내가 한가하게 감자 깔 시간이 어딨어?
감자 뒤집어 가믄서 구워야지. 마늘 팔아야지. 참외 팔아야지. 상추 팔아야지. 나는 감자깔 시간이 읍다."
"예... 할머니..."

"감자를 깔라고 치자믄 내가 왜 깔 시간이 읍겠냐? 그냥 옆에다 두고 뭐라도 시키고 싶어 그런 것이지 ... 고맙잖아 나랑 진종일 같이 있어주는게 밥도 같이 먹어주고... 사람의 정이란 것이 이런 것이다. 얼릉가라. 컴컴헐 때 다니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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