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의 문화재단, ‘주민 위한 문화행정’ 되어야
상태바
기초단체의 문화재단, ‘주민 위한 문화행정’ 되어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3.07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취재] 기초단체별 문화원과 ‘충돌’로 인식하면 곤란



지난 2월 연수구가 문화재단 설립 타당성 용역 중간보고 및 주민공청회를 진행하던 당시 모습. 연수지역 여론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연수구청

 

올해 인천 문화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인구 35만 명의 연수구가 고남석 구청장의 공약내용인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미 서구와 부평구가 문화재단을 설립한 데 이어 연수구가 설립을 하게 되면 세 번째가 되는 것이다.
 
연수구는 지난 3일자로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500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샘플’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70%가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올해 연수지역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타 지역에서는 문화재단 설립의 필요성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 그리고 설립을 하게 된다면 어떤 부분들을 대중(시민)이 이해해야 할까? 
 

◆ 인천 ‘30만 이상 기초단체’의 문화재단 설립 검토 여부는?
 
현재 연수구와 인구수가 비슷하거나 더 많은 기초단체들 가운데 아직 문화재단이 없는 군·구는 연수구 외에도 남동구(약 53만 명), 미추홀구(약 41만 명), 그리고 계양구(약 31만 명)이다. 여기에 자체 인구 및 자체 예술인 수는 적으나 예술 활동 자체는 활발히 이루어지는 중구(약 12만)와 같이, ‘특수한 경우’라면 기초문화재단의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이중 과거 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내용을 검토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경우는 연수구와 미추홀구, 그리고 남동구 정도가 꼽힌다. 그러나 가장 활발한 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 연수구를 제외하면 미추홀구와 남동구는 사실상 ‘과거형’이다.
 
미추홀구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현 김정식 구청장이 문화재단 설립을 공약화했으나, 2019년 현재 내부에서 “추진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현재 중장기계획으로 돌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 세부 추진계획이 없어 사실상 김 구청장의 임기 때는 검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남동구는 지난 민선6기 장석현 구청장 당시 문화재단과 복지재단 설립을 함께 추진하려다 의회와 정치적 갈등이 있었던 뒤로는 수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남동지역 여론 일부에서 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간간이 들린다. 중앙정부에서도 인구 50만 이상의 기초지자체를 ‘대도시’로 분류하는 만큼, 그런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
 
중구의 경우는 거주 예술인 수가 적다보니 지자체 차원에서는 아직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고, 계양구의 경우에는 현 3선인 박형우 구청장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문화재단 설립에 대해 이렇다할 검토가 없었다.
 

◆ "문화재단 설립은 해당 지자체의 책임 강조되는 것"
 
인천의 경우만 한정해 보면, 지자체가 ‘출자·출연기관’에 해당하는 ‘문화재단’을 설립해 문화예술분야를 장려하고자 했던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의 일이다. 시와 일선 군·구가 문화예술부서에 배치한 공무원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아니어서 그 점을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설립됐는데,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실 그 이전 시점에서 ‘로컬’ 영역에서 문화예술분야를 지켜왔던 조직은 ‘문화원’이다. 인천지역도 군·구마다 이러한 문화원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 문화원은 지자체와는 무관한, 그 지역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순수 민간조직’이라는 점에서 문화재단과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손동혁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은 “특정 기초지자체가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 출자·출연기관에 해당하는 문화재단을 설립하겠다면 이는 해당 지자체가 문화예술영역에 있어서 더 책임감을 갖고 움직이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오랜 기간 지자체들이 별도의 기관을 만들거나 하는 책임감을 보여 오지 못했던 과정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력을 한 것으로 나온 결과물들이 바로 문화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재단 설립’은 그것대로, ‘문화원 활동’ 역시 그것대로
 
문화재단의 설립과 관련해 지자체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 기존 문화원과의 차이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될 것이다. 남동구를 예로 들어 보면, 지난 민선6기 당시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려던 구가 구의회의 반대에 막혀있던 당시의 상황에서 공무원들 및 구의원 등이 이를 아직까지 잘 구별하지 못하는 듯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4월에 남동구의회에서 문화재단 설립을 놓고 남동구 관계자와 구의원이 갑론을박했는데, 당시 구 관계자는 문화재단의 설립 추진을 위해 용역비 예산 등을 상정하면서 “문화원은 전통문화 쪽으로, 문화재단은 지금 현재의 문화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하자 박인동 당시 구의원(현 인천시의원)은 “남동문화원에서는 그 역할을 못 하느냐, 충분히 할 수 있다”며 따졌다.
 
이 회의 기록은 사실상 공무원도, 구의원도 문화원과 문화재단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두 조직에 대한 차이를 알았다면 민간영역인 문화원이 무엇을 하던 구 관계자가 굳이 문화원과 문화재단의 구별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문화원이 그간 지자체가 책임 있게 해오지 못한 지역의 문화사업들을 수행해 오다 보니까, 문화재단이 만들어지면 문화원이 해온 사업들을 뺏어간다거나 사업 중복의 우려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두 조직의 출발 자체가 다른 만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 영역으로 움직이는 문화원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간섭 없이 별도로 지원과 교류를 되도록 해 주고, 만약 문화재단의 업무 중 특정 사업이 문화원의 어떤 사업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해도 이를 혼선이나 중복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이를 뒤집어 ‘향유하는 시민’ 입장에서 보면 문화예술 사업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참여기회도 늘어나는 것인 만큼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수구 원도심 내 재즈클럽 ‘G#하우스’의 공연 모습. 이 주변으로도 꽤 많은 공연 클럽들이 최근 생겨났다고 한다. ⓒ배영수


 
◆ 정주 인구의 문화향유, 특히 생활문화 분야에선 중요하다
 
연수구와 인구가 비슷한 규모를 가진 타 지자체들이 문화재단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도, ‘문화원의 역할에 지자체가 너무 많이 기대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바탕이 된다.
  
주로 지역의 유지들이 원장을 맡고 ‘순수민간단체’로서 활동하는 문화원에 문화예술 행정을 의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수구문화재단 설립 문제가 여론의 동의를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관측된다. 특히 관내 전체가 조성 당시 대규모의 주거중심지구로 조성돼 고정적인 정주 인구가 보장돼 있는 연수구의 입장을 감안하면, 그렇게 정착한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고 생활문화를 영유할 수 있게 배려하는 행정이 벌써부터 필요했다는 의견이다.
 
연수구 내 재즈클럽 ‘G#하우스’의 김휘동 대표는 “고남석 청장이 지역 내에서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관내 음악 및 예술 공간들을 직접 다니는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객관적인 지표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난해 부임 이후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기대감이 높아진 분위기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