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인권조례 통과시킨 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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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인권조례 통과시킨 인천시의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1.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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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인천만 인권조례 없다는 비판 피하려 꼼수”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 모습. ⓒ인천시의회

 

인천시의회가 일부 종교단체의 반대 여론이 있는 ‘인천광역시 시민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인권조례)’를 상임위에서 통과시켰으나 인권조례의 근본적인 실효성을 거세한 ‘껍데기’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28일 열린 제251회 2차 정례회에서 조성혜 시의원(비례)이 대표 발의한 ‘인천시 시민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수정 가결시켰다. 이 조례안은 오는 12월 1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정식으로 제정된다.
 
인권조례는 지난 2016년 1월 7대 시의회 당시 이용범 시의원(현재 의장)이 발의해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2017년 11월에는 이한구 전 시의원이 발의했으나 상임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채 7대 의회 임기 종료로 폐기된 바 있다. 모두 종교단체의 압박이 배경에 있었다.
 
일부 종교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한다’는 내용을 두고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논리로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병래 기획행정위원장은 “조성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권조례안이 진통 끝에 수정 및 보완 절차를 거쳐 상임위를 통과했다”며 “애초 조 의원이 담은 취지는 유지하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제시한 내용 등을 담아 조례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수정 가결된 조례안은 손민호 시의원이 제안한 ‘모든 시민은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원안 발의했던 내용 중 교육감이나 시장 등의 책무가 사실상 사라지고 인권 전담부서 신설 등에 대한 내용도 삭제되는 등 논란을 야기할 부분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수정된 내용은 인권조례 4조 2항 시장의 책무를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를 “인권 침해 시정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로 수정됐다. 사실상 ‘의무사항’은 아니게 됐다.
 
또 7조 5항은 “시장은 기본계획 만료된 후 6개월 이내에 그 추진사항을 평가하여 인천광역시 인권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가 “인천광역시 인권위원회는 기본계획이 만료된 후 6개월 이내에 그 추진사항 평가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로 수정돼 인권위원회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10조 6호에 대해서도 “인권교육지역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인권교육 네트워크 구축”으로 수정됐고, 11조 1항 인권전담부서 신설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이뿐만 아니라 17조 2항 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의견 제시’로 수정했으며 인권보호관 제도와 관련해 “시장은 시민의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하여 인권보호관을 둘 수 있다”는 규정만 있고 19조, 20조의 인권보호관의 구체적 직무와 제척에 대한 조항도 삭제됐다.
 
전반적인 내용만 보자면 시민인권에 대한 인천시장의 의무사항이 없어진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상임위를 통과한 인권조례는 입법예고됐던 내용에서 대폭 후퇴해 인권조례의 실효성을 사실상 제거해 버린 누더기 조례안이 되고 말았다”며 “이런 조례안으로 반대세력의 저항을 무마하고 무리 없이 인권조례가 제정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인권조례 제정의 본 취지는 심각히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장차연 측 관계자는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에 인권 기본조례 제정을 권고한 이후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만 아직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면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인권조례의 원칙 있는 재수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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