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많은 실향민...검소하게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 짠물' 처럼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 등 대부분 지역은 나름대로 '별칭'이 있다. 서울 '깍쟁이' ,경상도 '보리문뎅이', 전라도 '깽깽이', 강원도 '감자바위, 충청도 느림보 등이다. 위와 같은 별칭은 좋은 의미보다 특정 지역을 폄하 또는 얕보는 비속어로 회자 되는 게 현실이다.
' 인천 짠물'은 염전으로 유명한 지리적 특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실제 동해, 남해의 염분농도와 비교해 보면 서해(인천)의 농도는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모든 강물이 대부분 서해로 유입돼 염분농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염전 시초는 1908년 인천 주안 염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염벗'(소금을 구워내는 곳)이 많았던 주안 염전은 전국 소금 생산량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했다. 당시 중국산 소금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인천서 나오는 천일염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었다.
이후 1950년대까지 인천 남동, 군자, 소래지역으로 염전 생산지역은 확장됐다. 이처럼 소금의 주산지였던 데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많지만 '인천 짠물'이란 표현은 '돈을 잘 쓰지 않는다' 또는 '검소하다'는 뜻으로도 널리 사용됐다. 전쟁으로 혈혈단신 주로 황해도 지역을 떠나 월남한 실향민들이 '알뜰살뜰' 절약하며 살다보니 생겨났다는 것이다.
인천시사편찬위원회 강옥엽 박사는 "인천은 주로 6ㆍ25 피란민이 정착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든 정착민들이 알뜰하고 절약하는 생활을 했다"며 짠물 개념을 염전보다는 지역 변천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인천문화발전연구원 이병화 이사장은 "한일합방 이후 인천은 염도 숙성이 좋아 최적의 소금 생산지로 꼽혔고, 인천서 생산하는 소금은 서울과 일본에 공급됐다"며 "과거 기록은 없지만 소금 주산지인 인천에 6ㆍ25 이후 자연스레 짠물이란 별칭이 붙은 것 같다"고 했다.
인천시립박물관 조우성 관장은 "짠물이란 그 속에 산 사람들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조 관장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주몽의 아들이자 '미추홀'(인천) 최초 이주민인 고구려 '비류'를 짠물을 태동시킨 인물로 해석했다.
미추홀 국가를 세운 통치자(비류)가 백성을 배부르게 하려했으나 '물이 짜서 농사를 못 지었다'는 삼국사기를 인용한 그는 "짠물이야말로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사리 판단능력이 없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 '맹물'은 그대로 놔두면 썩어서 독이 되지만, 짠물은 놔두면 소금의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소금은 맛의 근원, 생활의 근원으로 짠물 인천은 모든 것을 포용한다고도 했다.
조 관장은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성경 속 '소금'은 방부제를 의미한다"며 "짠물은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는 긍정적인 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관장은 "인천은 사할린동포, 탈북자, 다문화 가정을 흡수한 사회동포주의 사회"라며 영예로운 별칭인 짠물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인천 짠물이란 말은 레저 스포츠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흔히 인천 당구를 '짠 다마(당구)'라고 표현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는 인천의 당구 룰에는 4구 대회에서 '3 쿠션(공이 부딪치는 당구대 안쪽의 가장자리 면)'에서 파울을 하면 다시 4구를 쳐야 하는 벌칙이 있다. 이로 인해 당구인들 사이에 인천 당구를 '짠 당구'로 부른다.
향토사학자 강덕우 박사는 "인천은 다양성·포용성·역동성을 지닌 짠물"이라며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는 '해불양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