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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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공부하자
  • 이수석
  • 승인 2019.04.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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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스스로 공부하고 질문하며 익히기 - 이수석 / 강서중 교사

 
<2019년 과학 골든 벨>이 열리는 강서중학교의 별립도서관. 학생들이 모인 도서관 칠판에는 5×7의 형태로 앉을 수 있도록 자리배치가 되어있다. 들어오는 학생들이 번호 함에서 쪽지를 뽑아 자리에 앉는다. 칠판에는 다음의 안내 글이 쓰여있다.

*자리는 제비뽑기
*가장 뒷자리는 앞자리로 답안지 보내기
*제한 시간은 문제 끝난 후 20초
*부정행위 절대금지
 
도서관에 모인 전교생 30명에게 김용현 과학 교사가 마이크를 잡고 친절하게 말하였다.

“선생님이, 문제를 내고 진행하는 시간은 약 50분입니다. 점심 먹고 진행하는 5, 6교시이기 때문에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업은 재미있고 의미가 있어야 하겠죠... 그래서 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기를 바랍니다. 저 여러분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웅성거리는 학생들에게 침묵의 신호를 보내고, 조용해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 선생은 말을 이었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과학골든벨00.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80pixel, 세로 960pixel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4월 12일 오후 13:36카메라 제조 업체 : samsung카메라 모델 : SM-G885S프로그램 이름 : G885SKSU3ASA1F-스톱 : 1.7노출 시간 : 166/10000초IOS 감도 : 125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 26프로

 

"작년에도 이 수업을 진행했었지요?... 2학년과 3학년은 기억할 것입니다. 이건 게임입니다. 놀이입니다. 즐겁게 놀면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자존감을 지키십시오. …여러분에게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20분 드리겠습니다.
아참, 문제를 듣고 답을 모두 썼다고 판단되면, 뒷사람이 앞사람에게 답지를 옮겨 주세요. 여러분이 잘 협조해서 20문제를 빨리 끝내면, 여러분의 자유시간이 더 늘어나겠지요? …아, 그리고 답을 쓸 때 자기가 아는 문제가 나왔다고 답을 소리 내어 말하면서 쓰면 안 됩니다. 또한 생리현상이 있는 사람은 조용히 갖다 오면 됩니다. 나머지는 진행하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열공들 하세요.”
 
학생들은 자신들이 미리 배부 받은 4쪽의 <2019년 과학 골든 벨 문제>의 학습지를 갖고 공부한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문제를 내기도 하고 맞히기도 하면서 외우고 익힌다. 15분이 지나자 김 선생은 학생들에게 5분 뒤에 시작한다는 것을 예고하였다. 학생들은 서두르며 배우고 익히기에 바쁘다. 학습(學習)이다.

다시 술렁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침묵의 신호를 보낸 김 선생이 말한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과학골든벨01.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80pixel, 세로 960pixel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4월 12일 오후 13:27카메라 제조 업체 : samsung카메라 모델 : SM-G885S프로그램 이름 : G885SKSU3ASA1F-스톱 : 1.7노출 시간 : 166/10000초IOS 감도 : 10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 26프로

“여러분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원자번호가 6번인 탄소는 세 가지 동소체가 존재합니다. 비결정성 탄소, 흑연,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다이아몬드가 탄소라는 사실은 1772년 이 과학자가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 과학자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에게 나누어 준 답지에 학번과 이름을 쓴 다음에 답을 기재해 주십시오.”

학생들은 아주 조용하게 답을 적었다. 그리고 김 선생의 요청대로 뒤에 있는 학생이 답안지를 앞으로 건넸다. 답안지를 모두 수거한 김 선생은 학생들의 답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말했다.

“답은 ‘앙투안 라부아지에’입니다. ‘라부아지에’라고 쓴 친구도 맞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한숨과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 선생은 2번 문제를 내었다.

“원자번호 9번인 이 원소는 이온 상태일 때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원소가 기체 상태일 때는 독성을 갖게 됩니다. 이 원소는 불소라고도 불리는데 이 원소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아, 아를 연발하는 학생과 조용히 답을 적는 학생들. 다른 친구가 적는 것을 보는 친구들. 그리고 이 수업에는 별 흥미를 못 느끼고 포기하는 친구들. 다양한 학생들의 모습을 보다가 김 선생이 말한다.

“자황이는 나트륨 원소의 원자번호가 몇 번이지요? 그리고 저기 모 유명상표의 검은 츄리링을 자랑스럽게 입고 온 태하는 지금 문제의 답을 무엇이라고 썼나요?”
“…….”

“… 답은 ‘플루오린’입니다.”

밝고 유쾌하게 웃으며 질문하는 김선생의 장난에, 딴 짓하며 포기하려고 했던 학생들은 마음을 다시 잡는다. 그리고 수업놀이에 집중한다. 답이 발표되자, 또 다시 안타까워하고 ‘맞았어! 그렇지!’라는 탄성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지구 대기 중에 두 번째로 많이 포함된 원소는 산소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포함된 원소는 무엇일까요? 답은 ‘질소’입니다. …희토류 원소 중 하나로 원자번호 21번인 원소의 이름은 스칸듐이다. 스칸듐의 원소기호를 쓰시오. …스칸듐이니까, 발음대로 쓰면 되겠지요.”

“선생님! 첫 글자만 알려주세요.”
“알파벳 두 글자이고, …첫 글자는 대문자로 쓰고 뒤에 글자는 반드시 소문자로 써야 합니다. … 그건 기호로 그렇게 하자고 약속한 겁니다. 약속은 지켜야 의미가 있지요.”

수군거리는 학생들에게 침묵과 경고의 신호를 보내면서 김 선생은 답인 ‘Sc’를 칠판에 적는다.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메틸수은으로 오염된 조개와 어류를 먹은 사람들이 걸린 병을 미나마타병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독성이 큰 금속으로 체내에 흡수될 경우 사람에게 이타이이타이 병을 일으키는 원소이름은 무엇일까요? → 카드뮴(Cd). …2011년 3월에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유명해진 원소입니다. 녹는 점이 28.44℃로 체온보다 낮아 여름철에는 액체가 되는 원소이름은 ……세슘입니다. 그렇다면, 세슘의 원소기호는 무엇일까요? → Cs. …스웨덴어로 ‘무거운 돌’이라는 뜻으로 원자번호가 74번, 원소기호가 W인 원소이름은 무엇일까요? → 텅스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신의 종족인 타이탄에서 따서 이름을 지은 원소를 쓰세요. 여러 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 티탄/티타늄/타이타늄/Ti”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과학골든벨02.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80pixel, 세로 960pixel사진 찍은 날짜: 2019년 04월 12일 오후 13:52카메라 제조 업체 : samsung카메라 모델 : SM-G885S프로그램 이름 : G885SKSU3ASA1F-스톱 : 1.7노출 시간 : 166/10000초IOS 감도 : 16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 26프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혼자서 진행하는 수업이다. 수업에서 이탈하는 학생들과 소란스럽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의 큰소리와 고함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와 근심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학생과 교사는 서로 질문과 대답, 적당한 집중과 이완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

답안지를 확인하던 김 선생은 코멘트를 한다.

“여러분이 이대로 가면 안 될 거 같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쉽게 ( O, X ) 문제로 가겠습니다. ‘알루미늄은 연성이 큰 금속원소 중 하나입니다. 이 때 연성은 금속이 넓게 펴지는 성질을 말합니다. ( O, X ). 답은 X입니다. …원소 크로뮴은 얼마 전까지 크롬으로 불렸습니다. 이 원소의 원자번호는 24입니다. 크로뮴의 원소기호는 Cr이다. ( O, X ). 답은 O입니다.’”

이 때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질문한다.
“선생님! 도서상품권 문제 또 없어요?”
“글쎄요? 학교에서는 여러분의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어요. ……도서상품권이 걸린 행운권 추첨을 하겠어요.”

조금 지쳐가던 학생들, 수업에 별 관심이 없던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행운권 추첨이 끝나고 다시 과학 골든 벨 문제로 돌아왔다.

“‘이것은 실온에서 액체인 유일한 금속 원소입니다. 체내로 흡수할 경우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 원소의 이름은 수은인데, 수은의 원자번호는 몇 번인가요?”

참고 참았던 장예찬이 말한다.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답은 안 돼. 그건 반칙이야 반칙!”
“…….”

모두들 웃는 가운데 김 선생은 답이 80번이라고 밝히고 학생들의 답안지를 검토한다. 그리고는 학생들의 변별력을 위해서 난이도 있는 문제를 내겠다며 마지막 문제를 내었다.

“‘양철’ 이라는 물질은 통조림통에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강철에 어떤 원소를 도금한 것인데, 이 원소는 무엇인가요? 답은 주석(Sn)입니다.

이것으로 <2019년 과학 골든 벨>을 마치겠습니다. 약속한 대로 남은 시간은 여러분이 각 교실에서 쉴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다음 주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서중학교의 <2019년 과학 골든 벨>은 놀면서 공부하는 수업현장이었다. 학생 각 개인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교사와 교사의 전문적 지식에 농담으로 대응하는 천연덕스러운 학생들의 반응으로 70분 내내 수업은 화기애애했다. 배움의 현장이 놀이(게임)와 교감의 현장으로 승화될 수 있는 수업현장이었다.
학생들은 배우고 익히는 게 재밌는 시간이었고,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에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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