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훈 / 인천대학교 도시과학연구원 연구중점교수
그동안 필자는 '인천컬럼'을 통해 인천을 대상으로 다양한 도시 이야기를 함께 하였다.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고향
아파트 키드인 필자의 고향은 산골이기보다는 도시였으며, 복숭아꽃이나 살구꽃 대신 다양한 브랜드의 아파트가 있었고, 울긋불긋 꽃 대궐보다는 여러 색깔과 형태를 가진 자동차들이 지하주차장에 즐비한 동네였다. 이렇게 1990년대 지어진 신도시가 꽃중년이 되기 위한 비결이자 방법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도시의 개발보다도 보존, 복원,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시청 앞 광장
도시의 광장이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적인 공간이며, ‘함께’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공의 ‘장소’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의 미래광장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고 시청사를 개방하여 연계하는 등 인천에도 새로운 도시광장이 실행 중이다. 다만 계획 초기 과정부터 투명해야 하며, 사업 실행 시 인천시민들이 ‘함께’ 모여 집회나 오락 등 ‘활동’을 하는 공공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어야 한다.
# 원도심
원도심을 활용한 도시재생은 오늘날 중요한 요소이고 기회이다. 하지만 우리는 쇠퇴하고 있는 기성 시가지를 활성화 시킨 경험과 능력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 인천시는 주로 공공부문들의 기능을 신도시로의 이전을 선도하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교육기관과 시청, 교육청, 경찰청 등 행정기관을 이전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원도심의 쇠퇴를 가속화 하였다.
# 인천 내항
필자는 인천 내항이 세계 최고의 워터프런트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하거나 고급지고 비싼 장소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작으면서 아름답고 평범한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인천 시민들과 즐거운 기억과 실패의 아픔을 함께하고 성실하고 건강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해주며, 마치 오래된 친구와 같은 장소가 되어줬으면 한다. 물론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소망인지도 모르겠지만 ...
# 상상플랫폼
인천시 도시재생의 첫걸음인 상상플랫폼과 관련된 사업 이슈를 살펴보며, 도시재생의 사전적 정의인 “도시재개발로 나타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경제적, 물리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을 추구한다.”라는 성과는 일부 달성하였다. 다만 지금부터는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기존의 도시재개발에서 추구하던 내용과 방식을 답습하는 행위와 기존의 관성을 반드시 견제해야 한다.
# 개항장 지구
인천시 구도심인 개항장 일대는 근대문화유산의 보물창고라고 불릴 정도로 개항 이후 역사의 흔적과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는 장소이다. 젊은 세대부터 노인 세대까지 근대문화역사라는 풍부한 스토리가 이들을 하나로 연결해 줄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독립운동,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 등이 오늘날 인천시에 미친 영향을 담백하게 살펴보아야 비로소 역사·문화·지역 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도시재생
2019년 인천시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남기고 가야할 것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관심, 원도심 균형발전의 의미, 정주 환경에 대한 개선이다. 중앙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3년차로 접어들었고 재원 조달도 충분히 이루어졌다. 다만 매립·개발·성장의 도시계획 정체성을 가진 인천시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신인에 가깝기에 중앙정부로부터 정서적인 독립과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한다.
# 도시 이미지
최근 신도시를 상징하는 물리·환경적 측면에서 사회·경제·생태적 측면으로 이미지 구축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더 적극적으로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동차 속도는 낮추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우선 통행권을 부여하며, 대중교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일반도로 내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도로를 마련하는 등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 미래도시
생태도시, 환경도시, 유비쿼터스 도시, 스마트 도시 등은 미래 도시의 대표 사례들이다. 이들 중 우리 앞에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도시들이 있었는가? 다들 패스트 패션처럼 빠르게 제작되고 빠르게 유통시켜 이미 본질을 보이기도 전에 사라지고 다른 도시로 대체되었다. 실체가 없는 OO 시티보다는 도시 공간 내 공공성 확보, 다양성 추구, 포용성 인식이 미래 도시이자 행복한 도시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 도시재생 뉴딜정책
사실 도시재생의 경우, 공적 보조금에 의지하기 보다 경제적으로 실행가능하고 유지가 가능해야 한다. 이에 민간 부문에서 자발적인 참여한 경우, 소유자의 경제적 부담을 이해하여야 한다. 결국, 행정과 중간지원조직은 민간차원에서 진행된 도시재생의 결과물을 소유하거나 탈취하지 말고 지역 커뮤니티와 기초자치단체의 상생으로서 오작교 역할을 해야 하며, 더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입장과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 자전거
자전거나 걷기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면, 자동차를 타고 보는 것보다 현장에 밀접하고 내부자적 입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는 곧 도시자원 현황과 지역 정체성 찾기를 시작으로 도시 이미지, 계획, 재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결국, 도시 내 자동차 사용을 불편하게 하고 자전거 이용을 생활 속에 도입하여 그에 걸맞는 사회·문화·경제의 변화를 도시정책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 코로나 19와 일상 생활
오늘날 도시의 행복에 있어 물질적이고 환경적 측면의 번영도 필요하지만 가장 즐겁고 안전한 생활 또한 이를 구성하는 요소임에 동의할 수 있다. 결국 도시의 행복은 평일과 주말, 동네와 마을 등 도시 생활의 개선에 있으며, 이는 일상의 소중함과 중요성의 인식부터 시작한다. 코로나 19 이후 도시가 변화한다면 편리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보다는 건강하고 성실하며 즐거운 현재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 도시설계를 향하여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계획과 재건축에 대한 비판을 위해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란 책을 1960년대 발간했고 오늘날까지 도시설계의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다. 그녀의 관심사는 뉴욕시의 가로와 공원 등 평범한 풍경 속 소중한 것들이었고 이를 보물찾기로 비유하였다. 뉴욕 시민들도 공감한 것일까? 뉴욕을 대표하는 도시이미지가 초고층 건축물이나 자동차 중심의 스카이라인에서 수평적이고 보행자 중심의 하이라인으로 전환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시는 또 어떤가? 지방자치제 이후 서울 정도 600년, 한강 경관 관리, 남산 제모습 찾기, 북촌 가꾸기,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역사도심 기본계획 등 서울시민이 살아가는 일상과 상식에서 출발하였다.
흔히 도시설계에 대해 ‘사람을 위한 장소를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과연 인천시는 도시계획과 재건축에 대한 비판과 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상식을 고려하여 도시설계를 추진한 적이 있을까? 인천시는 면적, 인구 및 세대수, 인구밀도, 주택·산업·경제 등의 숫자가 아니며, 이미 가지고 있지만 잊어버린 시민들의 미소, 웃음, 슬픔, 장소, 이웃, 미래 등의 행복이 인천시이다. 결국 도시설계는 ‘일상의 행복을 고려하여’ 사람을 위한 장소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