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2020년도 올해는 ‘코로나19의 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선언으로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는 K-방역을 통해 모범적 방역국가의 이미지가 심어지는 계기는 됐지만 지금도 하루 10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며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될 입장에 있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사람들 간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비대면 문화의 확산, 원격교육 및 재택근무 급증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신조어도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만들어진 해였다. 언택트, 홈트, 홈코노미 등등.
코로나19는 언택트 문화의 확산과 홈코노미 시장을 부상시켰다. 온라인 구매가 급증했고 원격교육과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실내에서 각종 경제 활동을 즐기는 것을 뜻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 시장이 급부상했다. 특히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나 살림·취미활동, 홈트레이닝 등은 집콕 생활을 견뎌내는 하나의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증가됐다는 응답자가 71.1%로 나타났고, 무엇보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언택트 소비를 하겠다는 응답자가 80.1%로 나타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소비시대로 넘어갔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 무점포 소매업의 판매액은 급증했고, 온라인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4.4%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 이용 빈도와 전화배달 주문은 크게 늘었다. 이미 언택트 시대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여러 실험적 판매기법을 도입한 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은 드라이브 스루, 비대면 주문, 배달주문 앱 등을 준비해 온 기업들이다.
언택트 시대 금융시장을 보면 은행점포와 자동화 기기수가 급감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본인인증 및 실명확인 방식도 점차 변화하고는 있지만 노인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디지털 혜택에서 오히려 소외되기도 한다. 이용 장애나 소비자 피해시 구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고 은행 점포 축소 또는 대면거래 축소로 인해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 미디어 시장은 과거 TV중심 시대였던 것이 웹사이트, 블로그와 SNS 시대를 거쳐 지금은 1인 미디어 산업 시대로 진화됐다. 유튜버를 꿈꾸는 10대들이 늘어나고 있고 방송 장비 판매도 덩달아 불티나고 있다. KBS 등 방송국의 매출은 급감했고 3개 지상파 주도가 아닌 다채널 다매체로 옮겨가고 있다.
언택트 소비시대에 배달앱이 발전되면서 독점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성장했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업과 배달, 소비가 예속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독점적 플랫폼을 장착한 기업들은 사업자 이익을 높이기 위해 가격인상을 꾀하는데 소비자의 방어대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유통시장 역시 온라인 시장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오프라인 대형할인매장은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대면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면서 택배시장은 물량과 속도를 부추기는 판매방식에 따라 새벽배송, 총알배송 등 반나절 안에 도착해야 하는 속도전에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 택배근로자의 과로에 따른 과로사 뉴스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택배와 배달이 증가하면서 포장재 등 환경이슈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택배물량은 작년 대비 31.7%가 증가했고 포장쓰레기는 급증했다.
이렇듯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우리의 삶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세상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뉜다고 풍자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이고 지금 우리는 격변의 한복판에 있는 셈이다. 언택트 소비시대에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과 선택적 소비도 필수겠지만 에너지와 폐기물, 재활용 등 녹색소비 실현을 위한 시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도 절실히 요청된다.
이러한 때에 인천소비자운동 역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전통적인 방식의 소비자교육과 소비자 운동이 대면 교육 프로그램과 피해자 구제활동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비대면 교육 시스템의 구축과 언택트 사회에 맞는 소비자피해 구제를 위한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려 정신없이 당황하며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지금 보다 차분하게 현실에 자각하며 내일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