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아파트 화단에서 키를 봤다. 울 할머니가 찹쌀 까불를 때 쓰시던 키. 오줌 싸면 소금 얻으러 다닐 때 머리에 뒤집어 쓰던 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나 어릴 때 많이 보던 키가 화단에 얌전히 놓여져있다. 키 안에는 한 바가지쯤 되는 찹쌀들이 납작 엎드려 있었다. 찹쌀을 키에 이리 얌전히 깔아놓으신걸 보니 알뜰하신 할머니들 중 한 분의 솜씨다.
아마도 찹쌀에 벌레가 났을거다. 정 많으신 우리 할머니가 찹쌀에 든 벌레들 제 갈길로 가라고 이리 해놓으셨을게다. 수돗물 부어 몇 번만 헹궈버리면 벌레쯤이야 다 잡을 수 있을텐데. 마음밭 고우신 우리 할머니들은 벌레도 생명이라 이리 마음을 쓰셨을게다.
찹쌀아~
찹쌀아~~
너희들 비행기 타고 어디 가니?
"뭘 쳐다보믄서 그렇게 중얼거려?"
뒤돌아보니 꽃할무니시다.
꽃할머니답게 예쁜 꽃가방 들고 어디 다녀오시나보다.
"어디 다녀오세요? 할무니?
"응 밭에~"
"와 밭에 다녀오시는데 이렇게 이쁜 가방 들고 다녀오셨어요?"
"그럼 밭을 가든 시장을 가든 나는 이쁘게 하고 다니는게 좋아. 아 그리구 나보고 할무니라고 하지말라니까아."
"아 예~~ 이거 할무니꺼예요? 아니 언니꺼예요?"
"언니? 언니 좋다. 응 이거 언니꺼야. 찹쌀에 벌레가 나서 까불어 놨더니 이거 봐라, 벌레들이 다 날아갔다."
꽃할머니가 찹쌀에 든 벌레들을 바람에 태워 가을 여행을 보내셨구나.
아침부터 까불던 찹쌀 벌레들아
너희들은 어디로 훨훨 날아갔니?
너 참 부럽구나 야...
나도 누가 까불어줬으면...
"엄니, 여기서 뭐하셔?"
"참깨 벌레 고른다. 이 비싼걸 그냥 내팽기쳐두고."
물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사이 심계옥할무니가 참깨랑 사라지셨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하~~가슴을 쓸어내렸다.
찹쌀에 난 벌레를 손으로 하나하나 잡는 할머니를 보고 작은 딸아이가 벤치에 모셔다 드렸단다. 쟁반에 깔아놓으면 벌레들이 밖으로 기어나올테니 할머니가 일일히 손으로 잡으실 필요없다고.
"봉다리를 여니까 나비가 디글디글 하더라. 이걸 진작에 볶아 먹었어야 했는데."
심계옥엄니 사랑터 가시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 심계옥엄니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않으신다. 설겆이하고 흰 난닝구 손으로 비벼 빨고 쌀씻어 냉장고에 쟁여두고 치매센터에 가시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 심계옥엄니는 왠 종일 중중거리며 개미처럼 일하신다.
심계옥할미 콩쥐?
나는 팥쥐?
아니아니 심계옥엄니가 콩쥐면 나는 콩쥐 딸이지.
"엄니, 션하게 이거 드셔."
"이게 뭐냐?"
"누가바"
"일당이냐?"
"아녀, 간식이여"
우리 심계옥엄니 말씀하시는 재치 좀 보소.
"엄니 벌레난 걸 뭐해요. 그냥 버려요"
"저저저 ~벌 받을라고 아깝게 버리긴. 벌레잡고 달달 볶으면 감쪽 같을걸. 에고 물자 아까운 줄 모르고 은제 철이 드냐"
" 그러게 은제 철이 드냐? 나도
울 심계옥엄니처럼 호호 할무이 되면
그때나 철이 들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