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무니 소사에서 여인숙 하셨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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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무니 소사에서 여인숙 하셨던 이야기
  • 김인자
  • 승인 2017.10.10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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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명절과 시어머니

띵동~
"누구세요?"
"엄니, 저에요."
"민정에미냐?"

추석 명절 바로 전날 시댁.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도 부지런대장 울 시엄니 박미자여사 벌써 동태포 떠다가 전 부치고 계셨다. 심계옥엄니 밥 챙겨드리고 애들 밥 챙겨놓고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도 시엄니가 한 발 또 빠르셨다. 내가 올 때 까지 절대로 암껏도 하지 말고 가만히 계시라했는데 울 시엄니 이번 추석에도 명절음식 장만 먼저 시작하셨다.

우리 시댁은 제사를 모시는 큰집도 아니고 아버님이 둘째라서 시집장가간 시누들과 시동생이 먹을 음식만 하면 되는 집이라 명절이라고 해도 여느 종갓집처럼 제사음식해야하는 큰 부담은 없다. 다만 울 시어무니는 손이 큰 큰며느리 때문에 늘 일이 많다고 걱정이 많으시다.

오늘도 손큰 큰며느리가 오기 전에 추석에 밥상에 올릴거 한 접시씩만 후딱 해치울라고 서둘러 전 부치시는 중이셨다며 웃으신다.
처음 시집와 전을 부칠때도 조금 부치시다가 "나 이거 하기싫다. 니가 다 할래?" 그러셔서 우리 시엄니는 되게 귀여우시다 그리 생각했었다. 지금은 송편을 시아부지한테 시장에서 사오시라고 부탁을 드리지만 시집와 몇 해 동안은 직접 익반죽을 해서 집에서 만들었었다.
그때도 울 시어무니는 먹을 사람 없다고 쪼꼼만 하자고 하셨고 나는 남는게 낫지 모자라면 안된다며 많이 하자고 했고 그런 모습을 보며 큰시누이가 시엄마와 며느리가 뭔가 거꾸로 됐다며 웃었더랬다.

"엄니, 당면 큰거 없어요?"
"그거믄 충분하다. 많이 해봤자 누구 먹을 사람도 없어."
"그래도 명절인데 이건 너무 작아요.엄니 작은 고모부도 오실거고 남으믄 싸 보내믄 되지요. 제가 가서 큰거 사올께요."
"이것도 많다."
"모자라는거 보다 남는게 나아요 엄니. 먹고 남으믄 아가씨네랑 언니네 싸주믄 되여."
"니가 다 할거냐? 나는 허기 싫다. 다리도 아프고 몸팅이가 여기저기 아파서 암껏도 허기 싫다. 점점 뭐 하기가 싫여."
"엄니, 아프세요? 어디가 아프세요?"
"안그랬는데 요기가 아프다.
서서 전을 좀 부쳐서 그런가? 요기는 안 아팠는데 요기가 아프다."
"그니까 하시지 말라니까. 내가 다 한다고. 엄니, 요기 앉아보세요. 엄니 어디 아파요? 어디요? 요기요?"
"응, 요기가 아프다."

어디 아프시냔 내 말에 시엄니 아이처럼 바지를 걷어올리시고 요기 요기하시며 무릎을 툭툭 치신다. 호랑이 크림을 꺼내 둥글게 둥글게 살살 맛사지를 해드렸다. 무릎맛사지를 시작하자 울 시어무니 옛날에 소사서 여인숙하셨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울 시엄니는 그 시간이 사시면서 제일 고생스러우셨던 시간이셨나보다. 늘 나를 보면 이야기하는걸 좋아하시는데 소사서 여인숙하던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꼭 하신다.

"그때는 연탄을 땠는데 다른 집처럼 연탄을 아끼지 않고 팍팍 때서 우리 여인숙이 늘 방이 제일 먼저 나갔느니라. 이불도 내가 매일 갈아줬지. 깨끗하게 자라고. 그때야 세탁기가 없었으니 죄다 손빨래를 했지. 이불도 죄다 발로 꾹꾹 눌러 깨깟이 빨아서 넣어줬느니라.

아고, 시원하다. 요기도 아프믄 내가 이 호랑이 기름을 바른다."
시엄니가 호랑이 크림을 두 손가락으로 푹 찍어 어깨에 바르신다.
"엄니, 일로 누워보셔요. 그렇게 바르믄 오른쪽 어깨가 또 결리지요. 그르지말고
아예 웃웃을 벗으시고 욜로 엎디셔요."
그러자 시엄니 "옷을 벗으라고? 숭허게" 하시면서도 윗옷을 벗고 업디신다.
"아고, 울 어메 어깨가 은제 이르케 좁아졌다냐?"

양손바닥에 호랑이크림을 발라 엄니 등에 맛사지를 꼼꼼하게 하기 시작했다. 어깨에서 등으로 등에서 엉디로 내려오면서 꾹꾹 눌러 드리며 살살 문질러드리니 "아구, 시원허다. 등짝에 뜨건 불이 확 붙는거 같다." 하시던 시엄니 옛날 옛적 시집오던 새색시로 돌아가셨다.

"우리 할아버지가 나는 시집을 안보낸다고 했다. 내가 할아부지 탕약을 잘 대렸거든. 쓰지도 않게 양도 적당하게. 오촌당숙이 술 좋아하시는 할아부지에게 술을 사드리고 넷째 손녀딸 시집보내라고 하면 술 안잡수면 안보낸다하고 술 잡수면 "그래 보내께."해서 시집을 가게 되었다. 할아버지 술 잡숫고 술김에 허락이 되어 시집가라 그래서 니아부지한테 시집을 갔다. 시아부지에게 시집온 새색시 시엄니의 이야기는 호랑이크림 반 통을 쓴 맛사지가 끝날때 까지도 계속되었다.

"와 울엄니 진짜 대단하시다. 그럼 엄니가 돈 벌어서 집안 살림을 다 하신거예요? 아부지는 그럼 그 돈을 다 벌어 뭐 하셨대요?"
"그럼, 내가 다 했지.육십 평생 니 아부지하고 살면서 이태껏 나는 니 아부지한테서 생활비라고 타본 적이 없다. 다 내가 벌어서 먹이고 입히고 했지." "그럼 아부지는요?"
"아부지는? 집짓고 땅사고 했지."
"아 그르셨구나. 엄니가 고생많으셨겠어요."

"고생 많이 했지. 근데 이게 무슨 냄새냐?"
"아 맞다. 갈비찜."
울 시엄니 새악시부터 칠십 팔 세 까지 사신 이바구 듣느라 출장맛사지 해드리느라 가스불 위에 올려놓은 갈비찜 홀랑 다 태울 뻔했다.
아니 이미 태웠다.

"엄니 이거 어떻해요?"
"어떻하긴. 먹은 셈 치믄 되지. 고기가 뭐 좋은거라고. 근데 우리 어디까지 얘기했냐?"
울 시엄니 그동안 이야기가 이렇게 고프셨구나.
이리하야 그날 난 울시엄니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나머지 음식은 추석 당일날 후다닥 빛의 속도로 해서 먹었다는 이야기~~~
먹는거보다 말하는게 더 좋으신 울 시엄니
자주자주 출장 맛사지 가야겠다. 향기 좋은 맛사지 크림 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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