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시상식 예정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회장 서홍관)은 <제7회 박영근작품상>으로 김성규 시인의 「굴뚝」을 선정했다. 「굴뚝」은 한국 노동계의 아픈 풍경인 ‘굴뚝 고공농성’을 시적 언어로 포착해냈다.
1977년 출생인 김성규 시인은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등이 있다.
심사위원에는 박수연 문학평론가, 오창은 문학평론가, 김해자 시인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김성규 시인이 굴뚝에 “올라가”고 “내려오”는 극단의 긴장 속에서 ‘위의 세계와 아래의 세계’를 대비시켜 그려냈다고 평했다.
'굴뚝 위 세상은 “하얀 구름을 찍어”내면서 “먼 곳”을 향하는 희망의 세계이고, 아래의 세계는 “뭉게뭉게 이야기”를 피워내며 “근심” 많은 사람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긴장하는 곳이다. ‘굴뚝 고공 농성’을 둘러싼 긴장은 브레히트의 시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이상과 현실이 팽팽하게 맞서는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적 형상화로도 해석할 수 있다.'(심사평)
시상식은 오는 15일(토) 오후 4시 인천 북구도서관 강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는 2006년 5월 11일에 작고한 박영근 시인을 기리는 모임으로 2014년 창립됐다. 매년 4월에 심사하여 5월에 시상한다.
상금은 200만원으로 박영근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저작권료와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제1회 수상작은 문동만 시인의 「소금 속에 눕히며」, 제2회 수상작은 박승민 시인의 「살아 있는 구간」, 제3회 수상작은 성윤석 시인의 「셋방 있음」, 제4회 수상작은 김수상 시인의 「미움은 미워하며 자라고 사랑은 사랑하며 자란다」, 제5회 수상작은 조성웅 시인의 「위험에 익숙해져갔다」, 제6회 수상작은 권혁소 시인의 「우리가 너무 가엾다」이다.
<수상작>
굴 뚝
김성규
파업이 시작되고 몇 명은 굴뚝으로 올라가고
굴뚝 위에서는 모든 것이 훤히 보이지요
굴뚝 위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당신이 없다면 우리 모두 흩어져 울었을 거예요
파업을 지지하러 몰려온 사람들도
이제 지쳤어, 안 되겠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자기만의 굴뚝에서 연기를 피우는 사람도
굴뚝 속이라도 들어가 손바닥을 쬐고 싶은 사람도
내려오면 안 돼요 끝까지 버텨 보세요
얼어붙은 눈물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는 사람도
내려오라 목이 쉬어 소리 지르는 가족들도
굴뚝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보이지요
하얀 구름을 찍어내는 굴뚝도 이젠 좀 쉬어야지
모두가 굴뚝 주변에서 뭉게뭉게 이야기를 피울 때
이야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구름이 될 때
지나가던 구름이 굴뚝 위에서 쉬다
근심 많은 사람들 이마 위로 쏟아질 때
드디어 굴뚝에서 연기가 멈추고 공장도 지쳐 쓰러졌어
이제 모두 집으로 돌아가 밀린 잠을 자야지
언제 우리가 굴뚝 위로 올라왔지
굴뚝 위의 사람들은 언제 내려가야 하는지 모르고
내려가야 할 사다리마저 치워지면
굴뚝 위의 사람이 종일 뱉어내는 한숨으로 안개가 끼고
지상의 인간들은 가끔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보이지 않아 눈이 멀어버렸나 봐
굴뚝 위로 올라간 사람들은 먼 곳을 보며 노래하네
파업이 시작되고 몇 명은 굴뚝으로 올라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