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인천상륙작전 : 반공주의의 (재)생산기지 인천
- 장한섬 / 홍예門문화연구소 대표
[인천상륙작전]은 영화사의 기획력과 자본만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 “전체 예산 170억 원 중 KBS가 약 30억 원을 투자했다. KBS 2TV는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두고 특집 다큐멘터리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주연배우 이정재의 내레이션으로 방영하였고, 이정재는 영화 개봉일에 KBS 뉴스라인에도 출연했다. 게다가 KBS는 2015년 8월 13일부터 2016년 8월 3일까지 약 1년간, ‘아침뉴스타임’부터 ‘뉴스9’까지 모든 시간대의 뉴스에 총 52건의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를 하였다.”(시사저널 2016년 8월 17일)
뿐만 아니라 인천광역시는 막대한 지원과 대대적인 홍보와 인력동원으로 흥행에 일조한다. 2016년 당시 인천광역시 시장은 박근혜 정부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닌 유정복 새누리당 출신으로, 맥아더 동상이 있는 인천 자유공원에서 영화 출연진과 한국자유총연맹 관계자들과 ‘맥아더 길’ 명예도로 지정 기념식을 진행한다(2015.12.2).
이승만의 자유공원
개항 당시 만들어진 만국공원(1888)은 1957년 이승만 정권에 의해 맥아더 동상이 건립되면서 자유공원으로 개칭된다. 그리고 이듬해 이승만 정권의 북진통일과 대립하며 평화통일을 주장한 인천 강화 출신 정치인 조봉암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고 1958년 사형을 당한다(2011년 1월 대법원 무죄판결로 복권된다).
노무현 정권(2003~2008)시절 국회 앞에서 진보단체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단식농성(2004) 후 2005년에는 해방 60주년을 맞아 인천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그 반동으로 보수단체는 자유공원에 집결하고, 덕분에 맥아더 동상은 건립 후 처음으로 세척하고, 동상 주위에 초소와 경비가 세워지며 보수의 상징이자 성지로 부상한다(그 후 이명박 정권 때부터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이 월미도에서 대규모로 거행하고, 보수단체는 매년 맥아더 동상 사수 궐기대화와 ‘빨갱이 조봉암 동상 건립 반대’를 한다). 그러다 촛불탄핵으로 정권이 바뀌자 2019년 인천시청 건물에는 '죽산 조봉암' 서거 60주기,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내걸린다.
시민의 장소 아닌 이념의 기념관
인천의 ‘자유’공원과 ‘맥아더’동상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자유와 모범적인 영웅의 표상이 아닌 반공주의로 귀착된다. 1982년 대통령이 된 전두환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고자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을 인천 자유공원에 세움과 동시에 청량산에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세운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자유수호의 탑’ 아래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 16개국 군인이 아닌 미국 해병대만 서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된 2016년 인천 동구에는 공론화 없이 조선시대 어영대장 신정희(1878년 고종의 명을 받고 인천 동구에 화도진을 구축한 중앙집권의 상징적 인물) 동상이 세워졌고, 계양구의 경인여대에는 이승만 동상이 세워진다(촛불탄핵 후 이승만 동상은 철거된다).
2021년 인천 중구에는 (‘맥아더 길’의 흔적은 지워졌고) ‘청년 백범 김구 역사거리’가 조성된다. 냉전시대의 반공주의와 일제강점기의 민족주의가 대한민국 정치철학과 비전을 대변하는 것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천의 장소성은 낡은 이념의 흉터만 켜켜이 쌓이며 시민을 위한 장소가 아닌 정권을 위한 기념관으로 박제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감독은 이명박 정권 시절 제작된 영화 [포화 속으로](2010)를 연출한 동일인물이다. 그리고 우연인지 영화 [포화 속으로] 공간배경은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이 있는 포항이다.
위 두 영화는 서사 구조와 세계관이 유사하다.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학도병들은 모두 죽는다. 그리고 주인공 중대장(탑)은 죽음을 마주할 전투 직전 어머니께 유서와 같은 편지를 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도 주인공 장학수(이정재)는 전투 중 부상으로 죽어가는 순간 어머니를 떠올리며 유언 같은 상념을 방백한다.
위 두 영화는 (‘인천, 영화로 읽다’ 첫 번째 영화) [북경반점]의 마지막 장면―첫 장면에 나왔던 50년 전 흑백사진 속 두 남자아이들의 대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엄마가 해준 밥인데”로 마무리되며, 남성중심 가부장제의 모성 민족주의로 귀결된다.
모성 민족주의는 여성 교육을 통해 국가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의 담론체계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질수록 여성은 ‘탈성화clesexualising’ 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오직 생식을 위한 성, 가족을 위한 성, 국가를 위한 성만이 있을 뿐이다. ‘욕망의 거세’를 통한 국민으로서의 편입이라는 근대 권력의 포획장치가 이런 방식일 터이다. - 고미숙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책세상, 2003) 108~109쪽
[북경반점] 한 사장 딸 한미래는 영화 마지막에 벤치에 앉아 수동적으로 미래를 맞이하고, [인천상륙작전]의 간호사 한채선은 영화 마지막에 장학수의 죽음을 목도하고 오열하고, 장학수 어머니는 아들의 무사귀향을 기원한다. 이처럼 여성인물들은 1차원적으로 등장하며 남성과 아들을 위한 존재로 배치된다. 그러면서 인천의 지역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여성성은 서울(한양도성)의 남성 시각과 언어에 종속된다. 나아가 인천상륙작전이라는 프레임은 인천을 도약판으로 밟고 지나가 서울수복을 목적으로 하며 기존관성이라 할 수 있는 서울(都城) 중심성을 더욱 강화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비판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천의 지역정치와 공공기관이 지방자치시대에 반하는 20세기 냉전논리(반공주의)를 재생산하며, 다원성과 다양성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공의 혐오와 증오로 공론정치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에 의한 다원성 증대로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한 것이 아니라 정치 선전도구로 문화예술을 각인시키며 정권의 포장지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인천, 영화로 읽다 (연재순서)
① 들어가는 말 : 인천 없는 인천영화제(10/22)
② 북경반점 : 가부장을 위한 디즈니랜드(10/29)
③ 파이란 : 인천바다의 탁함과 동해바다의 색조(11/5)
④ 고양이를 부탁해 : 인천여상 소녀들의 표류기(11/12)
⑤ 슈퍼스타 감사용 : 함께 시작할 줄 아는 용기(11/19)
⑥ 천하장사 마돈나 : 프로씨름단 해체기와 노동자 아버지의 소멸(11/26)
⑦ 차이나타운 : 신자유주의 속 가족의 재편(12/3)
⑧ 인천상륙작전 : 반공주의의 (재)생산기지 인천(12/10)
⑨ 오늘도 평화로운 : 장소의 재발견과 일상의 재미(12/17)
⑩ 맺음말 : 인천, 영화롭다(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