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특정 문화단체 겨냥 공모 의혹’ 비판받자 슬그머니 철회
상태바
인천시, ‘특정 문화단체 겨냥 공모 의혹’ 비판받자 슬그머니 철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9.04.10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계 “‘불공정 공고’로도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내용” 항의



인천시가 추진하는 ‘라이브 음악에 홀리는 날’ 사업 계획서 개요.

 

인천시가 특정 문화단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공모를 예정했다가 문화계 일부의 비판 끝에 철회하고 수정작업을 거치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시는 홈페이지 새소식 란에 지난 9일자로 ‘라이브 음악에 홀리는 날’이라는 주제의 음악공연사업 개최의 기획공모 내용을 게재했다.
 
시의 생활문화 장려사업인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 일환이라고 밝힌 이 사업은 관내 라이브 공연장과 지역 음악인들이 참여한다는 취지로 한 ‘민간경상보조사업’이다. 즉, 단체나 협회 등에 대한 보조금 지원의 내용인 것이다.
 
오는 6월부터 11월까지 인천 관내 일부 라이브 클럽들이 매월 1~2회의 라이브 연을 해 공연장 별 최소 6회를 하고 연합 기획공연이나 홍보 마케팅 등을 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사업비도 6백만 원의 자부담만 하면 6천만 원 내외로 지원받을 수 있는 비교적 큰 규모다.
 
그러나 9일자로 시가 게재한 공모 내용을 보면 지원 대상을 ‘3년 이상의 라이브 공연장을 보유(운영)하고 있는 회원으로 구성된 협회(단체)’로 제한하고 있다. 또 공모 참여단체가 1개일 경우 재공모 절차를 밟지도 않은 채 절대평가 심사를 하겠으며, 5곳 이상 참여 시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등의 내용 등도 적시돼 있었다.
 
문화계 일부에서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단체는 인천 내에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 하나밖에 없기 때문. 협회 내 모든 회원들이 3년 이상 운영 조건을 충족하는 데다 가점 부여 조건까지 사실상 ‘맞춤형’처럼 부합한다.
 
이미 시에도 등록이 완료돼 있는 이 협회는 관내에서 오랫동안 라이브 클럽이나 LP바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인사들로 이루어진 단체다.
 
사실상 이 협회에 맞는 내용으로 공모 내용을 맞춘, ‘민망한 수준’의 공모라는 것이 비판을 제기한 인사들의 의견이다.
 


인천시의 ‘라이브 음악에 홀리는 날’ 지원자격 내용. (빨간색 표시)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는 “시가 제시한 신청자격으로는 인천의 1군데 협회 이외에 참여 자체가 불가하다는 건 지역에서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정도의 사람이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가점 등 내용을 보면 경쟁이 안 되더라도 심사로 통과시키겠다는 시 문화예술과의 의지가 담긴, ‘불공정 공고’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성토했다.
 
오석근 인천문화재단 혁신위원은 “공정하게 경쟁하고 공정하게 심사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의 조건을 충족하는 단체가 하나밖에 없어 문제”라며 “시가 직접 관내 라이브 클럽 공연장 등을 직접 현황조사 하고 그걸 기반으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인천시는 이날 오전까지도 “해당 공모는 이미 결재가 완료돼 지원대상 등 제반 내용을 바꿀 수 없다”, “아직 공모 시작도 안 했는데 1개 단체로 추측해선 안 된다”는 등의 논리로 버텼다. 그러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오후에 이를 번복하고 공모 내용을 수정해 다시 내기로 했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15일부터 공모가 시작되는 만큼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면서 “우선 ‘3년 이상’으로 제한된 조건은 완화해 현 시점에서 공연장을 보유 및 운영하고 있으면 가능한 것으로 바꿨고, 협회가 아니더라도 ‘컨소시엄’의 형태로 구성해 지원 가능하게끔 했으며, 공모 참여단체가 1개일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재공모 절차도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 시에서 공연장이나 라이브 클럽 현황들을 유심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잡힌 방향이 문제가 있었지만, 사업의 본래 취지에 특정 단체에 대한 의식 같은 건 없었다는 점은 알아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한편 이와관련, 라이브 클럽 운영자들은 추후 협회 결성 및 컨소시엄 구성 등의 형태로 지원 자격을 만들어 사업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