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세 숟갈만 드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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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세 숟갈만 드셔요."
  • 김인자
  • 승인 2019.01.1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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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시어머니의 식사

"너는 왜 안 먹냐?"
"저도 이제부터 어무니랑 똑같이 하려구요."
"에그, 그게 무슨 말이야아? 나는 너 나이 때 안 그랬다. 머시든 다 잘 먹었어. 지금은 늙어서 이 모냥이 됐지만서도.  젊은 애가 몸이 그래서 쓰것냐?"
"나도 이제부터 엄니랑 똑같이 할끄야."
"그게 무슨 말이냐아?"
"무슨 말이냐믄. 엄니가~ 잘 드시면 나도 엄니 따라서 머시든 잘 먹을 것이고 엄니가 안 드시믄 저도 안 먹고 그럴라고요."
"그럼 안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다 살았다. 니들이 잘 먹고 건강해야지. 뭣보다 니가 잘 먹고 건강해야 어무니며 애들도 모다 건사 잘 할거 아니냐? 근데 큰 애야, 너 어디 아프냐? 어떻게 된게 지난 번에 봤을 때보다 얼굴이 더 못쓰게 됐냐? "
"그거야 엄니가 하두 안 드시니까 그 이쁘던 메누리 얼굴이 팍 가삔네.."
"에구 우쨌으까? 내가 널 보믄 맘이 안스러워. 젊은 게 볼 때 마다 자꾸 마르는게 저것이 어디 몸이 많이 안 좋은데 늙으이들 걱정할까 봐 숨키나 싶고."
"에구, 울 엄니도 제 맘 잘 아시네. 엄니도 제가 안 먹으면 걱정되시죠? 저도 어무니가 안드시고 어지럽다고 하믄 걱정되서 밤에 잠이 다 안 와요. 엄니가 잘 잡 숫고 건강하셔야 저희 자식들이 힘나지요. 젊어서 갖은 고생 다하셔서 자식들 이 만큼 반듯하게 잘 키워놓으셨으면 이제 자식 덕 보고 재밌게 사셔야 되는데 이렇게 드시지도 않고 맨날 어지럽다 그러심 자식이 걱정이 되까? 안되까?
새끼믄 억지로라도 먹일텐데 그럴 수도 없고 엄니, 나 진짜 속상해요."
"그러게 말이다. 이제 좀 살 만하다 싶으니까 이렇게 오만군데 안 아픈데 없이 죄다 아프네. 어지러워서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엄니,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는데요,엄니 건강검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죄 했는데 검사결과가 다 이상 없대요.밥만 잘 잡숫고 몸무게를 지금보다 딱 오키로만 늘려놓으믄 어지럼증도 싹 없어지고 건강해진다고 했어요."
"그러게. 그런데 뭘 입에다가 넣기가 싫어."
"그러믄 클나세요. 어무니가 안드시니까 아부지도 어무니 따라서 진지를 잘 안드시잖아요?"
"느이 아부지? 느이 아부지는 잘 잡숫는다.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
오늘도 내가 어지러워서 밥을 못 하겠기에?
"이런, 그럼 아부지보고 밥해달라고 하시지."
"뭐? 느이 아부지가 밥을 해?
이날 이때까지 살았어도 느이 아부지가 밥은 커녕 빗자루 몽뎅이 한번 안 들어보셨다. 느이 아부지가 을마나 인정머리가 없냐믄 내가 이렇게 아픈데도 눈 하나 깜짝 안해요."
"아부지(시아부지 들으시라고 일부러 크게 소리내서 )가요? 진짜로다요? 아니 울아부지가 왜 그러셨대요? 아부지처럼 다정다감하신 분이 싸랑하는 어무니 편찮으신데 정말 그러셨다고요?"
어무니 옆에서 가죽혁대를 만지고 계시던 아부지가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신다.
나는 시아부지를 쳐다보며 눈을 꿈뻑 꿈뻑했다(아부지,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이해해주세요 하는 눈빛으로)

"느이 아부지는 걱정할 거 읍따. 머든 잘 잡숫는다. 내가 먹든지 말든지 당신은 상관 안하고 잘 드셔(시어무니가 서운한 눈으로 시아부지를 확 쏘아보신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하두 어지러워서 밥을 못하겠기에 중중대다가 아래 만두집서 밥을 시켜서 드렸다. 다른 집 하애비들은 즈이 마누라 아프믄 해논 밥도 잘들 꺼내다 드신다더만 으트게 된게 느이 아부지는 이 날까지 살았어도 다 해놓은 밥도 당신 손으로 가져다 드신 적이 없니라."
"아부지, 어무니 아프시니까 아부지가 밥차려서 엄니랑 같이 드시고 하시지 왜 그러셨대요? 우리 아부지 어무니 엄청 사랑하시면서 왜 그렇게 엄니를 서운허게 하셨대에?~~"
일부러 시어머니 들으시라고 목청 돋워 크게 말했더니 시아버지 허허 웃으시고 시어머니 고거 쌤통이다 싶으신지 내가 엄니 말씀 하시는 동안 입에 새우튀김 하나를 잽싸게 넣어드렸는데도 거부하지 않으시고 씹으신다.(요즘 들어 우리 시어머니는 자식들이 어떤 음식을 해다 드려도 싫다, 안먹는다 하셨다.)
그렇게 새우튀김 하나를 얼떨결에 드신 엄니가 대견(?)해서 된장국에 밥을 말아 엄니께 드리니 아뿔싸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보다. 시어머니가 "나 된장국 안 먹는다. 옛날엔 된장국도 좋더니 이제는 된장 냄새도 맡기 싫다. 매운건 입에도 못 댄다 ."하신다.
빨간 김치는 매워서 못드시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된장국까지 맵다고 안드실 줄은 몰랐다. 지난 여름 허리 수술하셨을 때 만해도 된장국에 밥 말아 드리면 잘 드셨었는데. 계절이 바뀔 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너두 얼릉 먹어. 나만 먹으라고 허지말고.나는 남자들 다 먹고 나면 그 때 먹으께."하신다.
시어무니가 당신 집도 아니고 아들 집에 와서 식사대접 받는 자린데 남자들 다 먹고 나서 먹는다니 안 드실라고 핑계를 대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밥하고 시금치무침하고 동태전하고 김치를(물에 씻어서 엄지손톱만큼 잘게 잘라) 가져가 시어무니 앞에 철부덕 아예 작정하고 앉았다.
"엄니, 아~"
밥 한 숟갈을 작게 떠서 시금치 한 줄거리 올리고 동태전도 반을 잘라 올리고 그리고 물에 씻은 김치도 올려 엄니입으로 가져갔다.
그랬더니 시어무니가 "나, 안 먹어." 하시며 고개를 옆으로 획 돌리신다. 어쩌면 이러실까? 새끼믄 등짝이라도 한 대 철썩 갈기고 억지로라도 먹일텐데?그럴 수도 없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고개를 푹 숙이니 눈물이 방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내가 여기서 포기할 사람도 아니고 하?하고 큰 숨 한 번 내쉬고 눈물 한번 쓱 훔치고 숟가락을 다시 들어 시어무니 입으로 가져갔다.
"어무니, 나 소원이야. 딱 세 숟갈만 드셔요."
내가 우니까 시어머니가 놀라셨나보다. 당신 눈 앞에 다시 온 밥 숟가락을 어무니가 차마 거절을 못하신다.

"나 같으믄 애 정성이 대견해서라도 먹겠다. 당신 민정 에미 고집 못 꺾는다. 그러니 어서 먹어. 나도 여름내내 당신 허리수술하고 병원있을 때 혼자 밥먹기싫어서 안 먹었는데 민정에미가 끼니 때마다 쫒아와서 밥 숟가락들고 먹이는 통에 안 먹을 수가 없었다고. 그 더운날 사둔 챙기면서 끼니때마다 와서 밥 챙기기가 쉬워? 그러니 고집피우지말고 어서 먹어. 애 힘들게 하지말고. 당신도 나도 민정에미 고집 못 꺾어."
시아부지 말씀 때문이었을까?
시어머니는 밥 한 숟갈씩 반찬 얹어 입에 넣어 드리는걸 거부하지 않고 잘 드셨다. 시어무니입에 밥 들어가는걸 보니 내 배가 다 부른거 같았다. 나 어릴 때도 울 엄니가 밥숟가락 들고 이리 쫒아다니면서 밥을 먹였을까?나이들면 애기가 된다고 하더니 우리 시어머니도 시아부지도 다시 어린아기가 되시려나보다.
어린아이면 어떻고 또 아니면 어떠랴? 밥 숟가락들고 쫒아다녀서라도 시어머니가 잡숫는거에 취미 붙이시면 참 좋겠다. 당분간 끼니 때마다 가서 밥 드시게 해야겠다.

"엄니, 이거 드셔요."
"또 뭐냐?"
"사과"
"나 사과 못 먹는다. 먹으면 목 간지러."
"내가 그럴줄 알고 마요네즈에 버무렸죠. 울엄니,이건 드시잖어."
"니가 그걸 어찌 알았냐?"
"어찌 알았쓰까아 엄니?그건 며느리도 몰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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