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날다책방 ⓒ배영수
지난 2017년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 사업들은 올해도 계속된다. <인천in>은 인천시가 펼치고 있는 '천개의 오아시스' 사업과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문화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 배다리에 정착한 사회활동가, 소통의 시작은 바로 ‘책’이었다
‘나비날다책방’의 운영자 청산별곡. ⓒ배영수
인천에서는 문화 및 사회 방면에서 여러 활동들을 해온 ‘청산별곡(본명 권은숙)’이 운영하는 나비날다책방('나눔과 비움이 배다리에 날아든다')은 지난 2009년 ‘책 쉼터’를 테마로 한 공간으로 출발했다. 당시는 지금의 위치는 아니었고 삼성서점 옆 7평짜리 공간을 얻었다가 구 조흥상회 건물인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청산별곡은 인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활동가’로서의 시작은 서울의 작은 환경단체였다. 대안화폐, 지역 공동체 등을 주제로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면서, 당시 환경문제의 큰 이슈였던 새만금 간척사업 및 천성산 터널 건설공사 등에 대한 시민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인천으로 내려왔던 것이 배다리에 7평짜리 공간을 얻었던 2009년 즈음의 일이었다. 당시 인천에서 ‘사진책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운영하던 최종규 작가와 친분이 있었는데, 그를 통해 지금도 이슈가 되고 있는 산업도로 문제를 비롯해 재개발 현안 등 배다리 일대의 이야기들을 듣게 됐고,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동체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천에서 자란 내가 여기서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사회활동을 하며 공간도 운영해오게 됐다고.
“이쪽 헌책방들이 책 자료들이 정말 많고, 찾아오는 분들도 제법 되는데, 막상 책을 막 사서 바로 읽을 공간이 있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헌책방에서 책을 사면 읽고 가라는 의미의 공간으로 문을 열었던 거죠.”
그래도 맨 공간으로 둘 수는 없어서 집에 있는 자신의 책을 다 갖고 나왔다. 어떻게 보면 그때 자신의 취향을 ‘큐레이팅’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 건데, 그러자 공간을 들른 일부 손님들이 그냥 갖다놓은 책을 사고 싶어 하기도 했다. 팔려고 갖다놓은 책이 아니니까 처음엔 실랑이도 하고 그러다가, 이후 마음을 덜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읽은 책이라면, 그 책을 원하는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가도 크게 상관은 없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물론 ‘나비날다책방’이 프랜차이즈 대형서점과 같은 수만, 수십만 권의 책을 갖다놓은 곳은 못 되지만, 요즘 ‘힙스터’들에게 각광받는 이른바 ‘취향팔이’의 트렌드로서는 제격인 곳이 됐다. 실제 이곳을 직접 가보면, 청산별곡 본인이 직접 기르기도 하는 고양이와 관련된 서적들을 메인 공간에 구비하고 환경 및 인권활동과 관련한 책들을 전면에 전시하는 방식 등으로 공간의 취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을 덜어내면서 제 책을 손님들에게 넘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본격적인 ‘장사’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제가 모았던 책들을 사겠다는 분들이 계셨다 보니, 어쩌다 사업자 등록도 하게 된 거죠. 공식적으로는 지난 2016년에 사업자 등록을 했고, 날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4월 16일로 맞췄습니다.”
◆ “앞으론 인문학 분야 인프라도 넓히고파”
나비날다책방이 운영하고 있는 ‘요일가게’ 내부. 작가들의 작업은 물론 인근 주민들 중심으로 뭉친 동아리들의 활동 근거지가 되는 곳이다. ⓒ배영수
나비날다책방은 청산별곡이 주로 책을 팔고 작업을 하는 1층 책방 외에도 조흥상회 건물의 2층 전시공간과 바로 옆에 위치한 ‘요일가게 다 괜찮아’ 등을 통해 배다리 일대 주민들의 문화 활동과 동아리단체들의 움직임을 돕기도 한다.
특히 이 공간을 통해 동네의 젊은 작가들, 디자이너들과도 이 공간을 통해 문화예술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지난해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 공간으로도 선정되면서 요일가게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됐다.
청산별곡은 나비날다책방 및 요일가게 등의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한 동아리들이 10개는 족히 넘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을 통해 요일가게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동아리들이 활동하는 분야를 시의 예산을 받아 직접 지원해줄 수 있었고, 집밥요리를 체험하는 동아리와 뜨개질, 기타연주, 영화감상 등 다양한 시민들의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세 개의 동아리(쫄리의 기타교실, 인희의 집밥 부엌화장품, 월별 주제의 영화감상)를 중심으로는 동아리 각자가 가진 콘텐츠를 나누는 협업도 진행했었다고.
“그러니까,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동아리들이 모여요. 그래서 먼저 집밥을 해먹고, 밥을 다 해먹고 정리가 끝났으면 영화 감상도 같이 하거나 다른 활동을 같이 하는 등의 방식이었죠.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활동이니까 지금은 정산작업 하느라 머리가 아프긴 한데, 지원된 예산 중 일부 소액은 공간 리모델링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 혜택도 약간은 봤고, 여기서 활동하는 동아리들도 재원 부담을 거의 안 느끼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모습도 보다 보니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해 올해로 10년여의 시간이, 그리고 사업자 등록을 통한 ‘공식적인 판매 행위’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도 이젠 3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나비날다책방은 인천시의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 외에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작가회의가 진행하는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고, 그전부터도 인천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재은(소설), 이설야(시) 등의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업 혹은 시민들과 작품 세계를 공유하는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어떤 활동계획이 있을까.
“올해가 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 사업 마지막 연차라서 그 사업도 해야 하고, 기타 지원사업에 참여한 것들은 끝날 때까지는 계속 해야죠. 하지만 그보다는 전 이 공간을 통해 인문학 인프라를 더 만들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물론 동아리들의 자율적인 네트워킹은 계속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제가 인문학에 대한 애정이 많거든요. 그리고 이 공간에서 지금까지 해온 북 큐레이션 및 작가와의 만남 등 프로그램은 앞으로 분야를 더 넓히고 싶고, 그렇게 작가들과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도록 하면서 ‘나눔과 비움’이라는 주제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나비날다책방 외부 전경. ⓒ배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