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용균 시인이 '잡초에 대한 군말'을 최근 출간했다. '낙타의 눈', '능수벚꽃 아래서'에 이어 5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는 총 84편의 시들이 실려 있다. 이웃 사랑을 노래한 시들이 특히 많이 눈에 띈다.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에서도 그러했는데, 이번에는 그 지평이 훨씬 넓어진 듯하다.
원로시인 허형만은 해설을 통해, 표제시 「잡초에 대한 군말」에서 표현한 “민초(民草)라고 일컫는 무지렁이 같은 뭇사람들”, 그런 이웃들에 대한 시인의 관심이 단순한 시적 관심을 뛰어넘는 치열한 시정신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평했다.
해설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널배로 평생 일해온 어부, 남새 파는 장터 할멈, 설악 산골의 노인, 쭈그렁이 농부, 동반 자살한 농군부부, 제주 동백마을 할머니, 코로나를 겪는 택시기사, 암병동의 간호사, 산재 위험 높은 환경미화원, 열악한 노동조건 속의 여성‧건설‧택배 노동자, 폐광촌 과부들, 안전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 꽈배기 파는 노래꾼 부부, 집수리 인부, 빚쟁이, 노숙인, 18년째 해외 이주 노동자, 29년간 옥바라지 어머니 등 수많은 이웃들의 다양한 삶에서 끈끈한 생명성을 가슴으로 품는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 중에 가장 짧은 시편을 읽어보자.
“쭈그렁이 농부는/꼴짐을 짊어지고,//긴 그림자 따르는/누렁소의 짐수레엔//워낭소리 신기한/물총새 한 마리뿐,//들꽃 핀 냇둑 위로/저녁놀이 타오르네.”(「귀갓길」 전문)
지게에 꼴짐을 가득 진 늙은 농부의 뒤를 누렁소의 빈 짐수레가 따라가고 있는 저녁 시골길을 묘사한 시는 독자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정겨운 옛 추억의 사진과도 같다.
고단하고 지친 농부의 삶이 자기처럼 늙은 누렁소에 대한 따뜻한 배려로 저녁놀처럼 빛나고 있다. <사진, 자료 = 리토피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