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12명, 화기애애 했던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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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12명, 화기애애 했던 입학식
  • 이수석 이은선 이송연
  • 승인 2019.03.21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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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알면서도 모른 척, 삶의 지혜 - 이수석/강서중 교사, 이은선 이송연/ 강서중 학생

 
[인천in]이 강화의 작은 학교, 하점면 강서중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공동체의 삶이 체화되어 있는 지역, 교사와 학생 간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 학생의 꿈과 끼, 비전과 목표를 생활 속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글과 그림, 사진작업에 참여하여 엮어갑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가 지나고, 3월 4일 열린 강서중학교 신입생 입학식. 의전행사는 간략했지만 어느 때보다 경건했다.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환영사를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내 읽어 내려갔다. 참석한 내외빈 모두와 학생들이 경청하는,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입학식 환영사를 하면서, 김길중 교장은 아주 대담한 '실수'를 하였다.

“거울 앞에 서서 내가 한 발짝 다가서면 거울 속의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납니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나도 웃습니다.”로 원고를 고쳐 읽었고, 경청하던 내외빈과 학생들은 순간 멍해졌다. ‘거울 속의 내가 한 발짝 다가서면 거울 속의 나도 한 발짝 다가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은 거듭 물었다. ‘거울 속의 물러선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은 받은 학생들은 순간적으로 멘붕이 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교장의 재치와 유머였다. 하지만 입학식장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교장의 유머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김길중 교장의 강서중학교 신입생 환영사 전문을 소개한다.

안녕하십니까? 교장 김길중입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이 어느새 찾아와서 따뜻한 날씨 속에 오늘 입학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15일 12명의 졸업생이 정든 학교를 떠나갔는데 오늘 12명의 신입생이 입학하여 전체 학생수는 변동이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학교는 1955년 별립산 품에 개교하였습니다. 60여년의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강서중학교에 입학하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작년에 미리가보는 강서중학교 프로그램에 초등학교 6학년을 초청해서 1학기 한번, 2학기 한번 실시했는데 참가한 학생은 우리학교가 낯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학교는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자율학교’ 및 ‘농어촌 특색사업 운영학교’로 지정되어 운영 중입니다. 지역사회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학생과 교사의 1:1 밀착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들의 삶의 힘이 스스로 자라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1학년은 자유학년제로 운영되고 이어서 2학년 1학기는 연계학기로 운영됩니다. 동아리활동, 예술체육활동, 주제선택활동, 진로탐색활동 등을 통해서 필기시험 대신 진로활동보고서 작성, 토론 및 발표, 협동과제 수행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그 과정을 수시로 관찰하여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과 체험 활동을 통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탐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학교의 비전은 ‘더불어 함께! 사랑과 진리로 세상을 품는 강서인이 되자’입니다. 따라서 경쟁하고 비교하기 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상생하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강서교육’을 하고자 모든 교직원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한 가지만 당부하고자 합니다. 거울 앞에 서서 내가 한 발짝 다가서면 거울 속의 나도 한 발짝  다가섭니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나도 웃습니다. 남이 나에게 잘 해주길 바라지 말고 동급생 친구들, 상급생 선배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여러분이 먼저 한 발짝 다가가고 웃어주세요. 그렇게 하면 상대도 나에게 다가오고 웃어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강서중학교의 한 가족입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행복한 중학교 생활이 되도록 노력해봅시다.
 
세계적인 러시아 소설가 톨스토이는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바로 신입생 여러분에게 오늘 우리학교에 입학한 지금 이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입학을 다시 한번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 함께 응원합니다.
 
끝으로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학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강서중 입학식이 있던 3월4일 설레었던 하루에 대해 쓴 학생 기자의 소감이다.

 


 

우리 학교의 입학식
글: 이은선 그림 이송연

평소와 다르게 눈이 일찍 떠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2주 만에 입는 교복은 왠지 어색했지만 학교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가벼웠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이고 항상 봐 왔던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 한다는 설렘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다름 없었다. 2학년 교실에 들어가는데도 계속 설레었고 믿기지가 않았다. 스쿨버스가 도착하고 친구들이 반으로 들어왔다.

헤어스타일이 변한 친구 (여기에 나도 포함 된다), 살이 조금 빠진 듯 한 친구, 얼굴에 장난끼가 만연한 친구, 그 외에도 다양했다. 역시 우리는 2학년이 되었고, 신입생이 들어왔어도 성숙해지거나 철든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신나서 그런지 반은 되게 떠들썩했다.

이날 이런 우리를 조용히 만들게 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방송소리 이였다. 방송을 듣고 우리는 도서실로 갔다. 도서실에 들어가니 1학년으로 새로 입학한 아이들이 있었다. 1학년생은 총 12명 이였고 남자가 8명, 여자가 4명 이였다. 1학년 남자애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어두워 보이고 기운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애들의 모습을 보고 우리 2학년의 밝은 분위기를 좀 나눠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입학식 시작 전에 연습이 있었다. 연습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조금씩 내가 이제 2학년이 됐고 1학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다 오시고 교장선생님까지 오신 다음에 정말로 입학식이 시작됐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입학식의 시작을 알리셨다.

입학식에서 1학년이 하는 선서가 있었는데 그때 작년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선서할 때 대표로 한명이 나가서 하는데 그때 단하가 나갔던 것이 기억났다. 선서할 대표를 입학식 당일에 선생님께서 아무나 뽑으시는 건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작년에 선서 대표가 안돼서 속으로 되게 안심하고 기뻐했다. 아무튼 선서 하나로 작년을 실감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선서가 끝나고 선생님들 소개를 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두 분 이셨다. 한분은 도덕 선생님 이셨고 한분은 보건 선생님 이셨다. 작년에는 보건 선생님이 없으셨는데 올해는 있으셔서 뭔가 신기했고 좋았다. 도덕 선생님은 젊은 여자분 이셨다. 젊은 여자 선생님 이셔서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뭔가 그 학생들의 '반응'이 작년에 보지 못했던 것 이어서 웃기다 해야 하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낌이었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 이셨고 2학년은 수학 선생님, 3학년은 과학 선생님 이셨다. 그 외에 다른 과목 선생님들, 행정실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교장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셨다. 선생님들 소개가 끝나고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딱 지루해질 찰나에 웃음을 선사해 주셨다. 교장 선생님 말씀 중 “거울 앞에 섰을 때 내가 한발자국 걸어가면 거울 속에 있는 나는 뒤로 가죠?”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하셨다. 근데 다들 대답을 못하고 당황에서 멀뚱멀뚱 거리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말실수 하신 것을 못 알아 채셨는지 2~3번 정도 똑같은 질문을 하시다가 나중에 알아채시고 “거울 속에 있는 내가 한발자국 다가가면 거울 속에 있는 나도 한발자국 다가오죠?” 라고 고치셔서 다시 말씀 하셨다.
나는 처음에 반대로 된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하고 여러 번 생각을 해봤는데 알고 보니 교장 선생님께서 실수 하셨던 것 이었다. 교장 선생님 덕에 재밌는 추억(?)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교장 선생님 말씀이 끝나시고 교가 부르고 설레였던 입학식은 끝이 났다.
 

교장의 실수를, 학생들은 궁금증과 유쾌함으로 받아들였다. 교장은,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는 것, 그리하여 질문하여 바르게 아는 것, 어른들도 실수하고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당신의 유머로 보여 주었다.
먼 후일, 강서중학교의 학생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이 경청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고의로 실수를 해 주셨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의 부모와 선생님들이, 때로는 알면서도 모른척하면서, 자신들의 성장을 위해 실수 아닌 실수를 해 주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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