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한로(寒露)였다. 그래서인지 요 며칠 갑자기 낮아진 기온 탓인지 감기 환자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런 것을 보면 정말 조상들의 지혜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구의 온난화나 이상 기온으로 더워야 할 때 춥고 추워야 할 때 따뜻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온도 변화는 인체를 생리적인 불안 상태에 빠뜨린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생명유지에 적절한 온도가 있다. 인간의 체온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36.5도인데, 외부 온도와 관계없이 늘 비슷한 온도가 유지된다. 이것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영양분을 분해해 에너지가 생길 때 그 일부가 열에너지로 바뀌는데, 이것이 혈액을 데워 체내를 돌아 체온을 유지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체온계로 잰 온도는 인체의 표면 온도를 말하는 것이고, 몸속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온도로 말하자면 몸속이 따뜻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머리가 차갑고 배가 따뜻해 차가운 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순조롭게 이동하면서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우리 몸의 항상성 시스템은 늘 같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조절하는데 체온이 1도 상승하면 기초대사량이 10퍼센트 가량 올라가게 된다. 기초대사량이란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의 총량을 말한다.
그런데 체온은 무엇보다도 면역력과 관계가 깊다. 일본의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 박사는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30%가 떨어진다고 했다. 반대로 체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의 면역력은 5배나 높아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신체 온도와 면역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신체 온도를 높이면 인체의 항상성 시스템은 체온이 더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말초혈관을 확장해 체외로 열을 내보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면 백혈구와 활동이 활발해져서 면역력은 증강된다. 몸을 따뜻하게 하면 모든 질병에 효과적이다.
반대로 신체의 온도가 떨어지면 우리 몸은 말초혈관으로 가는 혈액의 공급이 줄여서 심부의 온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고, 남아도는 여분의 열량으로 살이 찐다. 신체 온도가 낮으면 살이 찌는 체질이 된다.
요즘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은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이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면 아이들에게 꼭 내복을 챙겨 입힌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정작 내복이 필요한 사람은 젊은 여성과 노인이다. 또 아무리 건강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차가운 날씨에는 내복을 입어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 머리에는 열이 몰리는 반면 손발의 온도는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거나 설사, 변비 등의 장 트러블을 많이 겪는다. 장 건강이 무너졌다는 것은 건강의 방어선이 뚫렸다는 의미와 같다.
마찬가지로 암 환자들도 정상인보다 체온이 낮다. 체온이 높을 때는 면역세포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암 세포가 맥을 추지 못하지만, 체온이 낮아져 면역세포의 활동이 둔해지면 암 세포가 기를 펴기 시작한다.
요즘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는 일반적인 상식처럼 두꺼운 옷 하나를 입는 것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좋다. 지금 같은 환절기에 지나치게 두꺼운 옷을 입으면 땀이 나기 쉬운데, 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떨어뜨리는 수가 있다.
목도리나 스카프도 체온 유지에 매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틈틈이 따뜻한 물을 마시고, 귀가 후에는 반신욕은 추천할 만 하다. 잠자기 2시간 전 38~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20~30분 정도 몸을 담가주면 된다.
차고 습한 환경에서 목욕은 매우 좋은 건강법이다. 일본이 장수 국가가 된 데에는 그들 특유의 목욕 문화가 상당히 기여했을 것이다. 목욕을 할 때는 갈증이 나지 않도록 적당량의 수분을 미리 보충하는 것이 좋은데, 식사 직후에 목욕은 삼가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의 겨우 급격한 혈압 상승이 있으므로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목욕은 피한다. 또 밖에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기 쉬운 어린아이도 뜨거운 물 목욕은 피해야 한다.
10월 중순이 넘어가면 날씨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추워진다. 이럴 때일수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추워진 날씨에 대비해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찬물이나 차가운 음료는 피하고 틈틈이 따뜻한 물을 마시고, 적당한 온도의 목욕이나 반신욕을 해서 신체 온도를 지키기를 바란다.
< 상형철 병원장 >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보건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수료
피드먼트대학원 심리학 박사과정 수료
병인학회 창립 정회원
임상통합의학 암학회 정회원
대한 발효해독학회 자문위원
서울, 수원, 제주 해인부부 한의원 대표원장 역임
현) 재단법인 '자연' 한국항노화연구소 이사장
현) 더필잎재활요양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