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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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강지안
  • 승인 2019.05.2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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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자유학기에 배우는 서예 - 강지안 / 강서중 도덕교사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2abc0001.bmp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81pixel, 세로 346pixel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2abc0682.bmp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72pixel, 세로 344pixel

강서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자유학기 주제선택 활동으로 서예를 배웁니다. 가로줄 세로줄 긋기부터 시작해서 자음과 모음을 연습하던 아이들은 이제 판본체로 글을 씁니다. 글씨가 조금만 엇나가도 대번에 새 종이를 달라던 아이들은 이제 제법 차분하게 앉아 긴 화선지 한 장을 글로 채웁니다.

심신이 안정된다는 서예의 효과일까요? 어떤 글을 써보면 좋겠냐는 서예 선생님의 물음에 1학년 반장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써보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왜 이 시를 써보고 싶었느냐고 물으니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이 외우고 다니는 것을 들어봤는데 좋아서 직접 써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은 나태주 시인이 2003년 발표한 작품으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풀꽃을 제멋대로 그려오던 아이들에게 잔소리처럼 하던 말을 그대로 쓴 시라고 합니다. 몇 해 전 광화문 한복판의 건물 외벽에 걸린 이후로 모르는 이가 없게 된 유명한 시이기도 합니다.

이 시의 제목이자 제재인 ‘풀꽃’은 일상 속에서 흔하고 사소하게 접할 수 있는, 그래서 쉽게 지나칠만한 길가의 꽃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이러한 풀꽃을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의 ‘너도 그렇다’를 통해 그러한 태도를 풀꽃에서 모든 존재까지 확장합니다. 이것은 어떤 존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담긴 눈길을 통해서만이 그것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림입니다.
 
 
교사의 일상에서 아이들은 마치 풀꽃과 같은 존재일 수 있습니다. 학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풀꽃과도 같은 수많은 아이들이 있고, 그래서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아이들이 지닌 장단점을 파악하고 각자가 지닌 특기와 소질이 활짝 꽃 피우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자세히’ ‘오래’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각자가 지닌 빛깔과 향기를 흠뻑 느끼기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아이들이 쓴 붓글씨 사진을 자세히 오래 바라보니 참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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