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즈이 할머니하고 있었다고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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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즈이 할머니하고 있었다고 떨어지네..."
  • 김인자
  • 승인 2017.08.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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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서호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에그 예뻐서 내가 안 봐줄 수도 읍꼬.."
"서호 친할머니 오셨나봐요?"
"예, 저희집 양반이 아파서 제가 병원에 가 있느라고 와 계시라고 했지요."

심계옥엄니 사랑터가는 아침이면 아파트 정문에서 매일 만나는 5살 서호와 서호의 외할머니.
오늘 서호는 외할머니가 아닌 친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왔다.
친할머니 손을 잡고 서호가 앞에서 걷고 대여섯 걸음 뒤에서 서호 외할머니가 서호 뒤를 따라서 천천히 걸으신다.
친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던 서호 외할머니가 옆에 와서 서자 서호는 잡고 있던 친할머니 손을 놓더니 얼른 즈이 외할머니 다리를 붙잡아 안는다. 그런 것도 잠시 서호는 안고 있던 외할머니 다리를 풀더니 이번에는 친할머니에게로 가서 손을 또 잡는다. 잠시 후 서호는 또 친할머니 손을 놓고 외할머니 품에 가서 안긴다. 친할머니의 손을 잡았다가 외할머니 품에 가서 안겼다가 이러기를 몇 번을 반복하던 서호는 나를 보더니 씨익 웃는다. 부럽죠~~하는 얼굴로.
"서호는 좋~겠네.~"
하고 말하니 서호가 헤헤 하며 웃는다.
"서호야, 그렇게 좋아?"하고 물으니 서호가 고개를 아주 크게 끄덕끄덕한다.

친할머니 손을 잡고 어린이집차를 타러 큰길 쪽으로 걸어가는 서호. 걸어가면서 외할머니가 서있는 뒤를 자꾸만 돌아다본다.
"서호야. 뒤돌아보지마. 넘어질라. 앞에 보고 똑바로 걸어가아."
손나팔을 만들어 서호에게 뒤돌아보지말고 앞에 보고 걸어가라고 천둥처럼 소리치는 서호 외할머니.
"그래도 며칠 즈이 할머니하고 있었다고 떨어지네... 첨에 즈이 할머니 집에 오던 날은 나한테서 안 떨어진다고 그렇게 울고불고하더니..."
"에고 서호가 그랬군요. 그런데 저렇게 뚝 떨어져서 가니까 좀 서운하시죠?~"
"그게 또 그러네여... "하시며 웃으시는 서호외할머니 웃음이 가을바람을 닮았다.
서호 외할머니가 양산을 쓰시고 걸어가신다.
걸어가시면서 자꾸만 뒤돌아보신다. 서호외할머니.

그리고 2년이 지난 2017년 8월,
다시 만난 서호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길.
요며칠 내가 좋아하는 비 마중을 댕기느라 목 감기에 걸려서 마스크를 하고 나왔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가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나오는 서호랑 서호엄마를 만났다. 세상에나 우리 서호 못본 사이에 키큰 것 좀 봐. 얼굴도 형님이 다 됐네.
2년 만에 다시 만난 서호는 키가 두 뼘 아니 세 뼘은 자란거 같다. 너무 반가워 서호엄마에게 인사를 하니 서호엄마 내 눈을 보며 '누구신가?' 한다.
아차차 나 마스크썼지.
마스크를 벗으니 서호가 먼저 아는 체를 한다. 두 손을 가지런히 배꼽에 모으고 공수를 한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공수를 저렇게 이쁘게 하는 걸 보니 우리 서호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구나.
공수도 공수지만 2년이 지났는데도 나를 잊지않고 반갑게 인사해주는 서호가 참으로 고마웠다.
"마스크 쓰셔서 누군지 몰라뵀어요."
"엄마 누구야?" 하고 묻는 서호누나 서현이. 서현이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거 같다. 키도 그대로고 얼굴도 고대로다.

"1층 살았던 이모잖아."
누구냐고 묻는 누나 서현이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자랑스럽게 말하는 서호. 진짜 의젓해졌네.
이사오기 전 저쪽 건너편 동 1층에 살 때 심계옥엄니 사랑터가는 아침마다 매일 만났던 서호. 그 당시 5살이었던 서호는 부끄럼쟁이 소년이었다. 즈이 할무니가 나를 볼 때마다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해도 쌩하니 앞으로 도망가고 부끄러워서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던 아이였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누가 인사하라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자기가 먼저 나서서 인사를 한다. 본지 2년이 지났는데도 잊지않고 나를 기억하고 있었네, 고맙다 서호야.

"서호 많이 컸네요."
"예, 내년에 학교가요."
서호 엄마가 웃으며 말씀하신다.
"와, 우리 서호 벌써 7살이야? 형님됐네."
똘망 똘망한 얼굴로 반가워요 선생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따뜻하게 쳐다보는 서호.
엄마랑 집으로 걸어가면서 계속 뒤돌아서 나를 쳐다보는 서호.
"서호야, 뒤돌아보지말고 앞에 보고 걸어가. 넘어질라."
손나팔을 만들어 소리치는 내게 서호가 손을 흔든다. 나도 웃으며 서호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 이런 서호 외할머니 건강하신지 안부를 여쭤보질 못했네.
요즘도 서호랑 서현이 봐주시러 아침마다 서호 집에 오시나? 초등학교 선생님인 서호 엄마가 여름방학중이라서 오늘은 할머니대신 엄마랑 놀이터 나온건가?
서호 껌딱지셨던 서호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림책벤치 울할무니들도 보구싶다.
가을이 오긴 오려나보다.
그리운 할무니들이 이렇게 보고싶어지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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