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으로 해결하면 좋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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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으로 해결하면 좋을 텐데 …"
  • 이병기
  • 승인 2010.12.20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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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격훈련은 끝났지만 시민불안은 여전


20일 오전 인천시청에서는 연평도 포사격 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인천지역 시민사회, 종교단체, 정당 연합 기자회견이 열렸다.

취재: 이병기·이혜정 기자

"시민들이 불안해서 살겠어요? 연평도 사건 터지고 얼마 되지도 않아 사격훈련이라니요. 시민들은 이렇게 불안한데. 사격훈련을 하면 맞서자는 것밖에 더 되나요? 전쟁 나면 피해 보는 건 시민들인데, 혹시라도 잘못되면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오히려 평화적인 대화로 풀어가면서 북한과 접촉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해요." - 이성애(43, 남구 주안1동)씨

20일 온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던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이 군사적 충돌 없이 종료됐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전쟁의 불안감 속에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후 2시30분께 시작된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벌컨포 사격을 끝으로 4시께 완전히 종료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평도 사격훈련에서는 K-9자주포와 105mm 견인포, 81mm 박격포 등 1천500여발을 연평도 서남방 해상으로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물론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주안역 앞에서 만난 엄정윤(19, 남구 문학동)씨는 "수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평도 사건이 터져서 '시험만 보고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직 해보지도 못한 것들이 정말 많은데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엄씨는 "조금 잠잠해지나 했는데, 오늘 사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더욱 불안했다"면서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인천사람들이 다칠 텐데 제발 총 쏘고, 포 쏘는 짓들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연수동에 사는 김모씨(여, 54)는 "조카가 1989년생인데 연평도 옆 해군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평소에도 불안했는데 오늘 사격훈련을 한다는 소리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조카가 지난 달 25일 휴가를 나온다고 했는데 연평도 사건이 일어나고 지금까지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쫓기던 쥐도 구석으로 몰리면 물기 마련인데, 제발 불안하게 북한과 대적해서 싸우려 들지 말고 평화적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가장 먼저 죽는 사람은 시민들인데, 정신 좀 차리고 시민들 소리에 귀를 귀울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포에 임시거주지를 마련한 연평도 주민들 역시 서해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과연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주민들이 이주한 김포 아파트에는 TV나 라디오, 인터넷 등 언론을 접할 수 있는 시설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황. 일부 주민들이 휴대전화 DMB를 통해 소식을 듣고 어깨 너머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조천희(46)씨는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다시 연평도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 "정부나 인천시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다 해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기임(52)씨는 "TV는 물론 아무것도 없어 궁금해 죽겠다"면서 "이웃에게서 소식을 듣고는 있는데 불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인천시청에서는 연평도 포사격 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인천지역 시민사회, 종교단체, 정당 연합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한반도가 정전협정 체결 이후 최대의 전쟁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연평도 포격 훈련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는 국내외 요구를 정면으로 배척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한반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모든 평화애호 민중들의 궐기를 촉구한다"면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의 근원인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더욱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옹진군 상황실에 설치된 CCTV. 경찰이 연평도 사격훈련이
벌어지는 데 따른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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