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in]이 강화의 작은 학교, 하점면 강서중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공동체의 삶이 체화되어 있는 지역, 교사와 학생 간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 학생의 꿈과 끼, 비전과 목표를 생활 속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글과 그림, 사진작업에 참여하여 엮어갑니다.
오늘은 농어촌특색사업과 자유학년제 예산을 활용하여 <내 고장 특산물 새우젓 알기와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강사비도 아끼고 나 자신도 명확히 알기위해 두 차례에 걸쳐 인근 창후리 포구에 가서 직접 체험하면서 새우젓 담그는 법을 배우고 왔다. 생각보다 과정이 간단하고 요령도 쉬운 편이어서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갓 잡은 싱싱한 새우를 확보하기 위해 날짜와 시간을 조정하였고 덕분에 매우 만족할 만한 생새우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새우젓 담그기 체험학습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
“새우젓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젓요!”
“육젓요!”
몇 몇 학생이 대답하였다.
“그럼 새우젓 담그는 법을 아는 사람?”
“소금에 절인다.”
어느 학생의 대답에 다른 학생들이 “그건 누구나 아는 것이고 선생님이 그걸 묻는 것이겠니?”라고 반문하였다.
강화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새우젓 축제도 있고, 우리 학교 주변에는 젓새우가 가장 많이 잡히는 창후 포구가 있지만 학생들은 새우젓 담그는 법을 자세히 알고 있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체험활동을 기획한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이 체험학습의 전체 기획과 행정처리를 해준 원채원 선생님이 고마웠다.
나는 학생들에게 준비한 자료를 나누어 주고 새우젓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새우젓 담그는 법을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1팀: 황창대, 허준, 이은정, 이다희, 송현우, 김단하, 구자빈, 한기쁨 그리고 지도교사 이충승, 고연숙 선생님
2팀: 김승지, 유호민, 김가은, 양성호, 심재현, 김예든, 장예찬, 김태하 그리고 지도교사 윤덕성, 류선희 선생님
3팀: 이송연, 이은선, 김가영, 박원경, 한지예, 강효은, 한보람 그리고 지도교사 조아라, 정은경 선생님
4팀: 윤교은, 이윤건, 한평안, 김주안, 임효정, 김현서, 고나휘, 이하정, 이찬미 그리고 지도교사 김용현, 백순향, 정종열 선생님
각 팀별로 새우젓을 담그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에 놓인 새우에 소금을 뿌려 버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들 대부분이 밑에서 흩는 게 아니라 위에서 휘적휘적 뿌리다 시피하며 버무렸다. 보다 못 한 몇몇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준다.
“이렇게 밑에서 위로 쓸어 담으면서 버무려 주어야지.”
“그리고 나중에 소금물을 다시 한 번 뿌리는 거야. 그래야 소금이 새우에 골고루 묻게 되면서 새우젓이 완성되는 거야.”
“여러분의 정성스런 마음이 그 새우젓에 담기면, 정말 달콤하고도 맛있는 새우젓이 만들어져. 마음과 행동이 함께 해야 하는 거야.”
인성이 되면 학력은 오히려 부수적으로 향상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은 당신들의 교육철학이 담긴 말씀을 한 마디씩 한다.
1회용 위생 두건과 비닐장갑을 끼고 얼른 실습하기만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또랑또랑한 눈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예쁘다.
새우젓 만들기 체험모습을 보기 위해 올라오신 김길중 교장선생님은 새우를 날 것으로 드시면서 말씀하신다.
“새우가 아주 신선하네요. 아주 달아요.”
그 옆에서 새우를 맛보고 있는 동생 같은(?) 자취생 이수석 선생님께 내가 말했다.
“점심 때, 초고추장에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요.”
학생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소금에 절이기 전에 싱싱한 새우를 먹어본다.
“맛있어요.”
“달아요.”
서로 먹여주기도 하고 생기가 넘친다.
새우젓 담그는 과정은 일사천리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만든 새우젓 통을 들고 마냥 흐뭇해하였다. 그 과정에서 도움반 학생을 도와주면서 활동하는 친구들, 병원학교에 있어서 등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찬혁이의 몫까지 담고 있는 급우들, 소담소담 잔대화를 나누며 진지하게 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늘 아름답기만 하다. 옛날 화목한 대가족 집안의 김장 담그는 모습이 이랬을까? 참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다.
우리 학교 같은 소규모의 작은 학교가 아니면, 전교생이 어찌 이런 학습을 할 수 있겠는가! 그 속엔 다툼도 시기도 경쟁도 없다. 오직 화목과 신뢰와 사랑만이 가득할 뿐이다. 이런 환경과 분위기에서 밝고 순수하게 자라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미래의 멋진 구성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이 학교가 좋고 이 학교에서의 생활 모두가 행복하다. 교사가 행복하면 학생들 또한 행복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