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배다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4월 26일 목요일 저녁, <배다리_소설 창작방>이 열렸다. 그리 넓지 않은 요일가게에 사각 탁자가 두 개나 놓였고, 의자도 빽빽하다. 특강할 때나 볼만한 의자 수에 좀 놀랐다. 12강으로 진행될 짧은 소설을 쓰는 수업이 시작됐다. 4월초에 강좌를 공지하고 며칠 되지 않아 참여자 10명이 훌쩍 넘어버렸다며 담당자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던 그 수업이다.
<배다리, 마을로 가는 교실_배다리 인문학> 소식이 나간 후 참여 신청이 마감됐다는 사실을 공지했음에도 소설수업을 듣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강좌를 진행할 이재은 작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며 참여자가 빠르게 채워진 것에, 모집인원을 훌쩍 넘은 신청자 숫자에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인지 놀라움을 담은 한 마디를 SNS에 남겼다.
자기소개를 위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려는 작가는 다양한 질문이 담긴 설문지를 건넸고, 가만히 곱씹으며 설문지를 채웠다. 왜 소설쓰기 수업을 신청했는지, 인상 깊은 소설이나 최근에 읽은 소설은 무엇이고 이유가 무엇인지, 글쓰기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소설은 잘 읽지도 않고 즐겨하지도 않아서 ‘소설을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덥석! ‘소설쓰기’를 신청했다. ‘읽지도 않는데 쓰기라니 ...’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발단-전개-절정-결말’ 정도의 소설의 구성요소와 ‘시점’ 정도 밖에 모르면서 첫 번째 합평을 위한 소설을 쓰겠다며 손을 들었다. 특히 원고지 2-30장 정도의 짧은 소설이다 보니 수업이 끝난 후 거의 일주일 동안 머릿속으로 수많은 짧은 소설을 써내려갔다. 그게 소설인지 아닌지도 모를 이야기가 내가 찍는 사진 속 피사체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어 머릿속에서 다양한 춤을 추고, 거기에 빠져 있다가 정작 써야할 글을 새카맣게 잊어버리기도 했다.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놀이가 생겼다
12강이나 되는, 심지어 소설 쓰기 수업을 신청하게 된 건 역시 가까이 있는 곳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소설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종종 있지만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먼 거리여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1-2년에 한 번 정도 인문학 강좌를 신청해 서울 이곳저곳을 다녀본 적이 있는데 그럭저럭 들어볼 만한 강좌이긴 했어도 빠듯하게 인천행 전철을 타야하는 입장에서는 힘들었다. 인천에서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들을 수 없으니 돈을 내고 들을만한 가치가 있을지 고민하고 결정해서 몇 번 다녀본 참이다.
지난 해 생태철학이라든가 도서관, 책방, 글쓰기, 현대시 읽기 등의 강좌도 재미있게 들은 참이라 이번에 배다리에서 진행하는 ‘구술생애사’며 ‘영어원서읽기’, 이설야 시인의 ‘시 쓰기와 시 낭독회’ 등도 시간만 되면 죄다 듣고 싶을 정도다.
@구술생애사 첫 강좌였던 <할배의 탄생> 최현숙 작가 강연은 5월1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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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배다리에 도착한 최현숙 작가는 인근 지역과 배다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평양냉면집에서 냉면을 먹기도 했다.
@마을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담아내는 <구술생애사> 특강 _ <길 위의 독서> 전성원 작가의 '서평이야기'가 5월 2일 저녁 요일가게에서 진행됐다.
봄이 절정으로, 배다리는 어디로
지난 4월 27일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올해 초까지 전쟁이 일어날듯 일촉즉발의 상황이 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상황이 이어지더니 종전과 평화가 봄꽃들처럼 멋진 향기를 퍼뜨리고 있다.
@봄꽃이 흐드러졌던 4월 철로변길 노란집 정원
배다리공터는 주민과 구청이 자신의 방식으로 정원을 가꾸기로 하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가꾸기를 한다. 책방거리에는 전신주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위험하게 늘어져 하늘을 가르던 전선들도 보이지 않는다.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 마무리되며 책방거리는 어떻게 단장을 마무리 할지 궁금해진다.
@(데스크탑 화면을 기준으로) 구청에서 가꾸는 언덕배기(좌), 주민들이 가꾸는 마을정원(우)과 마을텃밭(아래)
스페이스 빔에서는 인천 연안의 역사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생활 생태 및 공동체를 아우르며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과 혁신을 도모하는 <배다리 도시학교>가 5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 신청 http://spacebeam.net/939292)
배다리에서 가장 오래된 책방인 '집현전'이 마침내 문을 닫았고, 건물은 팔리자마자 간판을 내리고 영화촬영장으로 세트가 만들어졌다. 집현전 두 내외분은 자녀분들이 모시고 갔다고 했는데 지난 5월 7일 월요일, 집현전 할머니 한봉인 여사가 향년 88세의 나이로 소천(召天)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집현전 한봉인 여사
대창서림(대표 김주환 옹)도 임대가 나갔다고 한다. 다행히 임대 들어오시는 분도 책방을 이어갈 예정이라 하니 안심이 된다. 어떤 분이 들어오실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배다리 책방거리의 책방은 ‘나비날다 책방’, '대창서림, ‘아벨서점’, ‘한미서점’, ‘삼성서림’ 다섯 곳이 남았다.
@영화세트로 만들어진 집현전. 문 닫은 집현전 모습. 배다리 책방거리 뒷골목에 있던 여인숙 골목, 마지막 여인숙인 진도여인숙도 영업을 중단했다.
@철로변길 캘리공방 '캘리생활자' 1층은 작업실, 2층은 전시관이다.
철로변길 김장을 하고 텃밭을 가꾸던 할머님이 이사 가시고 새로 공간을 정리하고 작업실을 마련한 캘리그래피 공방 ‘캘리생활자’는 2층에 작은 갤러리를 만들었는데 첫 전시를 지난 4월 24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작업자가 공방에 왔을 때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주로 늦은 오후에 문을 연다고 한다.
@4월 24일 오프닝은 유료 캘리그래피 강좌로 수묵캘리스트 담묵씨의 강연으로 진행됐다.
우신양복점 어르신은 볕 좋은 토요일 오후 여러가지 그림 액자를 골목길 벽에 붙히셨다. 여러가지 고민을 하시며 못생긴 벽을 가리고 좋은 그림을 붙혀보겠다며 여러가지 액자와 그림을 떼었다 붙히며 애쓰셨다.
배다리에 치킨집이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영화촬영장이라고 한다. 먹거리 공간이 거의 없다보니 주민들이나 배다리를 자주 오고가는 사람들은 진짜로 치킨집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날이 따듯해지자 책방거리 뿐만 아니라 배다리 공터며 철로변 걷고 싶은 길까지 적잖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 음료라도 살 수 있는 구멍가게나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식당 같은 소매점이 마을 곳곳에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다.
배다리 안에 사는 사람이 적어서 생긴 문제다. 사람들이 더 적어질지 많아질지가 문제다. 어찌되었든 공동체가 지속하려면 어울려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아지고, 마을 안에서 작은 경제구조가 만들어져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녹음이 짙어진 철로변길 풍경
이른 봄 피었던 꽃들은 다 떨어졌지만 초록은 짙어지고, 꽃들은 화사해지고 있다. 밥 한 끼 웃으며 나누고 살아가는 소박한 꿈들이 어우러지면 좋겠다. 많이 욕심 부리지 않으면 충분히 아름다운 가족이고 마을이고 도시가 될 텐데 너무 많은 욕심들에 서로서로 다치고 산다.
형제처럼 나누고 살아가는 것이 공화주의의 의미라고 한다. 모두의 것이니 당연히 그래야하는 ‘republic = 공공의 것’ 그런 마음을 나누고 살면 좋겠다.
@5월 1일 노동절 기념 <밥>展이 진행중인 갤러리카페 <한.점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