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제도’는 정책 실행 효과와 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대의민주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행정 패러다임이다. 2011년 지방재정법으로 전국에서 운영하는 ‘참여 예산제’와 2006년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에 성미산마을이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한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이 있다.
지방분권과 함께 점차 모든 정책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주민 참여제도’는 정책 수혜 대상자가 정책 생산의 주체가 되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요소다. 지금까지 서울을 시작으로 모든 지역이 대략 10여년 정도 꾸준하게 진행한 이유다. 인천도 관련 조례를 만들어 지원 센터를 만들고 주민과 직접 만나 사업을 펼치는 마을 활동가도 지속해서 양성하고 배치하고 있다.
한 정책이 10년 정도 되면 평가와 분석을 통해 드러난 문제를 수정 보완하며 안정화 된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 사업들은 더 이상 새로운 시도나 보완 없이 정책을 지속하며 안정화 되고 있다. 새로운 정책 모색이나 보완과 같은 문제가 있어도 대부분 중간 지원기구가 행정과 절차를 통해서 해결하며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체 사업 중간 지원기구의 관리 감독은 주민이 아닌 행정이 한다. 중간 지원기구와 행정이 규정이나 절차에 문제가 없으면 기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의 혁신적인 수정과 보완은 적극적이지 않다. 사업에 대해 수혜자가 느끼는 평가와 의견은 취합되지만 설문 정도로 참조 사항이지 제도를 수정 보완 하게 하는 제도적 근거는 약하다.
하지만, 행정과 중간 지원기구도 가능하면 정책 당사자인 주민이 관련 정책 생산과 실행, 평가 과정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며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망설이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면, 목소리 큰 배타적 집단의 기득권이나 다수에 의해 배제되는 소수 의견, 민주적이지만 1인 1표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략적인 담합에 의한 결과 왜곡 등이다.
지난 5월 칼럼에서 후안 카밀로 카르데나스(Juan Camilo Cardenas)가 실험한 공유재 게임을 소개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상호 호혜적이고 이타적인 행동 선택 동기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이다. 대부분 구성원은 대면 ‘수다’의 반복으로도 자발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선택하는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감시와 처벌로 구성원들의 이기적 행동을 통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수다’의 반복 정도가 충분하지 않고 그 주기가 너무 길면 구성원들 간 이타적 행위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세계적 법학자 에릭 포즈너와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연구원 글렌 웨일은 저서 ‘래디컬 마켓’에서 ‘제곱 투표’를 소개했다. ‘제곱 투표’ 방식은 기존 1인 1표와 달리 개인의 선호뿐만 아니라 그 강도를 표현할 수 있는 투표방식이다. 1인 다 표제여서 가능하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복수의 표 수 내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강도에 따라 원하는 만큼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좀 다른 것은 원하지 않는 대상에게도 반대 의사를 투표할 수 있다. 원하는 곳이 선정되기 바란다면 자신이 가진 표를 모두 찬성에 쓰기보다는 반대하는 대상에도 나누어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유리해 진다.
1인 1표제와 달리 ‘제곱 투표’ 방식은 열정적인 소수가 무관심한 다수를 이길 수 있다. 세력 간 담합 경쟁이 일어나도 자기편에 몰아준 찬성표만큼 상대편에 반대표도 주어야 하므로 결국 두 경쟁 집단이 원하는 곳 보다는 전체 구성원의 반대가 적고 선호하는 다른 곳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제곱 투표’는 블록체인의 대안적 공정성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제도이지만 완벽하진 않다. 진행해가며 수정하고 보완해야한다. 하지만 기존 주민참여 방식에 대한 많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고, 그동안 기대를 포기하고 침묵하던 주민들에게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적용으로는 주민 공동체 지원 사업에 적합하다. 선호하는 의 우선순위를 투표로 정하거나 지원 대상자 선정 방식이 참여형일 경우도 참조할 수 있다. 진행 중인 참여예산제도가 갖는 대의제 한계도 넘을 수도 있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시범으로나마 시행할 수 있는가이다. 보통은 타지역에서 먼저 시행하고 성공하면 배워서 따라 하는 안전한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그 첫 용감한 시도가 인천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