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로 한발짝 씩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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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로 한발짝 씩 갈께
  • 최광일
  • 승인 2019.05.24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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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 조금 다른 우리반 아이들 - 최광일 / 인천가현초등학교
     
                                                                                   
장애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는 반을 통합학급이라고 한다. 2018년까지는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보통 승진 점수가 필요한 선생님들이 맡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원하는 선생님이 통합학급 담임을 한다. 2019년은 담임 배정부터 고민했다. 장애학생을 오랫동안 맡지 않았고, 무엇을 어떻게 해 줄 것인가를 준비하지 않아 두렵지만 내가 성장하고 배우고 싶어서 담임을 맡았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일반 아이들과 약간 다르게 ADHD 경향이 있고 등교에서 하교할 때까지 조용하게 앉아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말을 계속한다.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배움을 찾으려는 교사의 열망은 첫날부터 무너졌다. 아이는 말을 하면서 돌아다녀 학습 분위기를 만들 수 없었고, 일부 아이는 불편함을 말하거나 편견을 드러낸다. 제법 말썽을 많이 피우는 아이들을 만나거나 일부러 맡아서 큰 무리 없이 생활했는데, 이 것과는 또 다르다 . 말썽꾸러기와의 문제 해결 방식은 말을 통한 유대감 형성인데, 우리 반 아이는 원활하게 대화할 수 없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16c80bc4.bmp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67pixel, 세로 425pixel

“학교생활이 재미없을 때 그만두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는데, 때가 왔나?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곁에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간절하고 절실하게 고민하면 이행에 따른 고통이 뒤에 다가온다.

“학생이 교사에게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교사가 학생에게 내려가야 한다. 아이들은 잠재 가능성을 갖지만 미성숙하기 때문에 배움이 시작된다.” 고통 뒤에 오는 답들이 시시하다. 이것을 위해 고민했나? 자괴감이 들지만, 어느덧 나의 삶을 바뀌어 놓는다.

7세가 10세처럼 행동할 수 없지만, 선생님은 10세 아이의 7세 같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불편이 줄어들자 아이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고, 움직임도 많지 않았음을 발견한다. 선생님의 불편이 아이들의 행동을 왜곡하고 과장했다. 수업을 통해 침묵하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학생의 참여와 활동을 늘렸다. 계속됐던 그 아이의 말이 다른 학생의 말에 종종 묻히곤 한다. 그러자 그 아이에게로 다가갈 수 있었다. 반성은 후회나 실수와 함께 찾아오지만, 경험하지 않은 미래를 밝게 해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감동과 아름다움이 몰려왔다. 몸에 손이 닿는 것에 공포감을 갖던 아이였는데.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등을 토닥거렸다. 또한 등교하면서 밝게 인사하고, 환한 웃음을 머금는다. 사소한 행위 하나 하나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큰 감동은 같은 반 친구에게 일어났다. 한 아이를 위하여 반 친구들의 친절과 배려는 공동선이 실현되는 듯하다. 얼마간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으로 등교했다.

그러나 쉬운 행복은 곧 한계를 드러낸다.

“왜 나는 비일상성 속에서 행복할까?”, “몇몇 감정이나 행위를 확대 해석하고 있지 않는가?”, “그의 삶의 변죽만 울리고 행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내 안의 차별이었다.

차별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교사가 먼저 깨닫는다. 그의 삶으로 들어간다는 것인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몇몇 일시적인 감정과 비일상적인 행위의 집합은 아니리라. 삶으로 들어가서 서로가 길들여져야 한다. 처음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는 동안 점점 가까운 곳으로 앉게 되고, 어느 날 드디어 옆에까지 오게 됐다. 행복은 조금 떨어진 곳이나 점점 가까운 곳에서가 아니라 옆에 앉아 가져야 하리라. 참을성을 갖고.

학생이 하교할 때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면서 되새김질한다. 내가 너에게로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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