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문화와 모임을 품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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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문화와 모임을 품어주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9.19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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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아지트]⑧ ‘아프리카 목공소’

 
중구 홍예문 인근의 아프리카 목공소. ⓒ인천문화재단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인천시는 올해 문화예술과 산하 ‘생활문화팀’을 신설해 예산을 지원하며 직접 사업을 시도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인천in>은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아프리카 목공소’를 이끄는 김영수 사장. ⓒ배영수

 

◆ “우연히 테이블 만들어달라 부탁받으며 목공소로 불렸다”
 
동인천역 대한서림과 학생교육문화회관 사이를 거쳐 홍예문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아프리카 목공소. 이미 그곳을 지나는 순간 ‘아, 이곳이구나’라고 알 수 있는 아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어설프게 나무 위에 그려놓은 아이들의 그림을 따라 무척 정교하게 재단한 나무를 보면 그 아이러니함에 발길을 멈춰 서게 되는데, 이내 나무색 가득한 색감으로 꾸며진 외관과 열려 있는 문 너머 걸려있는 목자재와 공구들은 여기가 목공소 혹은 목공예술을 하는 공간임을 단번에 알아채게 한다.
 
이곳을 이끄는 김영수 사장은 사실 인천 출신도 아니고, 당초 목공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부산 출신으로 인천 땅은 백령도에서 해병대 복무를 하면서 처음 밟아봤지만, 정착 전까지 그는 인천에서 터를 잡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서울에서 자동차 영업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인천 주안동으로 이사를 왔고, 구월동 농산물시장에서 일을 하다 건축업에 종사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서도 일하는 등 잘 나가는 시절도 있었지만 회사를 나와서는 어려움도 많았다. 어려움이 심할 때는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했었지만, 인천으로 다시 돌아와 우연한 시기에 삶의 희망을 찾아 전망이 괜찮은 현재의 목공소 공간을 숙소로 임대했다.
이곳이 목공소로 불리게 된 것도 재미있다. 장비 몇 개 갖다 놓고 내부를 꾸며놓은 게 목공소인 줄로 착각한 동네 아주머니가 목재 테이블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이를 들어주면서 “동네에 목공소가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이에 그냥 목공소로 자연히 자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때 아주머니 부탁이 30만 원 줄 테니 해달라는 거였는데, 월세가 28만 원이었어요. 그래서 해줬던 거예요. (웃음) 당시 제 삶의 경제적 수준이 바닥이다 보니까. 그런데 그렇게 공구로 꾸미고 가끔 안면이 있는 동네 분들 부탁 들어드리고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목공소로 불리고 있었더라고요. 건설업에 종사한 경력이 있어서 공구 사용 자체는 익숙했고, 동네 분들이 원하는 목공품들이 탁자나 책상 같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거여서 그런 것들이 수년 간 아프리카 목공소를 이끌어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중부경찰서 동인천지구대 제안으로 10대 청소년들이 협의된 공간에 벽화작업 및 벽돌 색칠작업을 하는 모습. ‘우범지대’로 인식된 곳들의 분위기를 바꾸자는 차원이었다. ⓒ아프리카 목공소

 

◆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몇배 더 낫다.”
 
김영수 사장은 목공 일만 아니라, 인천지역에서 예술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안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공 체험수업이나 인천문화재단 소품 제작을 하면서 입주작가들 일부와 컬래버레이션의 경험도 있다. ‘한국미술조망전’에 자신 혹은 협업 형태로 작품 출품을 하고 입주작가 쇼케이스 등을 했던 경험도 있다.
 
현재 아프리카 목공소의 수입원이라고 하면 작은 가게들이 의뢰해 오는 목재나 철재 등의 인테리어나 집기 제작, 집을 비롯한 공간 수리 등이다. 홍예문 인간 카페 ‘파랑돌’과 신포동 재즈 클럽 ‘버텀 라인’ 등 인근 가게들 중에서도 그의 손길이 닿은 경우가 꽤 있고, 그 역시 동네 주민들의 일 해줄 때는 특히 더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지만 아프리카 목공소가 ‘동네 아지트’임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아지트로서 그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인근 인성여중고 혹은 제물포고 등의 아이들 사이에서 김 사장은 ‘동네 목공아저씨’로 통한다. 동네 목공아저씨는 이 공간에 계속 놀러오던 아이들과 청소년들, 신기한 마음에 처음 들어온 학생들까지 누구라도 찾아와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던, 그림을 그리던 그들 마음대로 놀 수 있게 배려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아이들, 학생들이 자주 놀러온다는 것을 우려하는 눈빛도 있었지만, 그건 다 편견이라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
 
“10대 아이들이 모이면 무법천지처럼 놀 거라는, 어른들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시선들이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생각이예요. 만약 그게 맞다면 아프리카 목공소 역시 무법천지가 돼 있었겠죠. 아이들이 스스로 모이는 공간에서 어울리면, 각자 질서들을 잘 지키고, 논 다음에 치울 것이 생기면 더 잘 치웁니다. 스스로 지켜야 할 룰 같은 것도 스스로 만들고요. 외려 나 같은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몇 배는 훨씬 나아요.”
 


‘아프리카 목공소’가 매년 할로윈데이마다 치르는 ‘구미호 데이’의 기념촬영. ⓒ아프리카 목공소

 

◆ “조만간 10대와 아이들 주인인 활동무대 더 크게 만들어주고파”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이 진행한 ‘동네방네 아지트’에도 아프리카 목공소는 아이들을 위한 아지트 및 그들의 콘텐츠를 위한 방편으로 참여했다. 원래부터도 아이들이나 학생들, 젊은 청년들이 아지트라는 생각으로 놀러오면서 목공체험도 하고 결과물도 선보였던 활동이 있었는데, 인천문화재단에서 이를 지원했던 거였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진행했던 것이 ‘GO AFRIKA 목공교실’이라는 이름의 활동이었고, 그들 스스로가 그림과 톱질, 나아가 용접 등까지 원하면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그들이 직접 제작한 벤치를 노인들 쉼터에 제공하기도 하고, 후미져 우범지대처럼 보였던 곳엔 아이들이 벽화를 그리는 활동도 했다.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과는 별개로 매년 할로윈 데이에 ‘구미호 데이’를 기획해 아이들, 10대 학생들과 같이 노는 난장을 열기도 한다.
 
아프리카 목공소는 올해의 경우 문화재단이나 시에서 하는 직접지원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당초 참여 계획이 있었지만 공기관의 계획이 아프리카 목공소가 지향하는 바와는 달라 '푼돈 지원'에 중심을 흔들리게 하면 안 된다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대신 올해 중구의 교육혁신지구 선정과 관련해 청소년들의 진로 멘토링 수업 중 목공분야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일반인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동네 예술대학 : 꾸물꾸물 문화학교’의 목공수업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 동네에 거주하거나 자주 오가는 아이들이 직접 동네의 뉴스를 전할 수 있는 소규모 신문 제작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사실 저녁에 놀거리 같은 게 없어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수도 적지 않은데, 그들을 활용해 그들 스스로 활동하도록 배려하고자 하는 거예요. 그 아이들도 멍하니 놀면서 스스로 명분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이들에게 활동할 명분을 주면 그 아이들이 어울려 놀면서도 활동할 수 있게끔요. 조만간 정말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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