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사다리 병창' 코스를 경험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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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사다리 병창' 코스를 경험해 보셨나요?
  • 이창희
  • 승인 2022.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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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이창희의 산수풍물]
은혜 갚은 꿩 세 마리 전설이 있는 곳, 치악산
설경이 아름다운 치악산
설경이 아름다운 치악산

치악산은 강원도 원주시, 횡성군에 있는 높이 1,288m의 산이다.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4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산 서쪽은 남한강의 지류 중에서도 섬강 유역인 반면, 산 동쪽은 주천강 유역이다. 신림면 황둔마을 부근에는 자연휴양림이 있다.

등산로는 소초의 구룡사 방면 사다리병창, 세렴계곡 코스, 황골에서 올라가는 코스, 신림의 성남리를 통해 시작하는 능선 종주 코스 등으로 나뉜다.

구룡사, 상원사 등의 절과 영원산성, 해미산성 등의 유적지가 있다. 그중 동쪽 횡성군 강림면에는 태종대라는 절벽이 있는데, 조선 태종 이방원이 왕이 되기 전 고려의 신하였던 원천석을 만나려 기다렸으나 고려에 대한 충절을 표방한 원천석은 만나 주지 않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치악산은 본디 적악산이었다고 한다. 단풍이 들면 산 전체가 붉게 변한다 하여 적악산이라 한 것이다. 그러다가 "뱀에게 잡아 먹히려던 꿩을 구해 준 나그네가 위험에 처하자 그 꿩이 자신을 구한 은혜를 갚아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에 따라 치악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아주 옛날 한 젊은이가 적악산의 고개를 넘어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길에 구렁이에 잡아 먹힐 위기에 빠진 꿩을 만났다. 이 젊은이는 화살을 쏘아 구렁이를 명중시켜 꿩을 구했다. 젊은이는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묵을 곳을 찾던 중 산 속에 기와집 한 채를 발견했다. 젊은이는 소복의 젊은 여인에게서 밥을 얻어먹고 깊은 잠에 빠졌는데, 어느 순간 구렁이가 젊은이의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구렁이는 "오늘 내 남편을 당신이 화살로 죽였다.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당신을 이곳으로 유인하였으니, 당신은 목숨을 내 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 새벽에 빈 절에 있는 종이 세 번 울리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첩첩산중 새벽에 종을 칠 리 없었던 터라 젊은이는 포기하고 죽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뜻밖에 새벽에 종소리가 세 번 울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렁이와 집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젊은이는 이상히 여겨 종각으로 가 보니, 종 밑에서 꿩 세 마리가 머리가 깨진 채 죽어 있었다. 매우 감동한 젊은이는 꿩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 준 다음 그 길로 과거를 포기하고 날짐승이지만 목숨으로 보은한 꿩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그 자리에 절을 짓고 거기서 살았다. 그 절이 바로 적악산 '상원사'다.

이 전설에서 유래하여 적악산의 적이 꿩 치로 바뀌어 치악산이 되었다고 한다. 원주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가서 원주에 산다고 하면 한 번쯤 듣는 소리가 "아 그 치악산 있는 동네?"라 할 만큼 원주와 치악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비슷한 관계로 광주와 무등산을 들 수 있는데, 서로 처지도 상당히 비슷하다.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서 한 컷
치악산 정상 비로봉

치악산은 한 마디로 동네에 있는 조금 큰 뒷산. 하지만 도심과 산이 딱 붙은 무등산과는 달리 치악산은 도심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원주 사람들이 아주 뒷산으로 보지는 않는다. 웬만큼 흐린 날이 아니라면 도심 어디에서라도 산을 볼 수 있고, 눈 좋은 사람들은 비로봉에 있는 돌탑을 어렴풋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멀지 않다. 맑은 날 아침에 치악산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조선 시대에는 오악신앙의 하나로 동악단을 쌓고 원주·횡성·영월·평창·정선 등 인근 5개 고을 수령들이 매년 봄·가을에 제를 올렸다. 또 많은 승려와 선비들의 수련장으로 사찰과 사적이 많다. 공원 면적은 182.09이고,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많은 문화유적이 있고 큰골·영원골·입석골·범골·사다리골·상원골·신막골·산성골 등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의 아름다운 골짜기가 있으며, 비로봉·남대봉·매화산·안봉·천지봉·투구봉·토끼봉·향로봉 등의 산봉과 입석대·세존대·신선대·아들바위·구룡폭포·세렴폭포·영원폭포 등의 명소가 산재하여 있다. 치악산에는 한 때 76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사찰들이 있었다고 한다.

정상으로 가는 코스 가운데 사다리병창 코스는 가파르고 험한 산행코스로 유명한 편이다. ‘사다리병창이란 바위모양이 사다리를 곤두세운 것 같다고 하여 부른 이름이다. 병창이란 영서지방의 방언으로 벼랑또는 절벽을 뜻한다고 한다.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는 쉽지만 세렴폭포에서 비로봉까지 가는 길이 상당히 힘들다. 고도가 약 500m인 세렴폭포에서 1,288m인 비로봉까지 2.7km만에 약 700m를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는 높은 계단들과 깎아내린 돌들이 나오지만, 완만한 사다리병창길을 지나면 그냥 계속 올라간다. 정상까지 마지막 300m가 고비인데 가장 죽을 맛이다. 끝이 안 보인다.

이에 반해 성남리에서 시작하는 능선 종주 코스는 통칭 상원사 코스로 고도가 약 450m인 성남 탐방 지원 센터부터 약 1,100m 고도인 상원사까지 5.2km 만에 약 650m를 올라가니 무난한 편이다. 특히나 상원사로부터 2.6km 떨어진 중턱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원주 쪽에 천하일미라는 치악산 복숭아는 지난 2009년 지리적 표시제(특정 장소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대한민국 상품 제63호로 등록되었다. 비로봉에는 3개의 돌탑이 있는데, 이는 1962년에 당시 봉산동에 살았던 윤창중이란 사람이 모종의 이유로 쌓아 올렸다고 한다. 66년에 다 쌓았지만 이듬해에 탑이 붕괴, 현재의 탑은 1970년에 다시 쌓아 1974년에 완공했다. 현재는 안전상의 이유로 철제 그물망을 둘러놓은 상태다.

치악산에는 뱀들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까치살모사가 서식한다. 산행 중 어디에서 마주칠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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