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스페이스 1관 정문 앞. ⓒ배영수
지난 2017년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 사업들은 올해도 계속된다. <인천in>은 인천시가 펼치고 있는 '천개의 오아시스' 사업과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문화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잇다스페이스’ 정희석 대표. ⓒ배영수
◆ 오래된 골목 건물 재생해 갤러리로 바꿔
인천 중구 관내 문화 공간 중 가장 두드러지는 곳을 이야기하라면 아무래도 인천아트플랫폼이 위치한 개항장 및 신포동 일대를 먼저 들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그 외의 지역에서 문화 콘텐츠를 언급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그런 면에서 신포동 일대와 약간의 거리가 있는 ‘잇다스페이스’와 같은 공간은 의미를 가질 만 하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희석 대표는 최근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목조형작가다. 잇다스페이스를 하기 전에는 주로 활동은 서울 및 경기지역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부평구 산곡동에서 14년을 거주했었고 자신의 첫 목조형작가로서의 작업장소 역시 부평구 청천동으로 인천과는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정 대표의 전공은 미대가 아닌 식품영양학이었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달은 그는 2008년 경 ‘만들고’라는 DIY 목공회사를 꽤 오래 운영하면서, 그때 김석범, 김성수 등 목조형 계열 작가로도 활동하는 교수들에게 사사했다. 회사는 나름 DIY 계열에서 이름도 알려졌고, 경기도 김포에 작업실을 두면서는 400평의 넓은 공간에 직원도 16명이나 두었던 시기도 있었다. 목조형작가로서의 본격적인 이름을 알렸던 시기도 그때쯤이었고 업체의 이름으로 전시를 하면서 해외에서도 활동하는 등 경력도 쌓을 수 있었다.
“꽤 오랫동안 운영했던 ‘만들고’ 덕분에 지금도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쉽지만 ‘만들고’를 정리하면서 ‘만들고’ 이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했죠. 공간을 찾으러 다녔던 때가 2014년 말 쯤이었고, 이듬해 ‘문화주주 짓다’라는 이름으로 펀딩을 시작했어요.”
펀딩은 1주일 만에 1천만 원이 모였고, 정 대표는 그해 4월 지금의 싸리재 공간과 임대계약을 맺었다. 건물 안에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 나무가 보여준 생명력이 그를 자석처럼 당겼다. 낡은 공간인 만큼 임차인이 일일이 고쳐서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그는 건물주에게 “내가 스스로 다 고쳐 쓸테니, 2년 동안은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 달라”는 건물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했다고 한다. 물론 건물주는 처음엔 그와의 계약을 꺼리는 듯 했지만 정 대표가 진정성을 보이자 결국 그의 요구를 수용해 줬다고.
‘잇다스페이스’가 오픈한 시기는 그해 9월이었다. 당시 펀딩에 참여해준 주주들 상당수가 작가였던 터라 그들과 함께 하는 개관전으로 첫 시작을 했다. 평균 한 달에 한두 번의 민간 전시회를 꾸준히 해왔다는 잇다스페이스는 현재 인천에서 오래된 건물을 재생한 좋은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오픈한 2관 내부 중 일부. 1관 건너편길에 위치해 있다. ⓒ배영수
◆ “공간의 역사 담아낸 전시회, 올해 중 반드시 할 것”
물론 잇다스페이스가 이곳에서만 한정된 활동을 해온 것은 아니다. 매거진 ‘우드플래닛’과의 공동기획으로 30여 명의 작가들을 모아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진행한 정관전시라던가, 산림청 지원사업으로 국산목을 활용해 열린 ‘나무를 바라보는 방법’이라는 주제 전시도 해왔다. 또 동탄의 우드아트 플리마켓을 잇다스페이스의 이름으로도 한 적이 있다. 인천에 대한 애정을 담아 인천 중구를 알리기 위해 서울 명동 로드갤러리에서 ‘잇다스페이스 : 인천 중구’라는 이름으로 전시도 4회 해왔다. 그 전시를 보고 인천 중구을 찾아온 외지인들도 꽤 있었단다.
또 지난해만 해도 지역의 문화예술계에서 관심을 끌 만한 전시회도 수 차례 열어 왔다. 이창조 동양화작가의 전시 ‘관조적 사유’를 비롯해 추상화 계열의 구광모 작가가 기획한 ‘Moku Exhibition 10 The Hours’나 ‘한글회화’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금보성 작가의 전시회 역시 잇다스페이스에서 지난해 진행해온 프로그램들이었다.
겉에서 보면 쓸데라곤 없어 보이는, 죽어가는 공간을 살렸다는 의미 외에도, “자신이 이곳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비어 있던 다른 한 쪽의 뇌를 풍성하게 해 줬다”며 ‘윈-윈’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잇다스페이스를 포함해 이 주변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도 고민이 많다. 인천지역의 청년들이 종종 이곳을 방문하는 것을 보면 희망이 없지는 않기에,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인천지역의 문화기획자들, 활동가들의 콘텐츠가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내가 살고 활동하는 곳이 바로 인천이고, 내 자식들은 인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인천이 뭐 그렇지’와 같은 말은 죽어도 듣기 싫다”는 그는 문화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부분이 분명 필요하다고 보고 어떻게 방법을 찾을 지를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 지난해만 해도 도합 4천 명 이상 되시는 분들이 방문을 했어요. 나름 저변확대는 됐다고 판단은 듭니다. 때문에 올해 계획도 탄력을 받고 있어요. 일단 잇다스페이스 2관 전시장을 오픈했고, 지금은 1,2관을 기반으로 ‘뉴트로(Newtro)-1920’ 기획전을 이달 내내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보편적으로 진행시킬 전시계획은 다 잡혀있고, 특별 프로그램으로는 잇다스페이스의 4년여 역사를 담은 단체전시회를 현재 구상하고 있습니다. 아마 총 25~30회 정도 전시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뉴트로 1920 전시회 개막식 당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