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뇌경색 살짝 오신 할머니
장마가 시작되어 밤새 비가 내렸다. 천둥번개가 우르르 쾅쾅 번쩍 번쩍 번갈아치더니 밤새도록 장대비가 내렸다.오랜 가뭄끝에 내리는 비라 반갑기도 했지만 워낙 비를 좋아하는 나는 감기로 병원을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하니 조심했어야했는데 한밤중에 마지막 설겆이를 끝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진짜 나는 음식물 쓰레기만 버리고 곧바로 집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그런데 내발이 자기 맘대로 아파트 놀이터로 향하는 거였다. 나는 정말 곧장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지 놀이터로 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빗방울들이 얼마나 신나게 시소를 타는지 정말 하나도 안 궁금했고 어떤 빗방울이 시소를 잘 타는지, 어떤 시소가 빗방울들을 신나게 태워주는지 정말 보고싶지 않았다. 그 밤에 나는 왜 옷을 다 적셔가며 비소리를 녹음하고 서있었던건지. 한밤중에 시소놀이를 하는 빗방울 사진은 왜 찍느라 우산까지 내팽개쳐가며 신났던건지. 밤새 열나믄 안되는데. 잔소리대장 우리 의사선생님한테 혼날텐데 이제 고만 들어가야하는데 하면서도 한밤중에 그렇게 나는 비마중과 목감기를 아주 비싸게 엿바꿔 먹었다. 우중 시소놀이 후 나는 목감기가 더 심해졌다. 기침은 더 거칠어졌고 목소리는 아예 나오질 않았다.
빗방울들이 얼마나 신나게 시소를 타는지 정말 하나도 안 궁금했고 어떤 빗방울이 시소를 잘 타는지, 어떤 시소가 빗방울들을 신나게 태워주는지 정말 보고싶지 않았다. 그 밤에 나는 왜 옷을 다 적셔가며 비소리를 녹음하고 서있었던건지. 한밤중에 시소놀이를 하는 빗방울 사진은 왜 찍느라 우산까지 내팽개쳐가며 신났던건지. 밤새 열나믄 안되는데. 잔소리대장 우리 의사선생님한테 혼날텐데 이제 고만 들어가야하는데 하면서도 한밤중에 그렇게 나는 비마중과 목감기를 아주 비싸게 엿바꿔 먹었다. 우중 시소놀이 후 나는 목감기가 더 심해졌다. 기침은 더 거칠어졌고 목소리는 아예 나오질 않았다.
열에 떠서 밤새 그 밤을 어찌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어김없이 새벽 4시 30분에 우리 심계옥엄니 목욕을 시켜드렸고 아침준비를 해서 식사를 챙겨드렸으며 아이들을 깨워 아침 챙기고 과일 도시락싸서 학교를 보냈고 대장 깨워 누룽지 눌려 아침식사 챙겨 출근시키고 심계옥엄니 사랑터차에 태워드리고 병원 예약시간에 늦지 않으려 서둘러 집을 나섰다.나의 졸음 운전은 강연갈 때 차운전을 할때만 하는 게 아니었다. 걸어가면서도 졸고 있는 나. 그러다 호박터널 앞에서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좋아하는 터널. 호박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도심 한가운데 만들어놓은 호박터널. 밤새 비를 맞아 그런가 한결 생기있어보이는 호박꽃들.
"자~알 한다.지금 몇시에요?"
"그러게요...선생님...제가요 집에서는 엄청 일찍 나섰는데여..."
"그렇겠지... 오늘은 또 어떤게 우리 김선생 혼을 빼 놓던가요?"
"선생님, 이거 봐봐요~이뿌죠~"
"아 됐고요. 누가 호박꽃 좋대요?
어제밤에 비 맞고 또 돌아다녔어요? 아니면 내말 듣고 집에 얌전히 있었어요? 그것만 말해요!! 무슨 환자가 이렇게 신경이 쓰여..."
의사선생님한테 잔뜩 혼이 나서 진료실을 나오는데 의자에 앉아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나를 보고 웃으신다.따뜻한 웃음. 아 좋다. 마음이 편안해진다.나도 할머니를 따라서 헤벌죽 웃었다.
"할머니, 어디가 아프세요?"
"나? 다 아파."
올해 여든 두 살 되신 이차근 할머니. 뇌경색이 살짝 오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신단다.
"내가 여기 이러구 있으믄 안되는데.빨리 집에 가야되는데. 내가 시골집에 문만 걸어 잠그고 입던 옷 그대로 입고 그냥 왔어."
"엄마 운동해. 운동 안하고 또 쓰러지믄 그날로 바로 요양원 보내버릴꺼야."
할머니 딸이 옆에서 물휴지를 꺼내 할머니 신발을 닦아주며 말한다.
"할무니들 그 소리 진짜 싫어하세요."
"싫어두 할 수 없어요. 나두 하다 하다 할 수 없으면 요양원에 모셔야지뭐. 신랑 눈치도 보이고. 나만 자식도 아닌데."
"나 요양원 무셔."
할머니가 일어나서 끌차를 끌고 걸으신다. 할머니가 끌차를 끌고 이짝에서 저짝으로 걸어가신다. 끌차에 의지해 걷고 계시지만 걸음걸이가 위태 위태 불안하다.예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가 몹시도 힘들게 재활운동을 하셨던 우리 심계옥엄니를 다시 보는 것 같다. 맘이 짠하다. 안스러운 할머니. 눈으로 끌차를 끌고 걸으시는 할머니 뒤를 따라간다. 그러다 눈에서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나는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이 갑자기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으면 몹시 불안해진다. 차근할머니가 모퉁이 끝에 있는 신경과 간호사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 진료 보러 오셨어요?"
"아니요. 나 운동하는 거예요. 요양원 안갈라고요....."
아..차근할머니...
할머니를 품에 꼭 안아드렸다.
볼에 쪽하고 뽀뽀도 해드렸다.
"할머니.제 말 잘 들으셔야해요..."
할머니가 나를 쳐다보신다.
"하루에 딱 세 번 만 걸으세요.
아침 먹고 쉬었다가 걷고 점심 먹고 쉬었다가 걷고 저녁 먹고 쉬었다 걷고
그렇게 딱 십 분씩만 걸으세요, 할무니. 너무 많이 걸으믄 힘드니까 하루에 딱 십 분 씩만 걸어요.아라찌여 할무니."
"응, 아라써여 나같은 늙은이한테 친절하게 말 붙여줘서 고마와요.
내가 이쁜 색시 말은 꼭 들으께요. 뽀뽀해줘서 고마와여."
할머니가 끌차를 끌고 또 걸으신다. 불안하게 찌그덕 찌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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